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2주간 마음이 시끄러웠다. 회사 안팎으로 사정이 안 좋아져서 회사가 결국 비상경영조치를 하기로 했는데, 그 여파가 직원들을 위협하기에 이른 것이다.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먼저, 화가 났다. 경영진의 잘못 따윈 나몰라라 하고 직원에게 책임을 지라는 식의 태도. 그런 식의 해결 방안을 내놓는 회사. 납득할 수 없었다.
그다음, 조급해졌다. 사이드 프로젝트든 창업이든 홀로서기 위한 무언가를 빨리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빨리 해내지 못하면 불행할거라는 생각, 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아무것도 안 될 거라는 위기감이 들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지만 당장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어쨌든 출근을 해야 하고 퇴근하면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일들을 해야 한다. 그렇게 현실적 한계 속에서 조급함은 더욱 커져갔다.
그러다 보니 내 얼굴은 어느 새 웃음을 잃었다. 뭘 해도 즐겁지 않았다. 행복하다는 느낌이 지금의 내게는 사치였다.
“퇴사하지 않으면 난 행복할 수 없어.”라는 생각.
“반드시 홀로서기를 해서 회사로부터 자유로워져야만 행복할 수 있어.”라는 생각.
무엇을 성취해야만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또다시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고전이 답했다’라는 책에보면 “바라는 바가 소박했기 때문이다”라는 소제목의 글이 나온다.
고명환 작가는 아내와 함께 떠났던 여행지 체코에서의 경험담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거기에 유명한 카페가 하나 있는데 항상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만큼 붐비는 곳이라고.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카페 주인은 너무나 느긋하게 장사를 한단다.
손님에게 커피를 내려주며 커피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떠나는 손님을 배웅하고 그들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인사를 나누는데,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손님들을 보고도 ‘빨리빨리 커피 팔아야지’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손님들에게 커피를 내어주는 과정과 그 순간의 행복을 즐길 뿐이었다.
손님들도 마찬가지. 고명환 작가는 빨리빨리 해서 돈 많이 벌 생각을 하지 않는 사장과 그런 사장에게 재촉하지 않고 기다리는 사람들의 여유가 어디서 오는지 궁금했다고 한다.
거기서 고명환 작가는 고전에서 읽은 한 문장을 떠올린다.
“스파르타인들의 삶이 편안했던 것은 바라는 바가 소박했기 때문이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 167쪽’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는 ‘소박했기 때문’이라고 표현되어 있지만 고명환 작가는 조금 다르게 재해석했다. 소박했기 때문이라기보다 ‘정확했기 때문’이라고.
다시 써보면, 삶이 편안했던 것은 바라는 바가 ‘정확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바라는 바가 소박했기 때문에 편안하고 행복했다’라고만 하면 ‘꿈을 작고 소박하게 가져라!’라는 메시지로 들릴 수 있으니, ‘내가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그걸 알면 그만큼 채워졌을 때 행복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단순하게 ‘아, 돈 정말 많이 벌고 싶다’라고만 생각하면 늘 불안하고 조급하고 불행하기 쉽다. 고명환 작가의 조언에 따르면 이걸 좀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나는 얼마를 벌고 싶은가?’ ‘나는 얼마짜리 사람인가?’ ‘나는 그걸 벌어서 뭘 하고 싶은 건가?’ ‘나는 지금 얼마를 벌고 있나?’ ‘나는 지금 행복한가?’
이런 질문들에 구체적으로 답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 대목을 보는 순간 내가 요즘 스트레스 받고 불행해하고 이상향을 꿈꾸기만 하고 더 힘들어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뭘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알지도 못하고 당장 실행하지도 못할만큼의 막연한, 큰 꿈을 그리기만 하면서 지금을 불행해하는 것 같았다.
내가 남보다 돈을 적게 버는 사람이라서 불행하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무조건 돈을 많이 번다고 좋은 게 아니다. 자기 그릇에 맞는만큼 벌면서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그 일을 통해 남을 위할 수 있는 시간을 살 수 있는 사람, 그게 행복한 삶이다. - ‘고전이 답했다’ 101쪽
가지지 못한 것을 탐내고 내가 살지 못하는 삶을 사는 사람을 부러워하고 있지만 말고, ‘나’에 대해 정확하게 아는 시간을 많이 가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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