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방문자 수를 확인하는 일은 일상에 소소한 즐거움을 가져다 줍니다. 너무 저조하면 괜히 기분이 다운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이젠 글이 어느 정도 쌓여서인지, 조금씩이라도 오르기 마련인데요.
올라가는 방문자 수와 유입경로 등을 살펴보고 있으면, '누군가에게는 내 글이 읽히고 있구나' 싶어 반복되는 무료한 일상 속에서 응원을 받는 느낌이 듭니다.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분들은 어느 정도 공감하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만 너무 관종인가요 ㅎㅎ)
그런데 어제 오전, 무심결에 방문자 수를 확인했다가 깜짝 놀란 일이 있었습니다. 평소엔 50을 왔다갔다 하던 방문자 수가 갑자기 100을 넘고 있었던 겁니다.
(요즘 방문자 수 터졌다는 자랑 글을 자주 쓰게 되는 것 같네요 ㅎㅎ 죄송합니다. 그래도 쓰고 싶은 걸 어쩝니까^^.. 방문자 수가 너무 목말랐던지라...이해해주세요 ㅎㅎ)
유입 경로는 이번에도?! www.daum.net ...
제가 좀 놀라면서도 의아했던 건, 최근에 쓴 글 중 딱히 메인에 걸릴만한 글을 쓴 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번엔 뭐가 터졌을까 싶어서 유입 경로를 좀 더 면밀히 추적해 보니 다음 포털사이트 '직장IN' 탭이 나왔어요. 모바일 화면에서는 딱히 제 글이 보이지 않아서 PC화면으로 전환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짜란~
이틀 전 올렸던 책 리뷰 글이 이렇게 걸려 있었어요. 사실 메인에 걸렸다는 것 자체는 좋았는데, 곱씹어 보면 약간 부끄러웠습니다. 사실 '리뷰 글'이라고도 하기 민망할 정도로, 많은 정성을 들이지 못한 글이었기 때문인데요.
혹시 책의 저자분께서 우연히 읽어보시지는 않을까 살짝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ㅠ (다음 번에 또 책을 내시면 꼼꼼히 읽고, 리뷰도 꼭! 좀 더 애정을 담아 쓸게요...흑)
역시나, 글의 수준이 그렇게 좋지 않다는 게 판명이 났는지 저 화면에 그렇게 오래 노출되진 못한 것 같은데요. 그래도 저 글로 인해서 제 블로그의 어제 하루 방문자 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자정이 되기 조금 전 캡처한 화면인데, 최종적으로는 353분이 방문해 주셨어요. 부족하디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 그리고 구독까지 눌러주신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좋은 글 많이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저 글은 왜 메인에 걸렸던 걸까요.
저 글을 쓸 당시 저의 상태에 대해 다시 떠올려 봅니다.
읽었던 책인데 리뷰를 쓰지 않은 채로 몇 달이 지났네? 그런데 책 내용이 잘 기억이 나지 않아.
리뷰를 제대로 쓰려면 책을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 하는데 그러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은데.
에라 모르겠다! 그냥 잘 기억 안 난다고 써버리자!
대신 책을 읽으면서 밑줄 쳤던 부분만은 남겨 놓자.
글을 쓸 때 그렇게 심혈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게 자랑은 아니지만요.
제가 얘기하고 싶은 부분은, 글을 쓸 때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그럴싸해 보이는 리뷰'를 쓰려고 애써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좋은 글'을 쓰려는 욕심을 버리고 솔직해지려고 했던 거죠.
<대통령의 글쓰기>의 저자 강원국 작가님은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강연에서 이렇게 얘기하신 적이 있습니다.
"'잘 써야 되겠다. 내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이 아는 것처럼 보여야겠다. 내가 글을 잘 쓰는 사람으로 보여야 되겠다.' 사실은 욕심 때문에 (글을) 못 쓰는 거거든요. 글을 지금 못 쓰고 있다면 욕심을 부리고 있는 거예요. 자기가 아는 만큼, 자기 실력만큼 쓴다면 왜 못 쓰겠습니까? 지금 욕심을 부리고 있는 거죠. "
네이버 블로그를 하던 시절에도 두 번인가, 제가 쓴 글이 메인에 게시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이것과 비슷한 생각을 하던 때였어요. 심지어 글 하나는 별 생각 없이, 휴대폰으로 끄적끄적 30분만에 완성한 글이었습니다.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에 글이 노출된다는 것이 곧 '내 글은 완벽하다'는 걸 보증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어쨌든 글이 '선정'되었던 것은 맞으니까요.
어제 저에게 있었던 이 사건과, 그동안 제가 글을 쓰면서 겪은 일들을 떠올려 보면 충분히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쓰기'에 대해서요.
글이 너무 안 써진다거나, 평소에 글쓰기가 너무 어렵다고 느끼시는 분들은 한번 이렇게 생각해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내가 글을 잘 쓰기 위해서 너무 욕심부리고 있는 건 아닐까?' '지금 내가 쓰려는 얘기가, 내가 정말 잘 알고 있는 얘기일까 아니면 아는 척하려는 얘기일까?' '나는 지금 내가 아는 것을 벗어난 이야기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조회수 잘 나왔다는 글을 쓰려다 제 분수에 넘치는 말들을 쓰고 말았네요. 제 입이, 아니 제 손이 방정입니다. 혹시나 불쾌감을 느끼신 분들이 계시다면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며, 선을 넘기 전에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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