영화 <공범자들>을 (뒤늦게) 봤습니다. 최근 읽었던 책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에 <공범자들> 이야기가 자주 나와서 관심이 생겼습니다.
2017년 개봉 당시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영화지만 그때가 직장일이 역대 최고로 많을 때라 결국 보지 못했어요.
그래도 MBC 파업 이슈를 비롯, 과거 보수 정권 10년 동안의 언론장악 사태에 대해서는 꾸준히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2019/01/18 - [리뷰도 일기처럼/독서 일기] - 억압된 저널리즘의 현장 MBC를 기록하다 <잉여와 도구>
그런데 영화를 보니, 제가 알고 있고 기억하고 있는 것들은 정말 일부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련의 사건들에 제대로 귀를 기울였던 게 아니라 그런 척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 싶어 부끄러웠습니다.
분명 떠들썩했던 당시 신문 기사로 접했던 소식이었을 텐데, 10년이란 시간이 흘러 다시 보니 뭔가 낯설었습니다. '진짜 저 정도였단 말이야?' 싶을 정도로 믿기 어려운 장면과 인터뷰들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보는 내내 착잡했습니다. KBS에, MBC에 저 난리가 났었구나... 나도 저 시대를 거쳐온 사람인데, 그동안 나 살기 바쁘다고 잊고 살았구나... 그러는 동안 언론이,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두 번 다시는 권력이 언론을 장악하는 일이 없어야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두운 과거가 있었다는 걸 잊지 않고, 꼭 기억해야겠죠.
영화 후반부, MBC 파업에 앞장섰다는 이유로 해고된 고 이용마 기자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얘기합니다.
"우리 싸움의 의미요? (웃음) 저는 기록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봐요. 적어도 이런 암흑의 시기에, 침묵하지 않았다...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봐요.
물론 이, 한 10여 년 가까운 기간 동안 싸웠던 많은 사람들의 어떤 청춘, 인생..그거 다 날아갔어요.
뭐 그건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고 봐요. 저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적어도 그 기간에 우리가, 침묵하지 않았다."
- 영화 <공범자들> 중 - 이용마 기자 인터뷰
이 얘기를 들으면서, 한동안 'KBS, MBC 노조는 왜 더 치열하게 싸우지 않았느냐'며 그들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던 저 자신을 반성하게 됐습니다.
2008년부터 시작된 보수 정권 10년,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언론을 장악하려 했던 사람들이었다는 사실.
암울한 현실 속에서 당시 언론인들은 결코 침묵하지 않았고 치열하게 싸워왔다는 사실.
영화 <공범자들>을 보며 함께 기억했으면 합니다.
언론을 장악하려 했던 사람들에게
"역사에 남을 겁니다.
방문진 이사, 잠깐 하는 것이 영예라고 생각하시는지. 또 어떤 정치적 보훈을 나중에 받으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역사에 대해서 무섭게 생각하십시오."
- 영화 <공범자들> 중 MBC 이근행PD의 발언 (당시 노조위원장) / 2010년 엄기영 사장의 사퇴를 종용했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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