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쯤, 대학 강사로 일하고 있던 친구로부터 한 시간 특강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아직 업무와 관련한 경력이 비루하다고, 스스로 생각했던지라 처음엔 거절을 했었는데요. 그래도 한번 생각해보라는 친구의 말에 좀 더 고민을 해보았고, 또 언제 이런 기회가 오겠나 싶어 결국 승낙했습니다.
정확히 얘기하면 질의응답 포함 1시간 30분 정도의 강의였습니다. 대학생 때 간단한 프레젠테이션 하는 것도 꺼려하던 저였는데, 막상 강의 준비를 하려니 겁이 나더군요.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고민하며 강의 원고를 써 내려가는데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았습니다.
주제를 바꾸기만 서너 번. 그러다 정신을 차려보니 강의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와 있었어요. 멘붕에 빠질 뻔했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생각했습니다.
'욕심 부리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에 집중하자.'
'강의'라고 하니까 처음에는 거창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컸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하려고 하는 이야기와, 지금까지 저의 경험 사이에 간극이 생길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마음을 내려 놓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무엇일지에 집중하다 보니 꽉 막혔던 강의 원고가 조금씩 술술 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참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최근 <파워블로그의 첫걸음, 블로그 글쓰기> (이재범, 2016) 라는 책을 읽다가 문득,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미국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대중 앞에 나서서 연설하는 것이다. 청중 앞에 나서서 말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면 떨리더라도 끝까지 말할 수 있다. 머리가 텅 비어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상태가 된다고 해도 할 말은 있게 마련이다. (p. 35)
저의 경험을 기반으로 강의 내용을 구성하니, 좀 떨리기는 했지만 강의가 끝날 때까지 말하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제가 하는 말의 내용에 대해 확신할 수 있으니 말 끝을 흐리지 않고 명확하게 말할 수 있었고요.
블로그 글쓰기도 이와 마찬가지다. 블로그에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지 고민할 시간에 자신이 경험한 것을 떠올려보자. 당신이 인생을 살았던 시간만큼 쓸 이야기는 넘쳐난다. (p. 37)
글을 쓰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곤 합니다. 매일같이는 아니지만 작년 초부터 지금까지, 나름 꾸준히 글을 써왔는데요. 어떨 때는 머리를 쥐어뜯어야 겨우 완성할 수 있을 만큼 글이 써지지 않는데, 또 어떤 날은 장문의 글도 30분 만에 휘리릭 써집니다.
왜 그런가, 나중에 생각해보면 실제 내가 경험한 일 또는 내가 한번이라도 생각해본 것에 대해 쓰느냐 아니냐가 중요했던 것 같아요. 내 경험, 내 생각에 대해 편하게 풀어놓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반면 직접 해보지 않은 일이나 생각에 대해, 글을 쓰기 위해 머리를 굴리기 시작하면 진도가 쉽게 나가지 않아요.
글을 쓰는 것은 거창하지 않다. 자신에게서 시작하는 것이 글쓰기의 첫걸음이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글을 쓰고 싶다면 나로부터 출발하자. 내 경험을 남에게 설명할 사람은 이 세상에 딱 한 명뿐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다! (p. 38)
그래서 요즘은, 블로그 글쓰기보다는 일기쓰기를 즐겨합니다. 일기를 블로그에 쓰면 되지 않느냐고요? 됩니다, 되죠. 그런데 저는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일단 블로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되는 것인데, 블로그 글쓰기 창을 열면 저도 모르게 그걸 의식하게 되고, 그러니까 글이 편하게 써지지 않더라고요. 핑계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래서 생각해낸 게 에버노트를 활용하는 것이었어요. '일기'라는 노트북을 생성하고 하루하루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그날 있었던 일, 했던 생각, 읽었던 책,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쓸 수 있습니다. 잘 쓰면 어떻고 못 쓰면 어떤가요. 어차피 저 혼자 쓰고 저 혼자 보는 글인데요.
글을 써서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냐고, 또 누군가는 물을 수도 있겠죠. 물론 전혀 공개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일기를 쓰다 보면 '이건 공개해도 되겠는데?' 싶은 글이 생기거든요. 일단 매일매일 쓰다 보니 '생산량'이 많아지고, 그만큼 '상품가치'가 있는 물량도 하나둘 만들어집니다.
블로그를 해보고 싶은데, 내 이야기를 해보고는 싶은데, 어떻게 할지 몰라 망설여지시나요? 그럼 먼저 혼자만이 볼 수 있는 곳에 일기를 써보세요. 그냥 기록하듯이, 독백하듯이, 또는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듯이 편하게 써내려가다 보면 진심 어린 나의 글들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게 눈에 보일 것입니다.
그러다 정말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가 눈에 띄면 그 글을 블로그로 옮겨보세요. 그 누구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나만의 콘텐츠'는 그렇게 만들어집니다.
글쓰기,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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