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겨우 한두 권 정도의 책을 읽는 삶을 살았었다. 그냥 책 읽는 게 재미가 없었다. 다른 재미있는 게 더 많은데 왜 힘들게 책을 읽냐고 생각했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책 읽는 재미를 조금이나마 알게 됐고, 완독한 책 목록을 스마트폰 앱에 차곡차곡 쌓아갔다.
1년에 3, 40권의 책을 읽는 사람이 되었을 때. 그렇게 2, 3년을 보냈을 때 공허함이 찾아왔다.
한 권의 책을 읽어내기에 바쁘고, 전년보다 한 권이라도 더 많은 책을 읽기 위해 ‘권 수’에 집착하기 시작하는 나를 발견하고 난 뒤부터였다.
1년에 몇 권 읽느냐는 더 이상 중요한 게 아니다, 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몇 권의 책을 읽으며 떠오른, 나에게 필요한 질문, 그것을 계속해서 떠올리고 생각하고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행동을 하고. 필요하다면 그때 또 다른 책을 찾아 읽자. 이렇게 태도를 바꿨다.
복잡하게 썼지만 결국 ‘생각을 더 하자’는 것이다.
1년에 몇십 권 읽으면 뭐하나. 누군가 나에게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했어?’라고 물어올 때 아무런 대답을 못한다면 아무 소용도 없는 것 아닌가.
요즘은 사업가, 작가로서 더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개그맨 고명환님도 그런 이야기를 했다. 책은 반드시 생각하기 위해 읽어야 한다고. 여러 가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기 때문에 책을 읽는 것이라고.
생각의 크기를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만의 큰 문장을 갖는 것’이다.
큰 문장이란 어떤 것인가. 내가 강연 때마다 외치는 질문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얼마짜리 인간인가”와 같은 것이다. 이 문장에는 정답이 없고, 어쩌면 평생 정답을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당장에 닥친 문제는 아니지만,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질문들이다.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 - 209쪽)
그가 2023년에 출간한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를 보면 그가 책을 통해 어떻게 사유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평소 책을 읽을 때 참고하면 좋을 것 같은 자세다.
가령 난 오늘 아침 이 문장을 선택해 품었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는 다시 생각했다.
기쁨 같은 것이 몰려왔다. - <스토너> 중에서
난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가? 과연 그 기대대로 될 것인가? 그리고 그 기대가 현실이 됐을 때 진정 행복할까? 인간은 그저 기대 속에서 사는 것인가?
이 책에서 스토너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게는 기쁨이 몰려왔다. 이 대목을 읽은 후에 난 뭘 기대했나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대단한 인생을 기대했는가? 고명환 너는 어떤 삶을 원하는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도 기뻐할 수 있는가? 갑자기 에밀 아자르의 소설 <자기 앞의 생>에 나오는 하밀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하밀 할아버지는 항상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을 손에 쥐고 있다. 나중에 시력을 잃은 후에도 항상 들고 있다. 그냥 손에 쥐고만 있어도 행복한 것이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나 역시 책만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도 행복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차라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조용히 책만 읽는 시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화려한 유명인의 삶, 많은 돈과 명예도 좋지만 그저 책 한 권 손에 들고 커피가 있는 작은 탁자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다가 책도 보다가 하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도 꽤 괜찮다는 생각을 한다. 꼭 무슨 일이 일어나야 하는 건 아니잖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도 내가 존재하는 그 시간, 그 순간 자체만으로 행복하다. (210~212쪽)
‘책을 통해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는 메시지도 그랬지만 이 대목은 고명환 작가가 생각한 내용까지도 공감이 많이 됐다.
바쁜 일상 속에서 책 한 줄 읽을 시간이 정말 귀하게 느껴질 때. 자투리 시간에 읽은 책에서 정말 좋은 내용을 만났을 때. 길을 걸어가면서도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는 책을 만났을 때. 나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돈을 얼마나 벌고, 얼마나 더 잘 살고, 그런 것을 떠나서 그냥 자유롭게 책만 읽을 수 있어도 행복할 것 같다는 그런 생각.
나에게 꼭 맞는 좋은 책이 주는 느낌은 그만큼 그 어떤 화려한 영화, 드라마보다도 강렬한 것이다.
자, 그럼 나는 어떤 큰 문장을 가지고 있는가.
내가 가지고 있는 큰 문장은 이것이다. “내가 타인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최근 읽은 여러 권의 책에서, 또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영상들에서 뽑아낸 나만의 큰 질문이다.
매일 회사-집, 회사-집 하는 나는 우물 안 개구리다. 집을 제외하면 나는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세상에 그냥 갇혀서 지낸다.
그 틀을 깨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를 떠나서도 내가 남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게 뭔지 찾아야 할 것 같다.
나만이 가진 능력은 뭔가. 그걸 통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어떤 가치가 있는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뭔가를 더 잘 할 수 있도록 내가 가진 능력으로 도와줄 수 있는가?
떠오른 생각이 아주 없진 않은데 확신이 없다 보니 실행에 잘 옮겨지진 않는다.
확실한 건 실행에 나서기 전에 ‘나는 뭘 하는 사람인가’에 대한 것이 정리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뭘 하는 사람이지? 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런 질문을 떠올리지 않았을 것 같다. 아직 답을 찾지 못했지만, 저런 질문을 가지고 고민을 하는 것 자체로 나는 예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주도적 삶을 위한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생각과 관점을 수익화하는 ‘퍼스널 브랜딩’을 읽고 | 촉촉한 마케터 #책리뷰 #책추천 (0) | 2024.03.18 |
---|---|
내 인생을 바꾸는 작은 기적 ‘독서의 기록’ 요약 | 무엇을 실천할 것인지 한눈에 보고 찾아보세요 (1) | 2024.02.29 |
MBC 일사에프는 어떻게 현재의 일사에프가 되었을까? | ‘MBC 14층 사람들은 이렇게 기획합니다’를 읽고 (1) | 2023.12.27 |
세이노의 가르침 “그래서 부자가 된 것이다” (1) | 2023.12.08 |
유명인 평준화, 마이크로명성의 시대 | 유튜브 컬쳐 : 유튜브는 왜 항상 이기는가? (1) | 2023.1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