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대구 지하철 참사의 유가족, 생존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그날의 기억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채 하루 하루를 살고 있을 것입니다. 주인공 철수(차승원), 그의 딸 샛별(엄채영)을 비롯한 영화 속 여러 등장 인물들처럼요.
그들에게 대구 지하철 참사는 과거형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형'이라고, 영화는 말하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영화화할지 엄청나게 고민했다. (대구 지하철 참사로 설립된) 안전문화재단을 통해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소방관들도 인터뷰 했다. 이 일이 세월이 지나면서 잊혀지는 게 괴롭다고 했다. 이 분들에게는 다시 떠올리고 싶은 기억이 아니다. 16년이나 지났지만 그 분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 살고 있었다. 그걸 몰랐다는 사실이 죄송했다. 마음이 아팠다"
- 이계벽 감독 인터뷰 중 (뉴시스 2019. 9. 4.)
이 영화에 대한 글을 쓰려고 포털 사이트에 '대구 지하철 참사'로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올해 2월 18일자로 작성된 기사들이 보였어요. 참사 16주기 추모식이 열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또 한 번, 반성하게 됐어요. 그 기사들을, 봤던 기억이 전혀 없었거든요. 수많은 연예계 가십 기사들은 놓치지 않고 찾아 보면서 왜, 절대 잊어서는 안 될 사건 관련 기사는 볼 수 없었던 건지, 아니 보지 않았던 건지.
저에게 닿지 못한 수십 건의 신문 기사들 보다 한 편의 영화가 저의 인식을 바꿔 놓은 셈입니다. 비록 얼떨결에 우연히 본 영화였지만요.
이 영화를 세상에 내놓은 이계벽 감독의 진심과 의도가, 적어도 저에게는 제대로 통했던 것 같습니다.
"영화를 만들면서 매번 배워가고 달라지는 것 같다. 내가 몰랐던 것들이 내가 사는 세상에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번 작품은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게 만드는 것이 영화'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많은 관객들이 사랑해주길 바란다."
- 이계벽 감독 인터뷰 중 (뉴시스 2019. 9. 4.)
<힘을 내요, 미스터리>의 흥행 실적은 좋지 않아 보입니다. 같은 시기에 개봉한 <타짜 : 원 아이드 잭>(168만 명), <나쁜 녀석들 : 더 무비>(268만 명)에 비하면 초라한 관객수(88만 명)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개봉 6일차 기준)
200만 명 정도의 관객수를 확보 해야 손익분기점을 넘긴다는데, 부디 입소문을 타고 뒷심을 발휘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평범한 코미디 영화라고 생각하고 거르셨던 분들.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더 의미있는 영화니 꼭 영화관에 가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쿠키영상도 있어요!)
<힘을 내요, 미스터리>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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