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지도 벌써 2년이 다 돼 갑니다.
휴전되지 않고 그 기간이 점점 길어지는 전쟁은 타국인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점점 잊혀져가는 모양새입니다.
그런 분위기에 일침을 가하듯, 김진명 작가님이 러-우 전쟁에 관한 소설을 펴냈습니다. '푸틴을 죽이는 완벽한 방법'입니다.
'이런 제목을 써도 되나?' 싶을 정도의 공격적인 제목과 표지 디자인이었습니다.
소설 초반에 펼쳐지는 내용 또한 충격적이었습니다. 이미 뉴스를 통해 러-우 전쟁의 참상을 보아 왔지만, 김진명 작가가 묘사한 모습은 더 잔인하고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이었습니다.
푸틴은 왜 이런 전쟁을 일으킨 걸까. 그것은 바로 "러시아의 영광"을 되찾고 싶다는 야욕 때문이었습니다.
그럼 어떻게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것일까. 소설 속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들은 어떻게든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입니다. 그 대목에서 우리는 '푸틴'이라는 인물이 왜 위험한지, 그가 바라는 조건에서 휴전에 이르면 왜 안 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스페인 총리가 마크롱의 말에 힘을 더했다.
"러시아가 키이우에 핵을 떨어뜨리고 나면 우리는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가 핵공격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게 최선입니다."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바이든의 거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 작자는 핵을 쏘지 않는 조건으로 도네츠크와 루한스크를 자치공화국으로 만들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백지화하라는 건데 이것은 노골적인 강탈이오. 우리가 여기서 푸틴의 요구를 들어주는 건 결국 인류사를 배신하는 부끄러운 짓이오.
가장 두려운 건 여기서 우리가 물러서면 앞으로 이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날 거라는 사실이지. 핵으로 협박하면 꼼짝 못 하는구나. 이런 인식의 확산과 더불어 전 세계는 핵 개발 광풍에 빠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지구 멸망의 위험은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될 거요."
마크롱이 즉각 반발했다.
"지금 당장 핵전쟁에 돌입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나요?"
"내 얘기는 인류가 협박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는 거요."
순순히 들어주면 앞으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거라는 것. 그것이 결국 인류의 비극, 종말을 가져 올 것이라는 이야기.
하지만 위 대목에 나오는 스페인 마크롱 총리의 말처럼 단 한 발의 핵 폭탄도 발사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어려운 것 같아요.
핵 위험을 피하자니 푸틴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고, 그러자니 핵 앞에 굴복하는 꼴이 되고.
김진명 작가는 소설가적 상상력으로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비록 소설 속 바이든 대통령은 그 방법에 대해 "전 세계를 파멸로 이끌 수 있는 이상주의자의 공상"이라고 혹평했지만 결국은 성공하죠. 그 과정에서 비록 핵폭탄이 한 차례 발사되지만 해피엔딩에 가까운 결말을 맺습니다.
내년 2월이 되면 러-우 전쟁 발발한 지 2년이 됩니다. 푸틴은 내년 대선 출마를 통해 다시 한번 집권을 노리고 있습니다.
그가 정신을 차리길 기대하는 건 어려운 일 같습니다. 그를 멈추기 위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딱히 할 수 있는 일도 없습니다. 다만, 러-우 전쟁이 잊혀진 전쟁이 되지 않게 하는 것. 그것만은 분명히 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는, 결국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고 눈만 껌뻑거리고 있지 않으려면, 일상을 살아내면서도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독자들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관심을 갖게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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