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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독서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리뷰 : 복수는 버티는 자의 것이다

by 꿈꾸는 강낭콩 2020. 3. 16.

MBC 김민식PD님의 신간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를 읽었습니다. 본업이 드라마PD이시지만 저는 이 분을 드라마보다 책으로 훨씬 더 많이 접하고 있네요.

그만큼 영향도 많이 받았습니다. 이 책이 나오기 전에 저자의 책 세 권을 읽었는데요. <영어 책 한 권 외워봤니?>, <매일 아침 써봤니?>, <내 모습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가 바로 그 책들입니다.

주제는 조금씩 다르지만, 세 권 모두 여러 모로 힘든 직장생활을 어떻게 이겨내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어요.

제가 김민식 피디님의 책을 접했던 건 2018년 초 <매일 아침 써봤니?>가 처음이었습니다. 그 책에서 끝나지 않고 피디님의 과거 출간 책, 그리고 신간이 나오는 족족 사서 읽었던 건데,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면 최근 2, 3년간 제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만큼 많이 방황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어요.

월급 받아 생활하는 직장인이라면 다들 그런 고민은 해보셨을 거예요.

이 회사는 내가 계속 몸담을 만큼의 비전이 있나? 다른 회사는 훨씬 좋다던데 우리 회사는 이게 뭐지? 계속 이렇게 시키는 일만 하다 보면 나만 정체되는 것 아닐까? 회사를 나가게 되면 뭐 먹고 살지?

이런 생각들은 대개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대한 불만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저도 한 회사에서 경력이 5년을 넘어가니 부정적인 생각들이 스멀스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예쁜 구석이 하나도 없어 보였어요.

남몰래 이직 시도도 많이 했습니다. 어떻게든 탈출해보려고 발버둥을 쳤어요. 결국은 다 실패했는데, 심적으로 참 힘들었습니다. 회사 동기들, 선후배들은 이직해서 승승장구 하는데 능력이 부족해서 이 회사에 계속 남아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회사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 것도 많았고, 미래가 보이지 않아 회사를 향한 분노만 쌓여갔습니다.

하지만 <매일 아침 써봤니?>를 읽고 난 뒤 많은 것이 바뀌었어요. 수동적인 자세로 회사가 움직이는 방향에만 몸을 맡기지 않고, 능동적으로 회사 밖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 노력했습니다.

김민식 피디님은 이번에 출간한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에서도 힘든 직장 생활을 이렇게 하면 버틸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직장 생활이 힘들 때 나는 어떻게 하는가?

첫째, 회사일과 별개로 즐거운 취미를 찾아본다. 그것은 이미 잘하는 일일 수도 있고, 앞으로 잘하고 싶은 일일 수도 있다. 잘하는 일을 할 때는 자부심을 느끼고, 잘하고 싶은 일을 할 때는 성장하는 보람을 느낀다.

(중략) 둘째, 직장 밖에서 사람을 만난다. (중략)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나를 내어준다. 회사에서 맺은 관계로만 하루를 채우지 않는다.

셋째, 조금 더 긴 시간의 관점에서 현재의 나, 현재의 회사를 바라본다. (중략) 입사하고 10년이 넘은 사람이라면, 앞으로도 10년 이상 버틸 공산이 크다. 지금 회사의 위기가 10년째 지속되고 있다면, 앞으로도 10년 이상 갈 수 있다. 하지만 생긴 지 얼마 안 된 문제라면, 사라지는 것도 금방일지 모른다.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p. 191 ~ 193

위 세 가지 중에서 첫 번째로 나온 이야기만 시도해도 훨씬 나은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제가 찾은 '회사일과 별개로' 할 수 있는 취미는 바로 글쓰기였는데요.

네이버 블로그, 브런치, 티스토리까지 플랫폼을 조금씩 바꾸긴 했지만 꾸준히 글을 쓰면서 소소한 성과들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되니까 신기하게도 직장에 대한 불만이 조금씩 사라졌습니다. 한 번은 회사 동료들과 점심시간에 모여서 한창 뒷담화를 하다가 제가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난 그래도 이 회사가 나한텐 고마운 존재다. 만약에 회사가 너무 완벽하고 그래서 애사심이 넘쳤으면 나는 회사 밖에서 혼자 뭘 해보려는 생각은 절대 안했을 거다. 나를 움직이게 해줬으니 얼마나 감사하냐." 

그랬더니 이 말을 들은 동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며 '입틀막' 하더군요. 긍정의 아이콘이라나요. 

사실 이 생각도 여러 책을 읽으면서 정립된 생각이었어요. 이번에 읽은 책에서도 다시 한번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침마다 늘 하던 108배를 파업 시작하고는 하지 않았다. 절을 할 때마다 자꾸 김재철 사장의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산란해졌다. 스님께 물었다.

"절을 할 때 미운 사람 얼굴이 자꾸 떠올라 마음이 흐트러집니다. 미운 사람을 생각하며 그 사람 나가게 해달라는 절이 과연 수행일까요?"

"미운 사람이 생각나면 그 사람에게 감사하다는 절을 올리면 됩니다."

"네? 그분께 감사의 절을 올리라고요?"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요? '나는 선배가 되어도 저렇게행동하지 말아야지. 나는 나이가 들어도 저렇게 살지는 말아야지.' 그는 내게 교훈을 주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을 불가에서는 역행보살이라 부릅니다. 미운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덕에 내가 깨닫고 배우는 것에 감사한 마음으로 절을 하시면 어떨까요?"

하루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회사고, 가장 자주 만나는 사람이 직장 상사인데, 그 시간이 괴롭고 그 사람이 밉다면 마음은 지옥이 된다.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p. 149

그렇다고 제가 그동안 핍박 받아왔던 MBC의 수많은 직원들처럼 유배지로 쫓겨나거나 업무에서 배제되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다만 직장 상사들 중에서 본받을 만한 사람이 없어서 그게 너무 힘들었어요.

제가 불교를 믿고 공부했었더라면 좀 더 일찍 긍정의 아이콘이 될 수 있었을 텐데 좀 아쉽습니다. 이토록 많은 역행보살을 주변에 두고 있었을 줄은 미처 몰랐네요.

하지만 그나마 그 정도였기에 지금껏 직장 생활을 잘 버텨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자인 김민식 피디님 외 다른 MBC 구성원들처럼 처절하게 싸우고 깨지고 좌절하지 않아도 됐으니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만약 내가 이명박, 박근혜 정권 당시 MBC 직원이었다면, 우리 회사가 그 정도 상황이었다면 이렇게 잘 싸울 수 있었을까?' 자문해보기도 했습니다.

2017년 촛불 정국이 시작됐을 때, MBC 노조는 집회를 열고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그때 인터넷 뉴스에 댓글이 달렸다.

"지난 몇 년간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잘 먹고 잘 살다가 이제 판 바뀔 것 같으니까 숟갈 얹으려고 기어 나오는구나."

싸늘한 여론에 조합원 사이에서 싸움의 동력이 팍 꺾였다. 그 댓글을 보고 정말 두려웠다. 노조가 '아, 그렇구나.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우리는 그냥 부역자구나. 이제 정상화는 틀렸구나'라며 싸우지 않는 것이 바로 김장겸 사장과 그 일당이 바라는 바니까.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p. 218

저는 댓글을 달지는 않았었지만, 그렇게 생각은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2012년 파업 이후, MBC가 서서히 망가져갈 때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느냐. 왜 더 싸우지 않았느냐. 왜 더 목소리를 내지 않았느냐.' 하고 말이죠.

그런데 책을 읽어 보니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게 아니었습니다. 각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었던 거였어요.

2017년 1월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를 출간했을 때 <PD저널>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다. 인터뷰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이 정말 잘 팔렸으면 좋겠다. 베스트셀러가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기를 바란다. '드라마 피디가 왜 드라마는 안 만들고 영어공부 책을 쓰고 있지?' 저만의 문제가 아니다. 언론인의 꿈을 꾸고 기자, 피디로 살겠다고 MBC에 온 사람들이, 파업이 끝난 지 5년인데 아직도 현업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중략)

유배지에 있는 동안 영어 학습서를 쓴 것도 내게는 싸움의 일환이었다. 나의 싸움을 세상에 알리기 위한 방법이었다. '그동안 잘 먹고 잘살다 이제 기어 나오느냐?'는 빈정거림이 내게는 상처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빈정거림에 기가 죽어 MBC를 적폐 세력의 최후의 보루로 만들어주는 게 두려웠다.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p. 218 ~ 219

김민식 피디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해고되었던 최승호 피디는 영화 <자백>, <공범자들>을 만들어 정권에 부역했던 MBC 경영진들에 통쾌한 한 방을 날립니다.

그리고 MBC로 복귀하죠. 무려 MBC의 사장이 되어 돌아옵니다. 

이 책 속의 소제목 중 하나처럼 정말 '복수는 버티는 자의 것'이었네요.

회사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은 너무 많이 하지 않기로 마음먹긴 했지만, 그래도 저는 여전히 회사를 향한 복수를 꿈꿉니다.

머리에 빨간 띠를 두르고, 조끼를 입고 구호를 외치는 일이 아니더라도요. 누가봐도 더 좋은 회사로 이직을 하든, 홀로서기에 성공하든, 아니면 끝까지 버티든. 어떤 어려움이 닥쳐와도 이겨낼 겁니다.

버틸 것인가, 싸울 것인가. 참 어려운 질문이다. 누구와 무엇을 하며 버틸 것인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맛난 것 먹고 즐거운 일을 하며 버틴다. 언제까지 버틸 것인가?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는 한, 버틴다. (중략)

힘든 시간, 조금이라도 즐겁게 버텼으면 좋겠다. 회사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낼 때, 하루하루 축제처럼 즐기고 싶었다. 꽃이 피면 벚꽃 축제장을 찾고, 여름이 오면 물놀이 축제에 가고, 가을이 오면 단풍 축제에 갔다. 징벌의 시간을 즐거움으로 채우며 살았다. 그 즐거움의 힘으로 언젠가 싸울 수 있기를! 스스로 응원하면서.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p. 193 ~ 194

직장 생활로 힘들어 하시는 분들이라면 김민식 피디님의 책은 꼭 읽어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밖에 주목한 문장들]

1. 그렇게 선배에게 들이받고 쫓겨간 <논스톱>이 오히려 출세작이 됐다. 고분고분 참거나 순응하지 않은 덕에 즐거운 인생이 시작됐다. 이제는 살다가 나를 괴롭히는 인간을 만나면 생각한다. 

'그래서 이 양반은 내게 또 어떤 행운을 안겨줄까?' (p. 44)

2.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에는 사회 심리학자 에드워드 데시의 창의성 연구가 소개된다. 

사람이 창조성을 발휘하여 리스크를 무릅쓰고 나아가는 데는 당근도 채찍도 효과가 없다. 다만 자유로운 도전이 허용되는 풍토가 필요하다. 그러한 풍토 속에서 사람이 주저 없이 리스크를 무릅쓰는 것은 당근을 원해서도 채찍이 두려워서도 아니다. 그저 단순히 자신이 그렇게 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실패하는 사람도 보듬고 보살필 줄 알아야 조직의 경쟁력이 살아난다. 막내들에게 도전과 창작의 기회를 주는 것이 기존의 MBC였다. 김재철 치하에서는 막내들에게 기회 대신 최하 등급의 트라우마를 안겼다. 왜? 인사고과 매기는 상사의 말을 잘 듣는 사람을 만들려고. (p. 87)

3. 그러다 2012년 2월, 난생 처음으로 마라톤 하프 코스에 도전했다. (중략) 완주할 확신은 없었다. 승산은 없지만, 목표는 있었다. 꼴찌가 되는 것이었다. 

'가장 먼저 출발해서 가장 나중에 들어오는 주자가 되자.'

그날 나는 'MB 낙하산 김재철은 퇴진하라'는 구호가 등에 적힌 조끼를 입고 뛰었다. 마라톤에 나서며 세운 목표는 하나다.

내 등에 새겨진 '김재철 퇴진', 그 문구를 가장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 그 방법은? 초반에는 맹렬하게 달려서 맨 앞으로 치고 나가고, 1위가 되자마자 곧장 차례차례 추월당해 꼴찌가 되는 것이다.

모든 주자가 내 등의 글귀를 읽고 나를 지나칠 테니까. 태어나서 처음으로 꼴찌를 목표로 달렸다. 달리는 내내 즐거웠다. 나를 지나치는 많은 이들의 격려와 응원을 업고 달렸으니까.

때로는 꼴찌를 목표로 시작하는 싸움도 있다.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한 싸움도 있다. (p. 121 ~ 123)

4. 승산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지 않는다. 싸워야 할 때 달아나지 않는 것이 인생에 대한 예의다. 승패에 집착하기보다 과정을 즐긴다. 결과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때로는 처참하게 질 수도 있다. 그것 역시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로 살면, 도전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기는 싸움만 하려고 들면, 승산이 없을 때마다 달아나게 된다.

그렇게 도망 다니며 살면 인생에서 배우는 게 없고 남는 게 없다. 지는 싸움에서 더 크게 얻는다. 싸우지 않을 이유가 없다. (p. 131)

5. 세상을 바꾸려고 노력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 힘들다고 하셨는데요.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이 어디에서 출발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세상을 긍정하느냐, 부정하느냐.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을 긍정하고, 행복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더 좋은 세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노력한 사람은 그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도 좌절하지 않습니다. '그래, 다음에 더 잘하면 되지, 뭐.' 하고 가볍게 마음을 돌이킵니다.

그러나 세상을 부정하고 '이런 세상에서는 죽어도 못 살겠다. 괴로워서 못 살겠다. 반드시 바꿔야만 해'라고 마음먹은 사람은 그 시도가 실패하면 좌절하고 세상에 대한 원망과 분노만 쌓입니다.

이건 세상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데 좋은 자세가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긍정하고, 다만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따름입니다. 그래야 상처가 깊지 않습니다. (p. 151 ~ 152 / 법륜 스님의 강연 내용 중)

6. 인사위 출석을 앞두고 소명서를 A4 용지로 55쪽 썼다. 집에서 소리 내어 읽으며 리허설해보니, 다 읽는 데 다섯 시간 넘게 걸렸다. 오후 다섯 시에 인사위를 여니까, 임원들과 함께 불타는 금요일 밤을 보낼 각오로 나갔다. (p. 244)

7. 이용마의 말대로 우리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아니, 바꿔야만 한다. "이 사회를 지금부터 바꾸어나가야 우리 아이들 세대에 이르러서는 더욱 아름답고 평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지 않겠는가." 이용마의 꿈이 이루어지길 함께 소망한다. (p. 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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