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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일기

우울할 땐 소설책을 보자 | 우울감 해소에 도움을 주는 책들 | 소설책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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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앞부분은 저의 잡설입니다.ㅎㅎ
추천 책부터 보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로 쭉쭉 내려가주세요***


폭풍이 휘몰아치는 듯 혼란스러웠던 3월이었습니다. 1년 간의 육아휴직 종료와 복직, 이사와 함께 찾아온 가정 환경의 커다란 변화 등 감정적으로 힘든 한 달을 보냈는데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들이었지만 버텨내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인생을 살아오면서 '감정'이란 것 때문에 이렇게 고통스러웠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거든요.

일상에 엄청난 지장이 있었지만 저는 제 자신을 우울감에 젖어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도록 내버려둘 수 없었습니다.

회사에선 일을 해야했고, 퇴근하면 가족과 함께 생활해야 했습니다. 회사와 가정 모두 제가 쉽게 놓아버려선 안 되는 것이었기에 빨리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상담을 받으러 갔던 거였어요.

상담을 받는다는 건 다른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구하는 일이죠. 물론 '병원에 가봐야겠다'는 결정은 스스로 내린 것이지만, 그 이후에는 어쩔 수 없이 '의사'라는 타인에게 의지하게 됩니다.

그게 나쁘다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저는 아무래도 '내담자'라는 이름으로 저의 우울감을 타인에게 100%, 완전히 다 의지하고 싶진 않았어요.

스스로 노력을 해서 조금이라도 복잡한 감정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찾은 방법 하나가 책을 읽는 것, 그중에서도 소설책을 읽는 것이었어요. (여기까지 오는데 참 서론이 길었네요 ㅎㅎ)

평소에는 주로 읽으면 동기부여가 되는 자기계발서나 실용서들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아무것도 하기 싫고 우울한 날들이 이어지다 보니 그런 책을 읽는 것도 싫어지더라구요.

머리도 좀 쉬게 하고 싶은 순간에도 자기계발서와 같은 책들은 끊임없이 뭔가를 해야만 할 것 같은 묘한 압박감을 안겨주니까요. 제가 우울감을 이겨내기 위해 소설책을 집어들었던 건 어찌보면 당연한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넷플릭스로 영화나 드라마 몰아보기를 하면 도움이 된다고 했는데, 그건 너무 멍한 느낌으로 오랜 시간 있어야 하고 또 저는 영상을 다 보고 난 뒤에 느껴지는 허무함 같은 게 싫었어요.

그보다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작가가 책 속에 표현해 놓은 세계로 푹 빠져드는 듯한 느낌을 주는 소설책이 훨씬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한창 블로그 포스팅을 열심히 할 때는 책 한 권을 읽고 나면 무조건 리뷰를 쓰고 나서 다음 책을 읽었는데, 3월에는 그러지 못했어요. 살짝 귀찮은 것도 있었지만, 소설책 속에서 빠져나오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일종의 현실 도피죠 ㅎㅎ) 한 권을 다 읽기가 무섭게 다른 소설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렇게 3월에만 3권의 소설책을 읽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우울감 해소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지금은 이사를 해서 출퇴근 시간이 많이 단축됐지만, 3월까지만 해도 매일 왕복 2시간을 길에서 보냈거든요.

'출퇴근 하느라 힘들겠다'며 안타까워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그 시간이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회사와 집, 어디에서 속해있지 않는 상태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정말 현실세계를 떠나는 느낌이 들었어요. 저를 괴롭히는 복잡한 감정도 잠시나마 잊혀졌죠.

3월 한 달, 저를 즐겁게 해줬던 책들이 무엇이었는지 간단히 소개 올려볼게요.


1. <셜록 홈즈 : 진홍빛 연구> (아서 코난 도일, 하소연 옮김 | 출판 : 자화상)

 

 

우연히 서점을 지나다가 할인 코너에서 발견하고는 충동구매했던 책이었습니다. 책을 보는 순간 '셜록 홈즈'를 말로만 들어봤지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다는 걸 불현듯 깨달았거든요.

수많은 '셜록 홈즈' 시리즈 중에서 '진홍빛 연구'를 골랐던 건 이 에피소드가 셜록 홈즈 시리즈의 시작이라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BBC 드라마 <셜록 홈즈>의 시즌 첫 에피소드도 동일한 제목으로 시작한 바 있었죠.

시즌1을 흥미롭게 본 기억이 있어서 소설책 '진홍빛 연구' 편도 현대적으로 해석한 드라마 장면들을 떠올리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른 추리 소설들에 비해 박진감 넘친다거나 호흡이 빠르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어요. 하지만 셜록 홈즈라는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으로 묘사되고, 또 이야기의 스케일도 커서 '현실 도피용 소설책으로 이만한 게 없다' 싶을 정도로 흥미진진했던 소설이었습니다.

2. <0시를 향하여> (애거서 크리스티, 이선주 옮김 | 출판 : 황금가지)

 

 

<셜록 홈즈> 다음으로 읽었던 두 번째 추리소설이었습니다. 왜 추리소설을 연달아 읽었느냐 하면, 제가 좋아하던 장르였으니까요 ㅎㅎ

영화도 범죄, 스럴러, 액션처럼 가슴 두근두근하게 하는 작품들을 선호합니다. 책도 이왕이면 잔잔한 것보다 다이내믹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을 좋아해요.

'애거서 크리스티'라는 이름도 그래서 기억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라구요.

애거서 크리스티도 코난 도일처럼 수많은 작품을 낸 바 있는데, 그중에서도 <0시를 향하여>를 콕 집어 읽은 이유는 누군가의 추천을 받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누군가는...방송인 유재석 님이었습니다 ㅋㅋㅋ(갑자기?!) 어느날 TV에서 <유퀴즈>를 보는데 유재석 씨가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 재미있게 봤다며 언급한 것이 <0시를 향하여>였던 거예요.

<0시를 향하여>는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와는 또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독자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추리할 수 있도록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만들었더군요.

흡입력이 좋아서 금세 책 속의 세계에 푹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하루는 뒷 이야기가 너무 궁금했던 나머지, 출근하기 전 새벽 5시쯤 일어나 책을 읽기도 했었어요. 아주 예전에 김진명 소설을 읽으면서 밤을 새웠던 것 이후로 이렇게까지 책을 읽은 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아, 이 소설을 읽으면서 힘들었던 점도 하나 있었는데요. 바로 등장인물이 너무 많다는 거였습니다ㅎㅎ 끊임없이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해서, 나중에는 '응? 얘가 누구였더라?' 하며 계속 앞쪽 페이지를 들춰봐야만 스토리를 쫓아갈 수 있을 정도였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추리소설의 진면목을 보여준 작품 <0시를 향하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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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양윤옥 옮김 | 출판 : 현대문학)

 

 

소설 자체를 잘 안 읽었지만 일본 소설을 특히나 읽은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군 복무 중에 일본 소설 좋아하는 선임이 있어서 몇 번 빌려 읽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이후로는 없었어요.

그러다 SNS를 통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고, 또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추천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는데 왠지 그냥 지나치기 힘들더라구요.

평소 내가 즐겨 읽지 않던 일본 소설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읽었던 데에는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 때문이었겠죠.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잠시 바람을 쐬러 나갔을 때, 근처 서점에 갔었어요. 퇴근길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어봐야겠다 싶어서 책을 찾아봤는데 첫인상은 좀 놀라웠습니다. 책이 엄청 두껍더라구요. 웬만한 소설책 두 권 정도는 돼 보였어요.

두꺼운 책은 또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던 터라, 다른 추천도서를 살까 고민했는데 다시 한번 '사람들이 추천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라는 생각을 되뇌이며 책을 구매했습니다.

우려와는 달리, 두꺼운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금세 다 읽을 수 있었어요. 정확히 며칠만에 읽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책 두께에 비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던 것만은 확실했습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정말정말정말정말 강력 추천합니다. 아직 읽어보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지금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 읽어보시라고 추천드리고 싶어요. 미스터리, 판타지이면서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이고, 또 많은 여운을 남기는 소설입니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지....?' 하는 감탄을 자아내요. 시공간을 초월해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강력한 힘을 다룬다는 점에서 (제가 최고로 애정하는 영화) <인터스텔라>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오늘 소개한 세 권의 책 중 우울감 해소에 가장 큰 도움을 줬던 책이었는데요. 회사 점심시간에도 틈틈이 읽었을 정도로, 읽을 수밖에 없었을 정도로 끌어들이는 힘이 그 어느 책보다도 강력했던 소설이었습니다.

소설책 보고 나서 '이건 한번 더 읽고 싶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두 번 세 번 읽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완전 '인생소설'입니다 ㅎㅎ


서론도 길고, 본론도 너무너무 길었네요.

오늘의 글 세 줄 요약.

1. 우울할 때 병원을 찾아가는 것도 좋지만 그것과 별개로 우울감을 해소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2. 우울감 해소에 소설책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작가가 책에 표현해 놓은 가상의 세계에 푹 빠져들면 현실세계의 고민 따위는 잠시나마 잊혀진다.

3. <셜록 홈즈 - 진홍빛 연구>, <0시를 향하여>,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었는데 재미있었고 우울함도 덜해졌다.

이만 마무리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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