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말, 복직을 앞두고 있던 시점부터 복직을 한 현재까지 극심한 우울감과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별 일 아닌 것 가지고 가족들에게 쉽게 짜증을 내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 가득합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이게 최근에 와서 저에게 벌어진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지난 1년 간 육아휴직을 하면서 하루를 온전히 즐겁게 보내본 적이 있었는지 기억을 떠올려 봤지만 없었습니다.
우울한 감정에 지배 당했을 때마다, 거기에서 어떤 우발적인 행동이 나올 때마다 제 자신이 참 낯설다고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 왜 이렇게 감정과 행동이 통제가 안 될까. 내가 이런 적이 없었는데, 내가 왜 이러지? 하고 말이죠.
그래도 30년을 넘게 살았는데, 우울감을 느낀 게 어디 이번이 처음이었겠습니까. 하지만 이번 만큼은 확실히 다른 것 같았습니다.
이 감정의 끝이 없을 것만 같고, 이대로 가다가는 언젠가 꼭 한번 사고를 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자신이 지금 상당히 위험한 상태에 있다고 스스로 인지하게 된 건데,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습니다.
결국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했습니다. 평소엔 세상 낙천적이고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었는데, (아니 어쩌면 그냥 그런 척 했던 건지도 모르지만), 정신 상태가 이러니 저도 모르게 포털 사이트에다 집, 회사 근처에 있는 신경정신과 정보를 검색하고 있더군요.
이 감정을 어떻게든 빨리 수습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점점 일상 생활에 주는 영향이 커지고 있어서였습니다. 복직한 회사에서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하고 싶던 이직에 대한 의욕도 제로에 가까웠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도 늘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저를 반가워하며 버선발로 뛰어나오는 아이들이 예뻐보이지도 않았습니다. 조금만 떼를 쓰고 어리광을 부려도 심기가 불편해져서 아이들을 쳐다보는 것도 힘들었어요. 당연히 제 얼굴은 늘 무표정이었습니다.
계속 이렇게 지내다간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너무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 저 또한 많은 것들이 무너질 것 같았습니다. 최대한 빠른 날짜로 신경정신과 상담 예약을 잡았습니다.
수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정신과 진료에 대한 편견이 있어서 이런 결정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요즘은 우울증과 같은 마음의 병을 대하는 사회 분위기가 많이 괜찮아져서 저도 망설임 없이 스스로 병원행을 택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아내에게도 알렸구요.
지금껏 겪어보지 못했던 세계라 걱정되지만, 한편으론 진짜 치료가 잘 될까, 된다면 어떤 과정을 통해 가능한 걸까 하고 궁금하기도 합니다.
상담 받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저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께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후기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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