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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상담 일지

신경정신과 첫 방문기 - 우울감, 무기력증 극복하는 방법 | 상담 1회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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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근처에 있는 신경정신과 중 한 곳을 방문했습니다. 스스로 느끼기에도 이 감정이 오래 지속되면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 같아서 서둘렀어요.

 

정신과에 대한 편견이 없어졌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병원에 들어서니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곳이다 보니 걱정되고 긴장도 많이 됐어요.

 

신경정신과는 신분증을 확인하더군요. 혹시 모를 돌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일까? 생각하며 신분증을 건넨 뒤에 제가 간호사로부터 받아든 것은 간단한 심리검사지였습니다. 

 

지금 제가 느끼는 우울감과 불안감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볼 수 있는 문항들이 있었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검사는 아니었습니다. 5분에서 10분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완료한 검사지를 제출하고 상담 예약 시간까지 조금 더 대기해야 했습니다. 병원에 막 들어왔을 때보다 더 떨리더군요ㅎㅎ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해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진료실 문이 열리고 의사의 안내를 받아 진료실로 들어갔습니다. 여자 선생님이셨는데 생각보다 젊으셔서 살짝 멈칫했어요. 그러면 안 되는데, 아주 잠시 그런 생각이 스치더라구요. 상담 경험이 많이 없으신 건 아닐까? 내 감정이 잘 치료될 수 있을까?

 

하지만 그 생각을 오래할 만큼 제 마음에 여유가 있지는 않아서 금세 그만두었습니다. 제 앞에 있는 의사가 누구든, 저는 편하게 툭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던 것 뿐이었으니까요.

 

자리에 앉아서 의사 선생님이 먼저 물었습니다. "어떤 것 때문에 오셨어요?"라고 하시더군요.

 

차분히 최근 저에게 있었던 일과 꽤 오랜 기간 제가 느끼고 있었던 감정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제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는 걸 스스로 느낄 수 있을 정도였는데, 그래도 이때까진 괜찮았어요.

 

그런데 이어지는 질문에 저는 눈물을 쏟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물으셨어요.

 

"그러셨군요. 회사에서는 어떤 점이 힘드셨어요?"

 

대답을 하려는데, 복직 후 마주했던 회사 동료들 얼굴이 스쳐지나갔어요. 하나 같이 웃음기 없는, 힘들어 하는 표정들이었죠. 복직을 한 뒤 한 사람 한 사람 만나서 들었던 근황들, 지난 1년간 회사에서 고생했던 이야기들도 떠올랐습니다. 

 

체감 상으로 2, 3분 정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울었어요. 무슨 말이라도 대답을 하고 싶은데 말을 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제가 진정할 때까지 아무말 없이 가만히 기다려주신 의사 선생님이 너무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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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할 수 있을 정도로 울음이 그쳤을 때, 조금씩 회사 이야기를 이어나갔습니다. 더불어 지난 1년 간 휴직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어요. 주로 육아와 코로나로 힘들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저의 이야기를 듣고 끄덕여주시고, 공감의 표현을 많이 해주셨어요. 더 구체적인 상황을 듣고 싶을 땐 제가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질문을 계속 던져주기도 하셨어요. 전반적인 분위기는 아주 편안했습니다. 

 

예정된 상담 시간은 30분이었습니다. 저에게 할애된 시간이 거의 마무리 되었을 무렵, 오늘 하루 나눠본 이야기와 병원에 와서 작성했던 검사지 결과를 바탕으로 의사 선생님이 진단을 내려주셨어요.

 

그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우울함이 이렇게 지속되고 있다는 건 상황이 안 좋은 건 맞다. 불안감도 있다. 지금 느껴지는 무기력함도 사람이 우울하면 당연히 그런 거다. 절대 이상한 일은 아니다. 

 

검사지 결과를 봐도 수치가 낮은 편이 아니어서, 약 처방을 좀 해드리면 좋을 것 같다. 약이 꽤 큰 도움이 될 거다. 바로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지만 2주 정도면 좋아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거다. 처음이니까 항우울제는 약하게 처방해드리겠다. 

 

 

그렇게 저는 상담 첫 날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를 일주일 치 받아들고 나오게 됐습니다. 사실 누군가를 앞에 두고 말도 못할 정도로 운다는 건, 자주 하는 경험은 아니기에 어떻게 보면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죠. 약한 모습은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게 사람 마음이니까요.

 

저는 진료를 마치고 밖에 나와서도 한참을 훌쩍였는데, 그래도 제가 느낀 감정은 부끄러움보다는 '상담 받으러 오길 잘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속에서 썩고 있던 여러 가지 덩어리들 중 적어도 하나는 빠져나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어쨌든 아주 조금은 후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연히 완벽히 나아진 건 아니었지만요.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도 요 며칠 아이들에게 냉랭하게 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많이 놀아줄 수 있었고, 또 마음에 여유도 좀 더 생겼음을 느꼈습니다. 다만, 우울증 약을 받아들고 왔다는 사실 자체로 아내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더라구요.

 

약 잘 챙겨먹고, 심리치료 잘 받으면서 얼른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되는 거겠죠. 서두르지 않고 마음 편히 진료에 임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신 분 중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우울감에 시달리는 분이 계신다면, 망설이지 마시고 전문가를 찾아가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단 한 번의 상담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더 이상 우울한 감정에 지배 당하지 맙시다!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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