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신 건강/정신 건강을 위한 책 읽기

억압된 저널리즘의 현장 MBC를 기록하다 <잉여와 도구>

반응형

그동안 억압 받아왔던 언론사, MBC의 모습을 내부 구성원들의 증언으로 풀어낸 책, <잉여와 도구>.

MBC 임명현 기자 씀

이 책을 읽는 내내 느꼈던 감정은 '참담함'이었습니다.

 

과거 MBC 경영진에 의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비인격적 인사 관리'를 통한 억압이, 언론사 하나를 얼마나 망쳐 놓을 수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책에 수록된 MBC 직원들의 인터뷰는 하나같이 충격적인 내용들이었습니다.

MBC 직원들에게 가해진 부당 행위들은 단순히 '본업에서 배제시킨다'는, '노동'의 관점에서만 볼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은 아주 교묘하고 잔인하게 MBC 직원들을 괴롭힌 '정신적인 고문'과 다를 바 없었기 때문입니다.  

 

직원 개개인의 영혼은 파괴됐고, MBC 특유의 결속력, 유대감도 흐려졌습니다. 그렇게 MBC는, 언론사로서의 힘을 잃어갔고 시청자들로부터 멀어지게 된 것 같습니다.

MBC 최승호 사장

비록 지금은 사장이 바뀌었고, 그동안 불합리하게 업무에서 배제되어 왔던 직원들도 일선에 복귀하게 됐지만,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강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과연 예전의 MBC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만큼, 지난 몇 년 동안 받았을 MBC 구성원들의 상처가 정말 커보였습니다.

 

수 년 내로 회복될 것 같지 않을 정도로, 특히나 김재철, 안광한 사장 시절 채용된 시용, 경력 기자들과 기존 구성원들 사이에 생긴 감정의 골은 한없이 깊은 듯 했습니다.

경력으로 들어온 애들? 그럴 수 있어. MBC라는 이름을 갖고 싶었겠지. 

근데 그걸 생각 했어야지. 들어왔다면 자기네들이 커먼센스에 맞지 않는 뉴스를 생산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걸.

근데 그걸 알고서도 왔다? 몰랐다면 더 나빠.

...

감정적으로 그런 애들은 용서가 안 되는 거죠.

- <잉여와 도구> 기존 MBC 기자 인터뷰 중

 

회사 들어오고 나서 그런 왕따 경험을 하다 보니까 사람이 위축이 됐어요.

땅만 보고 다녀요. ... 내가 무슨 얘기만 하면 사람들이 개무시하고 이러는데 내가 굳이 일을 해야 되나...

- <잉여와 도구> MBC 경력 기자 인터뷰 중

이 대목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이었습니다.

 

원흉은 김재철, 안광한, 김장겸 등을 비롯한 과거 MBC의 경영진들일 텐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에 대한 '저항'보다는 '내부 분열' 양상이 더 크게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노조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파업 이후 경영진이 선발한 경력사원은 2016년 11월 기준으로 229명에 이른다.

- <잉여와 도구> 중

과연 MBC는 200여 명에 이르는 경력사원들을 품에 안고 똘똘 뭉쳐서, 그동안 무너진 '언론사로서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어쨌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영 방송사 중 하나이기에, 그간의 설움을 딛고 일어서길 응원합니다.

 

그럼에도, 그것이 결코 쉽진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계속 들게 하는 책, <잉여와 도구>였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