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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확행의 기록/영화 & 드라마 후기

수많은 궁금증을 남기는 영화 '버닝'

by 꿈꾸는 강낭콩 2019. 3. 25.

​※ 영화 내용이 포함 된 리뷰입니다 ※

하루는 페이스북에서 이런 저런 글들을 보다가
칸 영화제에 참석한 이창동 감독과
배우 유아인 씨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게 됐습니다.

그 전에 이미, 이창동 감독이
<버닝>이라는 영화로 칸 영화제에 진출했고
극찬을 받았다는 뉴스를 접하긴 했었는데요.

기사를 볼 때까지만 해도
큰 관심을 두지 않았었는데,
영상을 본 이후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영상은 칸 영화제에서
기립박수를 받은 이창동 감독과
배우들의 표정이 담긴 것이었는데,
매우 감격스러워 하는 배우 유아인 씨의 반응이
특히 잊혀지지가 않았습니다. 

어떤 영화일까,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

뭐지...?”



영화가 끝이 났을 때,
저와 아내가 함께 보였던 반응이었습니다.

아마도 그동안 대중적인,
상업 영화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겠지요.

<버닝>은 직관적으로 이해 되는,
재미로 즐길 수 있는 '오락 영화'가 아닌
하나의 '예술 작품'이었던 겁니다.

다만 저와 아내가 영화를 보며
다르게 느낀 점이 있었다면,
저는 그래도 계속되는 궁금증에 흥미진진해 하며 영화를 봤던 반면,
아내는 난해하게 느꼈는지 지루하기까지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렇듯, <버닝>은
호불호가 분명히 갈릴 수 있는 영화인 것 같아요.

​​


​'미스터리' 영화 <버닝>
수많은 궁금증을 남긴다

 


보통 흥행에 성공하는 영화들을 보면,
관객들로 하여금 궁금증을 품고 집으로 돌아가게 하지는 않죠.

후반부에 반전이 있을 지언정 결국은 완결된,
탄탄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버닝>은 그렇지 않습니다.
보는 내내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다닙니다.

​'저 대사는 무슨 의미일까?'
'왜 저런 행동을 할까?'
'저 앵글에 담긴 의미는 뭘까?'
'과연 이 이야기의 진실은 무엇일까?'


등등.

영화 속 모든 것 대한 해석을 관객들의 몫으로 남겨두는 느낌이었습니다. 심지어 결말까지도요.

​​※ 여기서부터 영화 내용(스포)이 포함 돼 있습니다 ※

​​떠오르는 대로 막 써보는
몇 가지 의문점들


1. 해미는 종수가 생각하는 대로
벤이 죽인 것일까, 아니면 스스로 사라진 것일까

2. 해미 이후에 만난 여성의 입술 화장(?)을 해주는 벤의 행위는 뭘 의미하는 걸까.
다른 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싸이코 패스들의 살인 전 의식 같은 거였을까.
그걸 해미에게도 했던 걸까.

3. 종수는 왜 남산타워를 몇 번씩이나 넋 놓고 바라봤을까.
종수에게 남산타워는 무엇이었을까.

4. 해미의 방에는 정말 '보일이'가 있었던 걸까.
또, 벤의 집에서 종수가 본 그 고양이는 종수의 생각대로 '보일이'였을까.

5. 종수는 왜 벤을 죽였을까. 종수의 심리는 무엇이었을까.

6. 어린 시절, 집 나간 엄마의 옷을 태운 종수.
두 달에 한 번 꼴로 비닐하우스를 태운다는 벤.
벤을 죽이고 그와 함께 본인의 옷까지 다 벗어 태워버리는 종수.
-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버닝',
즉 태우는 행위는 뭘 의미하는 걸까.

이것 말고도 깔끔하게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이 많습니다.

이런 경우 보통
'이건 뭘 의미하고 저건 그래서 그런 거다'라는 식으로
해석하려고 노력하기 마련이죠.
그렇게 해야만 영화를 제대로 이해했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하지만 <버닝>은 여러 가지 궁금증이 남은 채로
감상을 마치더라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고 자책하거나
실망할 필요가 없는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원래 '미스터리' 영화니까요.

이창동 감독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그런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들었던 것 같습니다.

** 아래는
'스타뉴스' 기사​ 인용*


​​Q. 한가지 장르로 규정하기 힘든 영화다.

'그런데 해미는 어디로 갔나',
'벤이 누구인가'가 미스터리라면
단순한 미스터리가 더 많은 미스터리와 확산되거나
심화되도록 하고 싶었다.

​​Q. 배우들에게조차 이를테면
벤이 살인자인지 아닌지 정해주지 않고
배우가 생각하고 연기하도록 열어둔 채
이 영화를 찍었다는 것이 놀랍다.


배우는 어쨌든 내적 동기가 있어야 뭘 해도 한다.
작은 표정 하나에도 내적 동기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해답을 가지고 있으면,


​그건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미스터리 장르가 그 해답을 보여주지 않나.

내가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미스터리는 그것이 아니다.

눈앞에 있는 미스터리가 세상의 미스터리까지 연결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답을 주는 건 아니라고 봤다.
미스터리 자체를 받아들여야만 한다.

총평
대중적으로 '재미있는 영화다'라고 
말할 수는 없겠습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궁금증을 유발하는 배우들의 대사와 행동들, 
일반적이지 않은 카메라 워킹까지 갖춘, 
흡입력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영상미도 좋고요. 

기회가 된다면 몇 번 더 보고 싶은 영화네요. 

2018.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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