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성공을 좇는다. '성공'한다는 건 뭘까? 요즘 그것은 '돈'과 관련이 깊어 보인다.
사업 해서 성공한 사람, 유튜브 해서 성공한 사람, 글 잘 써서 성공한 사람들이 추앙 받는다. 돈을 잘 번다고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돈이 많다, 돈을 잘 버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솔깃해진다. 어쩔 수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자본주의'이다.
돈을 벌수록 나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하나씩 제거해나갈 수 있다.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떵떵거리며 살 수 있다. 돈이 최고의 가치로 여겨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당연한 일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짜' 올바른 가치일까?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인생의 비밀일까?
'신경 끄기의 기술'을 쓴 마크 맨슨은 '완전히 무시해도 좋은 엉터리 가치들' 중 하나로 '물질적 성공'을 꼽았다.
연구에 의하면, 일단 의식주와 같은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고 나면, 행복과 세속적 성공의 상관관계는 급속히 0으로 향한다. 당신이 인도에서 노숙을 하며 굶주리고 있다면, 1년에 1만 달러를 더 버는 건 행복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선진국의 중산층에 안착해 있다면, 가욋돈 1만 달러는 밤낮으로 죽도록 일만 하는 무의미한 일상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물질적 성공을 과대평가하면 정직, 비폭력, 연민과 같은 다른 가치를 상대적으로 저평가하게 된다는 점도 문제다. 자신을 행동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물로 평가하게 되면 사람이 천박해질 뿐만 아니라 천하의 몹쓸 놈이 되기 십상이다. (신경 끄기의 기술 104쪽)
돈은 꼭 필요하다. 돈이 없거나 너무 적으면 의식주를 확보할 수 없다. 현재 내 삶이 기본적인 욕구도 충족되지 않을 정도로 팍팍하다면 돈이라는 가치를 좇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냉정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말 나는 돈이 부족한가? 물질적 성공을 최고의 가치로 여겨야 할 때인가? 돈 벌기에만 혈안이 돼 정작 내가 지켜야 할 다른 중요한 가치를 져버리고 있지는 않은가?
'돈이 최고'라는 가치관을 갖는다는 건, 단순히 돈을 적게 벌고 많이 벌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 생각을 최우선으로 두는 순간 그것 외의 다른 것들을 아무것도 아닌 걸로 만들어 버린다는 게 문제다. 또, 목표한 돈을 벌 때까지 인생의 모든 순간을 불행하다 느끼며 살게 될 것이다. 그래서 맹목적 자본주의 가치관은 위험한 것이다.
가치관은 인간의 존재와 행동의 밑바탕을 이룬다. 우리가 쓸모없는 것에 가치를 둔다면, 가령 엉뚱한 것을 성공 또는 실패로 생각한다면, 그 가치관에 기초한 모든 것이 엉망이 된다. 생각, 감정, 일상적인 느낌 모든 것이 말이다.
어떤 상황에 관한 우리의 생각과 느낌은 궁극적으로 우리가 그것에 얼마나 가치를 두느냐에 좌우한다. (신경 끄기의 기술 95-96쪽)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싶다면, 어디에 가치를 둘 것인지 그리고 어떤 기준으로 실패와 성공을 가를 것인지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신경 끄기의 기술 100쪽)
내가 최고로 여기는 가치관은 뭔가? 솔직히 말하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아마도 돈이었던 것 같다.
조금 더 벌어야 해, 조금 더 가져야 해, 그래야 행복할 수 있어, 라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그런 의식이 나를 지배하다 보니 어떤 일을 해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돈을 많이 벌 수 있는지, 그런 삶을 향하는 길도 뚜렷이 보이지 않았다. 신경 끄기의 기술을 읽다 보니 조금은 알 것 같다. 불행의 원인은 다른 데 있는 게 아니었다. 애초에 내 가치관, 내 생각이 문제였다.
그럼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야 할까? '신경 끄기의 기술'의 저자 마크 맨슨은 좋은 가치와 나쁜 가치를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다.
좋은 가치는
1) 현실에 바탕을 두고 2) 사회에 이로우며 3) 직접 통제할 수 있다.
나쁜 가치는
1) 미신적이고 2) 사회에 해로우며 3) 직접 통제할 수 없다. (신경 끄기의 기술 109쪽)
건전하고 좋은 가치의 예로는 정직, 혁신, 유연함, 자립, 후원, 자존감, 호기심, 너그러움, 겸손, 창조 등이 있다 해롭고 나쁜 가치의 예로는 속임수나 폭력에 의한 지배, 무분별한 섹스, 늘 즐기며 살기, 항상 주목받기, 혼자 있지 않기, 모두에게 사랑받기, 부자가 되기 위해 돈 벌기, 사이비 신을 위해 작은 동물을 제물로 바치기 등이 있다.
이미 눈치 챘겠지만, 건전하고 좋은 가치는 내적으로 얻는 것이다. 창조성이나 겸손은 지금 당장이라도 경험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된다. 이런 가치들은 우리가 직접 통제할 수 있으며, 또한 우리가 공상이 아니라 현실을 마주하고 살아가게 해 준다.
나쁜 가치는 일반적으로 외적 사건에 의존한다. 예를 들어, 전용기 타기, 듣기 좋은 소리만 듣기, 비싼 집 사기, 고급 술집에서 캐비어 먹기 등이 있다. 나쁜 가치가 즐거움을 줄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통제 밖에 있으므로 그걸 얻으려면 종종 사회에 해롭거나 미신적인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신경 끄기의 기술 110쪽)
문득 든 생각인데, 이러한 사고 방식은 내가 블로그 글쓰기를 대하는 자세에도 적용해보면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자존감', '호기심', '창조' 등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러면 내가 쓴 글이 항상 조회 수가 많이 나오지 않아도, 구글 애드센스 수입이 코딱지만 해도 상관이 없어진다. 내가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이유는 나의 자존감 형성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고, 글쓰기, 혹은 독서에 관한 지적 호기심을 충족해주는 행위이자, 콘텐츠를 창조해내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돈도 그렇고, 블로그 글 조회 수도 그렇고 휘둘리기 쉬운 가치이다. 그것만이 유의미하다고 부르짖는 사람들이 세상에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꾸준히 연습해야 하는 일인 것 같다. 힘든 일이겠지만, 그래야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데 해봐야지 않겠나? 내가 평생 벌 수 없을지도 모르는 돈과 평생 받을지 안 받을지 모르는 대중의 관심을 좇으며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다.
어떤 가치에 내 인생을 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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