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확행의 기록/영화

더위를 식혀줄, 등골 서늘한 공포영화 추천 <트루스 오어 데어>

반응형

공포 영화의 계절이네요. 작년 여름에 봤던 공포영화 한 편에 대한 리뷰 올려봅니다.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의 작품, <트루스 오어 데어>입니다.

*'트루스 오어 데어(Truth or Dare)' 뜻은?

- ‘truth’는 사실, 진실, 진리 등을 뜻하는 명사, 'dare'는 동사로서 ~할 용기가 있다 또는 (겁 없음을 보여줄 수 있도록 위험하거나 곤란한 일을) 해보라고 하다, 명사로서는 '(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시험 삼아하는) 모험'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트루스 오어 데어' 하면 진실게임의 일종이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갑니다."

가족, 친구들부터 직장 동료들까지 끊임 없이 소통하고 교류하며 살아가죠. 그리고 그 속에서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서로 돕습니다.  

동시에 우리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깨지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물론 그것에 개의치 않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소외되는 것을 원치 않는 사람들의 수는 그보다 훨씬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는 공동체 사회에 맞는, '가면'을 쓰는 것이 아닐까요.

© johnhain, 출처 Pixabay 

문득, 고등학교 교육학 수업 시간에 '페르조나(persona)'라는 용어를 배웠던 게 기억이 납니다.

페르조나 (persona)란?
「가면」을 뜻하는 희랍어. 개인이 사회적 요구들에 대한 반응으로서 가지는 공적인 얼굴이라는 의미 ... 이는 진정한 자기와는 분리된 채로 남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거나 자신을 은폐시키기 위해 타인들이 정의한 자신의 인습적 역할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현상을 기술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페르조나 [persona] (교육학용어사전, 1995. 6. 29., 하우동설)

스스로 의식하든 하지 않았든, 사회 속에서 인간은 매순간 솔직한 모습으로 살아가지 않는다는 얘기일 텐데요. (아, 참고로 저는 교육학이나 심리학 전공자는 아님을 밝힙니다^^...)

실제로 우리는 상대방이 알게 되면 싫어할 만한 '진실'을 굳이, 있는 그대로 말하지 않습니다. 거짓말도 하죠.

그렇게 하는 것이 때로는 '안정적인 대인 관계'를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럼에도 '아닌데 아닌데? 나는 어떤 상황에서든 정말 솔직하게 행동하는 사람인데? 난 항상 진심인데?' 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영화, 그런 사람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질문을 던집니다.

"Truth or Dare? (진실 혹은 도전?)"



인간 심리의 허점을 찌르는, 영화 <트루스 오어 데어> 줄거리는?

멕시코 여행을 갔다가 악령이 깃든 '트루스 오어 데어' 게임에 휘말린 올리비아와 친구들.

그들은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도 끊임 없이 '진실, 혹은 도전?'이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둘 중 하나를 택해야만 하는데, 진실을 말하지 않거나 도전을 거부하면 죽게 되죠.

죽음의 공포 앞에, 주인공과 친구들은 각자 마음속에 품고 있던 진실을 하나씩 말하게 되는데요.

'올리비아' 역의 루시 헤일 

절친이었던 마키가 바람을 핀다는 사실을, 그녀의 남자 친구 루카스와 다른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공개한 올리비아.

'루카스' 역의 타일러 포시 

한편, 올리비아를 남모르게 좋아하고 있었음을 고백한 루카스.

'브래드 장' 역의 헤이든 제토 

숨겨왔던 성 정체성을 아버지에게 말하게 된 브래드 장.

'마키' 역의 바이올렛 빈

마키 아빠의 죽음이 본인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마키에게 밝힌 올리비아 등.

그들은 진실을 이야기함으로써 죽음은 피하게 되지만 게임이 계속될수록, 그동안 안정적이었던 대인 관계를 잃어갑니다.   

'진실'을 아는 사람은, 당사자 앞에서 그것을 직접 이야기 해야 한다는 엄청난 심리적 고통에 시달리고, 상대방은 그보다 더 큰 충격 혹은 배신감에 휩싸이게 되죠. 인간관계는 금이 가는 정도가 아니라,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괴돼 버립니다.  

영화 <트루스 오어 데어> 중 /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 <트루스 오어 데어> 속 악령은 마치, '가면'을 쓰고, 진실된 모습으로 살아가지 않는 인간의 속성을 조롱하는 듯 보였습니다.

'죽음을 피한다고 해도 너희는 영원히 고통받게 될 거야. 한없이 솔직해져야 하거든. 캬캬캬. 너희가 과연 견딜 수 있을까?'

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물론, '도전'이라는 옵션도 있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마저도 큰 틀에서는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도전'하기 너무 힘든, 지극히 무모하고 잔인한 것이었고요.)

****   여기서부터 스포 주의   ****

'트루스 오어 데어' 마지막 장면의 의미,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도 완벽하게 솔직할 수 없는 존재일까?

영화의 마지막 씬. 주인공 올리비아는 이 죽음의 게임을 끝낼 마지막 기회조차 놓쳐버립니다. 극한의 위기에 내몰린 것이죠.   

그런데 이 때 올리비아가 보이는 행동은 영화 초반부의 모습과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영화의 첫 씬. 올리비아는 평소에도 꾸준히 사회 봉사 활동을 하는 도덕적인 캐릭터로 등장합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닌, 정말 좋아서 하는 일인 듯 보이죠.

이후, 멕시코의 어느 수도원에서 하게 된 '트루스 오어 데어' 게임에서도 그런 '착한' 모습이 드러나는데요.

‘올리비아'와 친구들 / 출처 : 네이버 영화 

본인과 친구들의 목숨, 또는 멕시코인 전체의 목숨,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겠냐는 물음에, '당연히' 다수인 멕시코 사람들을 살려야 한다고 답하는 올리비아.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죽음의 공포 앞에서 그녀는 전혀 다른 선택을 하게 됩니다.

본인과 친구들의 죽음으로 '트루스 오어 데어' 게임을 멈추는 대신, 전 세계로 방송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불특정 다수를 게임에 끌어들인 것이죠.

'죽음' 앞에서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인간에게 그보다 더 큰 공포의 순간은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전에 보였던 '착한 올리비아'의 모습을 '진실'이었다고 인정해줄 수 있는 걸까요?

언제봐도 소름돋는 저 표정..../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 속 악령은 '이게 바로 너의 본 모습이야. 너 살겠다고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고 도망가는 모습. 이전까지의 '너'는 '가짜'였던 거야. 캬캬캬.' 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주관적 총평입니다. 

이 영화를 <데스티네이션>의 아류 정도라고 보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네요. 하지만 저는, <트루스 오어 데어>가 그보다는 조금 더 심오한 메시지를 담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트루스 오어 데어>는 주인공들이 차례로 죽어갈 것이라는 공포감 외에도, 대인관계 속에 존재하는 불안 심리까지 잘 보여주는 것 같았거든요. 우리에게 진정한 '진실'이란 과연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는 듯했습니다.

(공포 영화, 혼자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였나요..? 가끔 이런 '진지병'에 걸리는 거 같습니다.)

어쨌든, 상영 시간 내내 엄청 긴장하면서 스릴있게 봤던 영화였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무렵, 극장에 있던 남학생들도 '우오오오....' 하고 감탄사를 연발했던 기억이 나네요.

어디까지나 '지극히 주관적'이었던 <트루스 오어 데어> 후기였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