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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후기

80년대생이 꼽은 ‘서울의 봄’ 명장면 베스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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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국내 극장가에 훈풍이 불고 있습니다. 영화 '서울의 봄' 때문인데요. 
 
저도 한참 보지 못하다가 드디어 어제 보게 됐어요. 스토리의 긴장감, 배우들의 연기력까지. 천만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영화라는 걸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80년대 중반생으로 10.26, 12.12 등 격동의 시기 이후에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80년대의 기억은 거의 없고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 정치 군인들에 대한 이야기는 책으로 배웠을 뿐입니다. 
 
제가 태어나기 전의 일이었다 할지라도, '그래도 우리나라 역사고, 내가 태어나던 때와 그리 멀지 않은 시기의 이야기니까 알아야지'라는 생각으로 꾸준히 관심을 가지려 애를 썼던 것 같습니다. 
 
79년, 80년의 일을 직접 겪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또 너무 모르지는 않는 80년대생의 입장에서 본 '서울의 봄'. 기억에 남는 장면 세 가지를 한번 꼽아봤습니다. 
 

1. 무능함의 3박자 - 대통령, 국방장관, 육군참모차장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수뇌부들의 무능함이 보이는 장면들입니다. 왜 수많은 것 중에서 '무능함'을 먼저 꼽게 됐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아마도, 책임을 지고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사람들이 우왕좌왕하고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하는 일은 현재 우리의 삶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감정이입이 더 되었달까요. 

현실에서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나쁜 놈들보다 더 나쁜 건, 착한 척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나쁜 놈 막으려는 사람들까지 무기력하게 만들어버리는 것들이라고. 
 
또, 12.12. 하면 전두환, 노태우를 먼저 떠올렸었지 진압군이 얼마나 무기력하게 당했었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던, 저의 무지함 때문에 더 화가 났던 것 같기도 해요.  
영화 '서울의 봄' 후반부에서 진압군 수뇌부들이 육본을 버리고 도망갈 때 정말 경악했습니다. 부디 이 시대에는 저런 사람들로 하여금 불행해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 "탱크를 몰고 가서 다 날려버리겠어" - 장태완 사령관을 기억하자

 
대학생 시절, MBC 드라마 '제5공화국'이 인기였습니다. 자취 생활을 하면서 한편 한편 챙겨봤던 기억이 나는데요. 
 
요즘 다시 장태완 사령관을 연기하신 김기현 성우님의 영상이 뜨고 있죠. 그 장면은 드라마가 방영되던 당시에도 굉장히 임팩트가 있어서 사람들에게 회자가 된 부분이었어요. 
 
그래서 내심 '서울의 봄'을 보기 전, 그 장면이 어떻게 연출됐을지 궁금했고 기대됐습니다. 

 
정우성 님의 버전은 제가 보기엔 '착한 버전'이었어요. 좀 더 역정내고, 분노가 더 크게 표출됐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영화를 이어서 봤던 것 같습니다. 
 
김기현 성우님의 버전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영상에서 보실 수 있어요 ㅎㅎ
 

 
장태완이라는 인물은 12.12 사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입니다. 끝까지 저항했던 군인 중 하나였고, 그만큼 전두환 정권이 들어선 이후 큰 고통을 받으신 분이에요. 심지어 부친, 아내, 아들 딸, 가족 전체가 평생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영화에도 묘사되는데, 장태완 사령관에 의해 반란이 진압될 수 있는 순간들이 있었죠. 비록 무능한 수뇌부들의 판단 미스로 인해 좌절되지만, 당시 모든 군인이 그랬던 건 아니었다는 걸, 일말의 희망은 있었다는 걸 장태완 사령관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장태완 장군 같은 분이 있었다는 걸 기억하고 후대에 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3. 신군부의 기념 촬영, 파티, 그리고 전두광의 웃음 

 
쿠데타에 성공한 신군부. 확실히 승기를 잡은 전두광은 화장실에 가서 한참동안 사악한 웃음을 터뜨립니다. 오줌이나 쌀 것이지. 

동시에, 참모총장, 이태신, 김준엽, 공수혁 등 연행되어간 인물들의 초라한 모습이 교차편집되어 나와요. 
 
무력과 불합리함이 승리했다는 사실, 그 일로 말미암아 그들이 최근까지도 뻔뻔하게, 고위직을 차지하며 승승장구 해왔다는 사실에 분노하게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끝까지 진압하려 애썼던 사람들의 말로는 너무나 비참했는데 말이죠.
 

 
'서울의 봄'이 천만 영화 반열에 오를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중심에는 2030, 젊은 세대가 있다는 분석이 계속 나오고 있어요. 
 
'서울의 봄' 열풍을 두고 일각에서는 그런 이야기들이 나와요. ‘좌빨영화다, 역사를 왜곡한다, 너무 한쪽을 미화한다.’
 
영화는 실제 사건을 극적으로 표현해야 하니 각색되고, 또 완전 허구인 씬들도 가미하다 보니 어느 정도는 왜곡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친구들 그렇게 순진하지 않아요. 
 
어디까지가 실제에 근거한 것이고 어느 부분이 각색된 건지 다 찾아봅니다. 그런 식으로 영화를 두 번, 세 번 곱씹어 봐요.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무수히 많은 '서울의 봄' 관련 영상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어떤 분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하시더라구요. 천만 관객 넘어서도 더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고, 우리의 뼈아픈 역사에 대해 같이 아파하고, 기억하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전 이 포스터가 제일 좋더라구요 ㅎㅎ

 
참, 심박수 챌린지 많이 하던데, 영화 보고 있던 시간 데이터를 보니 125까지 올라갔었네요. 빠른 걸음 걸으면 나오는 심박수인데...ㅋㅋ 진짜 너무 화가 났습니다 ㅎ.. 후..

 
'서울의 봄' 아직 안 보신 분들은 꼭! 필수 관람 추천드리며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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