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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확행의 기록/영화

이 시대 모든 직장인들을 위한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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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봤습니다. 오랜만에 시간이 나서 넷플릭스를 항해하다가 어렵게 고른 영화였습니다.

 

넷플릭스에는 영화, 드라마가 무수히 많죠. 이게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습니다. 특정 콘텐츠가 보고 싶다고 콕 집어놓고 검색을 하지 않으면 어떤 걸 볼지 고민하다가 시간이 다 흘러가버려요. 그러다 결국 아무것도 못 보기도 하고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고심 끝에 골랐던 이유는, 우울한 일상에 활력을 불어 넣어 줄 영화가 필요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는 없었지만 이 영화는 왠지 저의 무기력감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줄 수 있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모르긴 몰라도 제목과 포스터에서 약간의 판타지가 느껴졌습니다. 잠시나마 복잡한 현실을 잊게 해줄 영화이겠지? 하고 주인공 '월터 미티'의 이야기에 집중해보았습니다. 

 

 

주인공 '월터 미티'는 미국의 유명 잡지 '라이프'지에서 10여 년 동안 근무해 온 직장인이었습니다. 시대의 변화 속에서 '라이프'지는 온라인 잡지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었고 회사는 구조조정에 들어갔어요. 월터 미티 또한 예외는 아니었죠.

 

월터 미티는 잡지에 들어가는 사진 작업을 담당하고 있던 직원이었습니다. 폐간 전 마지막 호의 표지를 장식할 사진을 골라 작업하는 것도 그의 몫이었어요. 

 

 

그런데 문제가 생깁니다. 사진 작가 숀 오코넬로부터 필름 통을 넘겨 받았는데, 숀이 표지에 쓰라고 언급한 사진의 필름이 아무리 찾아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담당자인 월터는 조바심이 납니다. 평소 소심한 성격으로 상상 속에서만 온갖 용기를 내던 그는 이번엔 현실에서도 용기를 내봅니다. 머나먼 타지를 떠돌고 있을 사진 작가 숀 오코넬을 직접 찾아 나선 건데요.

 

표지에 쓰일 사진의 필름을 찾고 말겠다는, 그게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 숀 오코넬을 만나서 답을 찾고야 말겠다는 집념 하나로 온갖 모험을 헤쳐 나갑니다. 그리고 결국 숀을 만나게 되죠. 

 

 

숀으로부터 마침내 들을 수 있었던 필름의 행방은 정말 허무한 것이었습니다. 굳이 숀을 찾아 산전수전을 다 겪을 필요가 없었던 거였죠.

 

하지만 힘들었던 여정을 통해 그만큼 성장하게 된 월터 미티. 그는 라이프 지의 구조조정 선봉에 섰던 (재수 없는) 냉혈한 테드 헨드릭스 앞에 당당하게 나타나 라이프 지의 마지막 표지가 될 사진 필름을 건넬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마음에 두고 있던 여인 셰릴 멜호프에게도 용기 있게 진심을 전하게 되죠. 

 

두 팔을 걷어 부치고 숀을 찾아나서기 전까지만 해도 월터는 자존감이 매우 낮은 직장인에 불과했습니다. 이성을 만나기 위해 가입한 데이팅 서비스에서 본인의 프로필조차 자신있게 채우지 못했죠. 가본 곳도 없고, 경험해본 것도 별로 없는, 스스로를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인식했던 겁니다.

 

다만, 그와 오랜 세월 사진으로 소통해왔던 숀 오코넬만은 월터의 진가를 알고 있었습니다. 숀이 건넨 라이프 지의 마지막 표지 사진은 바로 본인의 업무 앞에서 늘 진심이었던 월터의 모습을 담은 것이었거든요. 

 

 

그러고 보니 월터는 숀을 찾아 나선 여정을 통해 '성장'한 것이라기 보다는, 그동안 본인의 진가를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었다'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 속 이야기가 끝날 무렵, 월터는 본인의 프로필을 자신있게 채워나가는 자존감 높은 사람이 되어 있었어요.


직장에 얽매여 월급쟁이로 살아가는 저의 신세를 한탄하고 스스로를 한없이 낮춰 보던 때가 있었습니다. 직장에는 내 미래가 없다며, 어떻게 하면 이 현실을 타파할 수 있을지 궁리했었죠.

 

그러면서 제 직업에 대한 애정, 사명감은 점점 흐려져 갔습니다. 어느새 저는 제 일을 잘 해낼 자신도, 잘 하고 싶은 의욕도 없는 상태에 놓이고 말았습니다.

 

직장인에게는 정말 미래가 없는 걸까요?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보고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직장인도 얼마든지 상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고요. 미래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요. 

 

제가 좋아하는 몇 안 되는 TV 프로그램 중 <유퀴즈>가 있습니다. 거기에 보면 가끔 월급쟁이 직장인들이 나오곤 하는데, 그중에서도 본인이 맡은 바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고, 또 담당한 분야에서 만큼은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분들은 언제나 눈길을 끕니다.

 

식품회사에서 평생 라면스프만 개발해오신 분, 학교 영양사로 일하며 학생들에게 최고의 식단을 제공해오신 분 등 본인의 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일해오신 분들의 이야기는 볼 때마다 인상 깊었습니다. 행복해보이셔서 부럽기도 했고요.

 

저는 지금껏 이 회사를 나가야만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살아왔습니다. 직장에서 맡은 일을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늘 '언젠가는 그만둔다'는 생각이 마음 한 편에 있었기 때문에 프로의식 같은 건 없었어요.

 

하지만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보고, 또 <유퀴즈>에 나왔던, 본인의 직업에 진심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제 직업에 조금은 더 진지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고요.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든 간에, 스스로 떳떳하지 않으면 결국 빛날 수 없는 것이니까요. 

 

행복은 정말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상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보고 쓴 잡설이었습니다ㅎㅎ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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