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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확행의 기록/영화

영화 <너의 결혼식> 리뷰 : 결국 사랑은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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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이 포함된 리뷰입니다. 스포에 주의하세요!

영화 <너의 결혼식>을 봤습니다.

일부러 찾아 봤던 건 아니고요. TV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OCN에서 하는 걸 우연히 발견했는데, 저도 모르게 끝까지 봐버렸네요.

완전 처음부터 본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초반부여서 내용을 금방 캐치할 수 있었어요.

게다가 영화 자체도 흡입력이 좋아서 바로 몰입이 됐습니다.

저는 사실 이런 멜로영화 보다는 범죄,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비주얼과 남다른 연기를 보고 있자니 다른 채널로 넘어가지지가 않았어요.ㅎㅎ

영화 스토리도 '그래서 결국 저 둘은 잘 되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자연스럽게 생겨날 정도로 잘 짜여 있었어요. 어색한 구석도 딱히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너의 결혼식>은 우연(김영광)과 그의 첫사랑 승희(박보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영화가 '첫사랑'에 대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너의 결혼식>의 명대사 하나를 살펴볼까요.

결국 사랑은 타이밍이다. 내가 승희를 얼마나 간절하게 원하는지 보단, 얼마나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하느냐가 더 중요하고 그게 운명이고 인연인 거다.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는 것. 그것은 영화 속에서 우연의 첫사랑이 결국 이루어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그려집니다.

학창시절엔 어느 날 승희가 집안일로 훌쩍 떠나버렸고, 대학생이 돼 다시 만났을 땐 승희에게 남자친구가, 또 나중엔 우연에게 여자친구가 있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둘은 연인관계가 되지만 이번에는 각자의 상황이 서로를 힘들게 하며 헤어지게 되죠.
시간이 흘러 승희는 다시 우연을 찾아옵니다.

이 대목에서 우연도, 영화를 보는 사람도 '혹시...?'하고 기대를 하지만 승희는 우연에게, 결혼 소식을 전합니다. 너무나 밝은 모습으로요.

어떻게 이토록 타이밍이 서로 안 맞을까 싶은데, 사실 현실에선 첫사랑뿐만 아니라 모든 남녀간의 만남이 그렇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 타이밍이고, 인연, 운명이란 게 있는 거다.

저는 제가 결혼을 하는 과정에서 그런 걸 참 많이 느꼈거든요.

(영화 이야기에서 갑자기 제 얘기로 흘러가는 것 같아 당황스럽지만ㅎㅎ좀 얘길해 보자면..)

지금의 아내를 처음 만났을 당시 저는 결혼은 둘째치고 연애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어요. 꽤 오랜 기간의 연애를 끝낸 지 불과 한 달이 조금 지났을 때였거든요.

그런데 직장동료가 지속적으로 등을 떠밀어 얼떨결에 소개팅을 하게 됐습니다. 거기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어요.

별 생각 없이, 기대 없이, 또 아무런 준비 없이 나갔었는데 대화도 잘 통하고 좋았어요.

이후 평일에도 거의 매일 만나 데이트를 하면서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었고요. 결국 결혼 얘기까지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결혼을 결정하고 나니까 갑자기 회사 업무가 바뀌면서 바빠지기 시작했어요. 그 전까지는 칼출근에 칼퇴근이 가능하던 일을 하고 있어서 평일에도 마음껏 여자친구와 함께 놀 수 있었는데 상황이 바뀐 거죠.

만약 소개팅을 했을 당시나 직후에 그렇게 바빴다면 연애와 결혼, 둘 다 하지 못했을 거예요. 아내도 저를 결혼상대로 생각하지 않았을 거고 저도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여유롭지 않았을 테니까요.

아내의 상황을 봐도 그렇습니다. 아내가 당시 소개팅을 할 수 있었던 건 준비하고 있던 시험에 합격하고 막 취업에 성공했기 때문이었는데요.

만약 아내가 <너의 결혼식>의 우연(김영광)처럼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힘들어하고 있었다면, 소개팅에 나올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았겠죠.

설령 연애를 시작했다 하더라도 서로 힘들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개인적으로 힘든 상황에 처해있으면, 모든 것에 다 불만이 생기잖아요. 연인이라고 해도 예외가 아닙니다.

저의 경우, 아내와 저 둘 다 결혼까지 결정하기에 안정된 상황과 마음가짐이 있었기에 지속적 만남이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결국 이런저런 타이밍이 정말 잘 맞았다'라고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인연, 운명, 이런 말을 믿습니다. 특히 결혼이란 건 절묘한 타이밍들이 빚어낸 예술 같은 거거든요. 뭐 하나라도 어긋나면 쉽게 할 수 없는 게 결혼입니다.

특히 둘 사이 아이까지 생기면 운명이란 게 진짜 있나보다, 하고 생각하게 돼요.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다른 상황에 놓였다면 이 아이는 태어나지 않았겠지' 하고 말이죠.

당장 원하는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너무 슬퍼하거나 절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마음이 아프겠지만, '걔랑은 인연이 아닌 가벼', '여기까지인가벼' 하고 이겨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계속 과거에 얽매여 지내는 건 자신에게도, 그리고 후에 만나게 될 다른 연인에게도 예의가 아니니까요.

얘기를 정리할 겸, 영화로 돌아가볼까요.

우연은 고심끝에 첫사랑 승희의 결혼식에 찾아갑니다. 무슨 사고를 치려나? 하는데 신부대기실에서 승희를 보고 덤덤하게 말해요.

야 환승희. 나 진짜 후회 많이 했다. 널 아프게 한 거. 널 만난 거 후회했다는 말. 사실은 그 반대야.

나 요즘 되게 행복해. 그게 다 네 덕이야. 네가 있어줘서 새로운 꿈도 생겼고, 대학도 가고, 좋은 친구들도 만나고, 선생님도 되고.

네가 옆에 있어줘서 이렇게 바뀐 거야. 대책없이 살 뻔한 놈, 네가 사람 만들어 준거야.

내 인생에 불쑥 나타나줘서 고맙다. 환승희.

잘 살아. 많이많이 행복하고.

우연은 과거 취업이 되지 않고 여러모로 인생이 힘들었을 당시, 그 이유를 승희와의 연애에서 찾았습니다.

그렇게 원하던 승희와의 만남을 후회한다고도 말하죠. 그게 이별의 이유가 됐던 건데요.

하지만 승희의 결혼으로 우연은 마음을 다잡고, 저런 멘트를 남기며 훌훌 털어버립니다.

신부 입장까지 지켜보고 돌아서는 우연의 뒷모습이 왜 그렇게 짠하던지...

그런 우연을 보고 신랑을 향해 걸어가던 승희의 미소에서도 뭔가 알 수 없는 오묘한 감정이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해피엔딩인듯 새드엔딩인듯, <너의 결혼식>은 그렇게 여운을 남기고 끝이 납니다.


어디 영화관에 가서 본 영화도 아니라서 리뷰 쓸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는데 끼적이다 보니 또 글 한 편이 나왔네요.

제 개인적 얘기가 들어간, 매우 사적인 리뷰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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