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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상담 일지

신경정신과 상담 4회 차 후기 | "항우울제, 언제까지 먹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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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상담치료 4회 차가 되었네요. 일주일에 한 번씩 다녔으니 한 달은 되었다는 얘기죠. 

 

2020년 내내 수 차례 바닥을 쳤지만 극심한 우울감에 사로잡혔던 건 2021년 초부터였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약 3개월 동안 불안한 감정으로 고생을 했던 셈인데요.

 

정신과 상담치료를 받기 시작하고 한 달이 지난 이 시점에서 경과를 살펴보자면, 효과가 꽤 괜찮은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2주 정도는 약을 먹으면서도 다운됐던 감정이 올라오기는 하는 건지 잘 느낄 수 없었는데요.

 

지금은 '아무것도 하기 싫다'고 느낄 정도의 무기력감은 많이 없어졌고, 예민하고 짜증을 내는 것도 훨씬 덜 한 듯 합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도 듭니다. 내가 조금씩 마음의 평안을 찾아가는 것이 과연 약물 효과 때문일까?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된 일상에 적응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아진 것이 아닐까? 상담을 받으러 오지 않았어도 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걸 보면 제 정신 상태가 좀 나아지긴 했나 봅니다 ㅎㅎ 

 

네 번째 상담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간단히 기록을 남겨 볼게요.

 

오늘 상담 예약 시간은 12시였습니다. 점심을 후다닥 먹고 달려가서 다행히 예약 시간보다 일찍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곧바로 상담실로 들어갔습니다. 12시 정각이 돼야 불러주실 줄 알았는데 바로 앞시간에 내담자가 없었던 건지 상담을 일찍 시작하게 됐어요.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역시나 일주일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한 이야기부터 나누었습니다.

 

사실 무슨 이야기부터 하는 게 좋을지 좀 난감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짧다면 짧지만, 또 한편으로 길다고 생각하면 긴 시간이니까요.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중에서 그 전 주와 비교했을 때 가장 달랐던 점은 뭐였는지 생각을 해봤습니다. 머릿속에 떠올랐던 건 잠을 많이 잤다는 거였어요.


"약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많이 졸리더라구요. 평소보다 잠을 더 많이 잤어요."

 

"어느 정도 더 많이 잔 거예요?"

 

"평소에 6~7시간 정도 자는데, 8~9시간 정도 잤어요. 졸리다고 느껴지는 게,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었던? 그런 졸림이었어요 ㅎㅎ"

 

"아, 그러셨구나. 약 때문에 그런 걸 수 있어요. 항우울제를 먹고 나면 졸리거나 나른한 느낌이 들 수 있거든요. 항우울제를 조금 늘려볼까 했는데 그럼 오전은 좀 줄이고, 저녁 약은 유지를 해볼게요."


네, 그렇다고 합니다 ㅎㅎ. 

 

보통 아이들을 밤 10시 정도 되면 다 재우는데, 몸이 좀 피곤하다고 느끼면 저도 다시 일어날 생각하지 않고 그냥 자버리거든요. 

 

그러면 새벽 네다섯 시쯤 깨요. 알람을 맞춰놓지 않아도요. 그러면 일어나서 책을 읽거나 혼자 놀거리를 찾아서 놀거나 하는데, 지난 주에는, 특히 지난 주말에는 새벽에 깼을 때 일어나지를 못하겠더군요. 

 

뭐 그럴 수 있는데, 문제는 그렇게 다시 실컷 꿀잠을 자고 났는데도 대낮에 하품을 쩍쩍 해댔다는 거였어요. 단순히 피곤한 게 아니라 뭔가 차원이 다른 졸림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다가 화제를 전환해서 직장과 가정에서는 어땠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상담을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제 머릿속을 어지럽혔던 건 8할이 직장 문제였어요. 1년 휴직을 하고 왔는데도 내가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여전히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그로 인해 힘들어하고 있는 회사 동료들의 얼굴을 보고 있는 것도 너무 힘들었죠. 

 

게다가 바뀐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여러 가지로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약효 때문인지 시간이 흘러서인지, 출근하는 게 금세 또 그렇게 싫지만은 않아졌어요. 어느 정도 평정심을 찾은 느낌이었습니다.

 

언제까지 풀 죽은 채로 사무실에 앉아있을 수 없으니 일단 뭐라도 해야 했어요. 떠밀리듯 움직이긴 했지만 담당하게 된 프로젝트를 어떻게든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움직였고, 함께 고민하고 헤쳐나갈 수 있는 사람들과 손을 잡을 수 있었어요.

 

그분들에게 참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힘든 시기에 손을 내밀었을 때 누군가 흔쾌히 받아준다는 것이 얼마나 힘이 되고 고마운 일인지 이번에 다시금 실감하게 됐어요.

 

반면 가정에서 저의 상태는 아직 완전 회복된 것 같진 않았어요. 이렇게 얘기했더니 "어떤 때 그렇다고 느꼈냐"는 질문이 돌아왔고, 지난 주에 첫째 아이를 매몰차게 거절했다가 한번 크게 울렸던 일화를 들려드렸어요.

 

의사 선생님은 그때 왜 그랬던 것 같냐, 그리고 나서 어떤 마음이 들었냐, 평일 말고 주말에는 어떠냐 등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시면서 (늘 그래왔듯) 제가 언제 감정이 욱하고 올라오는지, 좀 더 명확히 파악할 수 있게 했어요. 

 

제가 생각하는 '가장 예민한 시간'은 평일 퇴근하고 집에 왔을 때였습니다. 하루 종일 회사에 있다가 퇴근하는 데 한 시간이 걸려서 집에 오면 일단 한숨 돌리고 싶은데, 아이들이 그 사정을 봐줄 리가 없죠. 매달리기 시작합니다. 

 

웬만하면 받아주고 싶은데, 매달리면 정말....너무너무 짜증이 나고 힘들더라구요 ㅠ 그럴 때 가장 감정 조절이 힘들다 했더니 이렇게 말씀해주시더군요.

 

"당연한 거예요. 힘든데, 짜증나는 거 당연해요. 사람 감정이란 게 항상 좋을 수만은 없잖아요. 그렇게 반응했다가 나중에 생각해보면 또 미안한 감정 들고. 그게 이상한 게 아니에요."

 

이게 별거 아닌 말인데 참, 다시 쓰면서도 특별한 말이 아닌 것 같다고 느껴지는데 신기하게도 이런 말을 들으면 마음이 놓입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의 행동에 짜증이 난다는 사실 자체도 힘들지만, 아이들을 그렇게 대하고 있는 내 모습이 싫어서 힘든 것도 크거든요. 그런데 그건 전혀 잘못된 행동이 아니다, 당연한 감정이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라고 수 차례 반복해서 얘기해주시니 큰 힘이 됐어요. 

 

그리고 한 가지 팁을 덧붙여주셨습니다. 저녁 약 먹는 시간을 좀 당겨보란 거였어요. 지금까지는 저녁 약을 거의 자기 전에 먹었는데,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먹거나 밖에서 저녁을 먹고 들어가는 경우 퇴근길에 오르기 전에 먹어보라는 얘기였습니다.

 

효과가 없을 수도 있는데, 의외로 약효가 빨리 나타날 수도 있다고 한번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하시더군요. 내일부터는 출근할 때 저녁 약을 가지고 가기로 했습니다 ㅎㅎ

 

대화를 마무리하면서 궁금한 거나 하고 싶은 이야기 있으면 하라고 하셨어요. 딱히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없었는데 궁금한 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상담 주기에 대한 거였어요.

 

지금까지는 상담이 일주일에 한 번이었고, 그래서 약도 일주일치만 처방 받았었죠. 

 

제가 이 질문을 했던 건 스스로 감정 상태가 나아지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었어요. 이 정도면 일주일에 한번, 즉 그렇게 자주 오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예요.

 

의사 선생님도 비슷하게 느끼셨던 건지 그러면 이번에는 약을 이주일 치 처방하고 상담도 2주 뒤에 오는 걸로 하자고 하시더군요. (사실 일주일에 한번 오는 게 슬슬 귀찮아지는 것도 있어서 ㅎㅎ) 냉큼 오케이 했습니다ㅎㅎ

 

상담을 일주일 텀으로 해왔던 건 감정 상태가 잘 나아지지 않거나 악화될 경우 자주 상담 하면서 경과를 보기 위함이었다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리고 항우울제 복용은 언제까지 해야하는지에 대해서도 여쭤봤는데, 보통은 괜찮아졌다 싶을 때를 기준으로 3개월 정도 더 복용하게끔 한다고 하시더군요. 바로 약을 끊으면 또 감정이 안 좋아지는 경우가 있어서 그렇다고.

 

무더운 여름이 올 때까지는 약 먹으면서 살 각오를 하고 있어야겠습니다:).....ㅋㅋ


어쩌다 보니 요즘 블로그에 상담치료 후기만 쓰게 되네요. 3월에 우울증을 이겨내려고 다른 때보다 책을 좀 더 많이 읽어서 리뷰 쓸 거리는 잔뜩 쌓여 있는데, 시간 없다는 핑계로 계속 미루게 됩니다.

 

체력 안배 잘 해서 좀 더 다양한 이야기 들려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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