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갈망하는 월급쟁이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10년 후, 20년 후에도 나는 이 회사에 다니고 있을까?'
'아니라면 어떤 일을, 어떤 모습으로 하고 있을까?'
사실 이런 질문은 '미래에 대한 걱정'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저도 가끔 10년, 20년 후를 상상해봅니다.
위 질문에 대한 저의 대답은 '어쨌든 이렇게 계속 살고 싶지는 않아!'였습니다.
지금 딱히 대안이 있는 건 아닙니다.
다만 월급쟁이로 계속 남는다면, 인생은 계속 회사를 기준으로 돌아갈 거란 생각,
그리고 그게 향후 퇴직할 때까지 반복될 거란 생각에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던 겁니다.
요즘처럼 취업이 힘든 시기에 무슨 배부른 소리냐고요?
물론 이런 얘기가 적절치 않을 수 있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그만큼 어딘가에 소속돼
오랜 기간 많은 시간을 바쳐 일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닙니다.
따박 따박 월급을 받지만
돈으로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에 대한 아쉬움이 마음 한 편에 계속 맴돕니다.
그 '무언가'는 바로 '자유'입니다.
도유진 작가의 책 <디지털 노마드>는
직업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자유'를 찾아 나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자유를 찾아 나선 사람들, 디지털 노마드
디지털 노마드는 '유목민'을 뜻하는 라틴어
'노마드(Nomad)' 앞에 '디지털'이 붙어 생긴 신조어입니다.
정보 기술의 발달로 장소에 제약 받지 않고
세계 어느 곳이든 원하는 곳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라고 일컫는다.
디지털 노마드의 시작은 '원격근무'의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원격근무란 사무실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온라인(원격)'으로 일하는
모든 종류의 업무 형태를 뜻한다.
그리고 그 범주 안에 집에서 일하는 '재택근무(WFH, work from home)',
장소를 이동하며 일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디지털 노마드'가 포함된다.
(p.19~20)
<디지털 노마드>를 읽고 나면 '디지털 노마드'의 등장은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생겨난 '필연적 현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디지털 노마드의 등장이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은 데에는 몇 가지 공통된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대도시의 생활비다.
(중략) 일자리를 걱정하지 않고도 보다 나은 주거 환경을 찾아서,
더 나은 삶의 질을 찾아 원하는 도시로 떠나는 것,
그것이 많은 디지털 노마드들이 길을 떠나는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 이유는 장소 선택의 자유가 주는
다양한 삶의 선택지를 들 수 있다.
출퇴근 하나만 사라져도 우리에게는 상상 이상으로
다양한 가능성이 열린다.
세 번째 이유로는 생산성을 들 수 있다.
원격근무의 효율을 이야기할 때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바로 출퇴근에 시간과 체력을 소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p. 32 ~ 33)
이 책에는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를 가능케 한 기업 경영자들의 이야기가 소개돼 있습니다.
'워드프레스'라는 오픈소스 콘텐츠 관리 소프트웨어를 만든 기업 '오토매틱'.
협업 관리 소프트웨어 '베이스캠프'를 개발한 기업 '베이스캠프'.
프리랜스 플랫폼 회사 '톱탤' 등을 사례로 들어,
'원격근무', '디지털 노마드'는 이미 전 세계적인 흐름이 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인데도
읽는 내내 낯설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마 책에 언급된 사례들 대부분이 우리의 현실과는
너무 먼 얘기처럼 보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최근에서야
'삶의 질'에 대해 관심을 갖고 변화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죠.
그와 얽혀있는 이해관계자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쟁취하려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끝까지 막으려 했어요.
그렇게 사회적 갈등이 생겨났죠.
그런 점을 생각해보면,
원격근무를 통해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정말이지 비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책 후반부에 근무 환경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국내 기업 사례들이 (아주 조금) 나오기는 합니다.
2016년 '스마트 근무제'를 도입한 신한은행,
재택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는 KT콜센터와 CJ오쇼핑 콜센터 등
느리지만 우리 사회에도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하지만 이런 작은 변화 말고, 디지털 노마드의 삶이
우리나라에서 '진짜' 현실이 되려면 과연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두고도, 노동자들의 삶보다
기업의 입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왔던 게 우리나라의 현주소입니다.
예컨대 근무 시간을 정상화하면 인력을 추가로 더 고용해야 하고,
인건비가 오르니 경영 환경이 '악화'된다는 이야기.
이와 같은 기업 입장에서의 우려는
그동안 우리가 개개인의 삶을 뒤로 한 채, 얼마나 앞만 보고 달려왔는지 알게 해줍니다.
세상은 변하고 있습니다. 아니, 이미 변했습니다.
지구 반대편의 수많은 '디지털 노마드'들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2018.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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