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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후기

화제의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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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관련 지식이 그리 많은 건 아니지만 ‘우주’라는 주제는 저에게 항상,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와요.

생각해보면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랬던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때 우주소년단을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촌스럽지만 위아래가 하늘색으로 맞춰진 단복도 좋았고요. 방학마다 가는 캠프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별자리를 탐구했던 시간들도 참 재미있었습니다.

성인이 되어서는 우주와 조금이라도 연관성이 있는 영화가 나오면 어떻게든 놓치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이가 둘이나 있다보니 미쳐 보지 못하는 영화도 있지만, 기억해두었다가 나중에라도 기회가 되면 찾아보는 편이에요.


그런 성향이 있다보니,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승리호>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어요. 무슨 내용인지는 몰라도 일단 미래의 지구와 우주 공간이 배경이라고 하니 무조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승리호>는 애 둘 딸린 유부남인 저에게도 접근성이 용이한 영화였습니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넷플릭스에서 개봉했기 때문이었죠.

총평을 먼저 간단하게 말해보자면 이렇습니다. 초반부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영화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하기는 하나, 중후반부에 그 이야기들이 정리되기 시작하는 걸 보면 금세 빠져들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좀 유치해보이는 구석들이 있긴 했습니다. 일단 영화의 공간적, 시간적 배경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많다 보니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등장인물들의 대화들도 작위적이라고 느껴질 수밖에 없었던 건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볼 수 있었던 건 배우들의 연기가 전혀 어설프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거예요. 이럴 때는 정말 배우가 아무나 하는 직업이 아니구나 하고 느낍니다 ㅎㅎ

관객들이야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을 보지만, 배우들이 연기할 때는 다 갖춰진 상태로 하는 게 아니거든요. 일반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엄청 어색할 것 같은데 그런 내색 없이 극중 인물에 완전 들어가 있는 배우들의 모습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일 눈길을 끌었던 건 여성 캐릭터들이었어요. 특히 장선장 역할의 김태리 배우. 그가 연기한 작품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요. 예쁘장한 얼굴로 이렇게 터프한 역할을 하는 게 과연 잘 어울릴까? 했는데 너무 딱 들어 맞아서 놀랐어요.

조성희 감독 인터뷰 기사를 보다 보니 장선장이라는 캐릭터에 매력을 느낀 건 저뿐만이 아니었던 것 같더군요. 감독 인터뷰 내용 중 일부를 아래에 공유해볼게요.

- 영화는 태호를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장선장을 향한 반응이 뜨겁다. 매력적인 여성 리더는 어떻게 만들게 됐나.

컴퓨터를 잘하거나, 손재주가 좋다거나, 싸움을 잘한다거나. 이런 능력들로 부각되기보다는 팀 전체를 아우르는 캡틴, 그리고 커다란 인물처럼 보이길 원했어요. 사실 등장인물들 가운데 모든 사건의 실체에 유일하게 관심이 많은 인물입니다. 대의와 자신의 철학도 가지고 있고요.

이걸 어떻게 관객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알아주시니 기분 좋습니다. 구구절절 사연을 이야기하는 것도 좋지만 홀로 나아가고 사건 깊숙이 들어가고자 하는 의지만 보여주는 것도 멋질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 더팩트 2021. 2. 22. 조성희 감독 인터뷰 기사 중

역시 깊은 고민의 결과 만들어진 캐릭터였군요. 사건 실체에 유일하게 관심이 많은 인물이었다는 걸 영화를 보면서는 인식하지 못했는데, 생각해보니 정말 그러네요. 일례로, 도로시를 쫓는 검은 여우단으로부터 사건의 전말을 들을 수 있었던 건 장선장의 카리스마 있는 취조가 있었기 때문이었죠.


반면 아쉬웠던 캐릭터는 업동이였습니다. 유해진 배우의 연기를 모션 캡처해서 만든 작살로봇인데요. 목소리도 유해진 배우가 연기한 것을 그대로 썼습니다.

감독이 의도했던 대로 로봇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데는 성공했으나, 얼굴 표정을 표현하는 데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는 로봇인지라 목소리와 모션이 따로 논다는 느낌이 없지 않았어요.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차라리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타스나 케이스처럼 약간 무미건조한 기계음 느낌의 음성을 썼더라면 어땠을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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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는 굉장히 재미있게 본 영화였습니다. 한편에서는 신파다, 유치하다, 뭐 그런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는 걸로 아는데요.

그래도 이 정도의 고퀄리티 우주 블럭버스터 영화를 우리나라에서 만들어냈다는 게 정말 놀라웠습니다. 거기에 배우들의 연기력과 스토리라인까지 부족함이 없어 보였어요.

다만 영화관이 아닌 넷플릭스에서 봐야 해서, 작은 스크린과 음향이 답답하게 느껴져 안타까웠는데요.

영화관에서 완벽한 사운드를 들려드리기 위해 많이 노력했는데 시청하시는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을 거예요. 가능하면 헤드폰을 쓰고 감상해주시길 바랍니다. - 조성희 감독 (‘더팩트’와의 인터뷰 중에서)

코로나 시국 이후에 꼭 극장에서 재개봉했으면 좋겠어요. 커다란 스크린 앞에서 빵빵한 음향을 느끼며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영화 <승리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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