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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일기

MBC 일사에프는 어떻게 현재의 일사에프가 되었을까? | ‘MBC 14층 사람들은 이렇게 기획합니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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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14층 사람들은 이렇게 기획합니다'를 읽었다.

 
일사에프의 구독자는 아니었다. 평소 일사에프의 콘텐츠를 즐겨 보지도 않았다. 
 
그래도 일사에프의 성장 과정을 담은 책이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중에는 꽤 '유튜브스럽게' 오랜 기간 운영되어온, 손에 꼽히는 성공사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최근의 일사에프 채널의 영상들을 보면 조회수는 고만고만하다. 평균적으로 3~5만 회가 나오고, 20만 회 정도 콘텐츠는 간간이 나온다. (아마 우리 회사에서 이 정도 실적을 냈다면 채널 문 닫으라는 소리 100번은 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사에프가 건재한 건, 소위 '기본빵'은 하게 해주는 190만 명이 달하는 구독자 수 역할이 클 것이다. 지금의 일사에프를 있게 해준, 그간의 노력들을 들여다 봤다.
 
가장 와닿았던 이야기는 두 가지다. 
 
첫째, 인플루언서가 필요하다는 것.
 
유튜브와 관련한 여러 가지 책들을 읽어보면, 반드시 강조하는 부분이 바로 '소통'이다. 유튜브는 단순히 영상을 올리는 곳이 아니라, 올린 영상을 통해 소통이 일어남으로써 가치를 갖는 플랫폼이다. 
 
그래서 일방적인 업로드를 하는 채널보다는, 올리는 영상마다 시청자에게 말을 거는 '명확한 화자'가 있는 채널이 잘 된다. 
 
일사에프의 대표 콘텐츠라 할 수 있는 소비더머니는 조현용 기자 인플루언서 삼아 콘텐츠의 성장을 이끌었다. 돈슐랭, 주락이월드도 마찬가지다. 
 
영향력이 큰 인플루언서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전문가이거나 전문가급 지식을 갖추고 있고,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사람들과 꾸준히 소통하며, 탁월한 공감능력으로 상대방의 신뢰를 얻는다.
 
인플루언서는 1타 강사와 비유할 수 있다. 입시 학원 업계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는 1타 강사들 역시 시작할 때부터 1타 강사는 아니었다. 규모가 작은 학원에서 학원생들과 꾸준히 소통하며 강의 실력을 쌓고, 문제를 함께 풀면서 학생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합격할 수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한다. 
 
구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인플루언서가 되거나 찾고 싶다면,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요건을 갖추었는지 잘 살펴보기를 바란다. 지금 당장 없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시간을 두고 꾸준히 실천하면 해결하는 문제니까. (64~65페이지)
 


둘째, 명확한 브랜딩은 콘텐츠 방향성을 잃지 않게 해준다. 
 
일사에프 채널에는 슬로건이 있다. "우리, 세상 돌아가는 건 알아야지"다. 

 
일사에프와 같은 채널은 한 가지 주제를 다루지 않는다. 아무래도 '기업형'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개인이 하는 유튜브 채널이라면 사회 이슈면 사회 이슈, 테크면 테크, 돈이면 돈, 이렇게 딱 정해서 갈 텐데 그렇게 해서는 확장성도 줄어들고 수익 가능성도 낮아질 것이다. 
 
그렇다고 이것저것 하다 보면 또 위험해질 수 있다. 유튜브란 게 업로드하는 콘텐츠가 짬뽕이 돼버리면 자칫 채널 정체성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사에프는 브랜딩에 더 공을 들였던 것 같다. 
 
일사에프 채널로 들어가서 최신 동영상들을 보면 사실, 그 정체성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뭐 하는 채널이지...?" 싶다. 
 
슬로건을 보는 순간?! 꽤 명확해진다. 그러면 분명히 존재할, 세상 돌아가는 것을 영상으로 보고 싶은 사람들을 구독자로 만들 수가 있다. 
 
슬로건은 채널의 핵심 가치와 비전이 짧고 명료하게 정리된 문장이다. '뉴스엔 위아래가 없다.' 스브스뉴스의 슬로건이다. 사회 의제를 설정하는 뉴스든 커뮤니티에서 소소하게 소비되는 뉴스든 위아래가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구독자는 슬로건으로 채널의 정체성을 이해하므로, 슬로건은 구독자의 취향을 이해하고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 다양한 장르의 코너를 아우르는 종합 편성 채널 일사에프는 사회 초년생을 위한 정보, 오락성 콘텐츠를 제공한다. 다양한 취향을 아우를 수 있는 단어를 찾아야 했다. '뉴스'를 배제하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핵심 단어로 정했다. (133~134쪽)
 
일사에프의 이런 노력은 기업 활동의 일환이지만 분명 개인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TV 방송사라는 레거시 미디어의 종사자들이 디지털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이었고, 이것은 철저히 디지털의 문법을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인플루언서가 아니라면?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전문 지식을 갖추고, 소통하며, 신뢰를 얻어가면 된다. 채널의 방향성을 잡기 힘들고, 내 채널이 사람들이 보기에 뭐하는 곳인지 잘 모르게 운영되고 있다면? 슬로건을 정해서라도 명확한 방향을 잡으면 된다. 
 
물론 이 두 가지가 유튜브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을 것이다. 실패하더라도 끊임없이 시도하고, 좋은 영상을 만들고, 사람들이 잘 보게끔 예쁜 포장지를 만드는 것 등 신경써야 할 것이 많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것은 직접 해보는 것이다. "유튜브 해볼까...?" 라고 수 년째 망설이기만 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뭐라도 만들어서 올려보자! 아는 게 많아도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 게 유튜브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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