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통해 알게 된 작가 이연의 책. '그림 그리는 법을 알려주려나?' 싶었지만 그보다 삶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던 문장들이 인상깊었다.
리뷰 쓸 시간이 부족하므로 오늘은 발췌, 기록만 해둔다.
재능은 지속성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시간이 지나면 재능만 믿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과, 그저 묵묵히 해온 사람 간에 차이가 드러난다. 재능이 예술의 완결성을 보장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분야든 지나고 보면 오래 버틴 사람이 잘하는 사람이다. 노력은 진부한 단어지만 그게 어렵다면 빠른 포기가 최선이다. 포기할 수 없다면? 망설일 시간이 있을까. (22~23쪽)
'무명을 즐겨라'
이 말은, 언젠가는 내가 작가가 된다는 것을 암시하는 주문인 동시에 지금 내가 자유의 몸이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 문장을 읽은 후 나는 아무렇게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나는 무명이니까, 사고를 쳐도 아무도 모르겠지.
그제야 남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그릴 수 있게 됐다. 그림을 보고 그려도 될까? 예전의 나였으면 안 된다고 했을 텐데 무명을 자각한 내게는 괜찮은 일이었다. 아무도 나를 모르니까, 내가 뭘 어떻게 하든 신경 쓰지 않겠지.(23~24쪽)
여러분, 남들이 나를 모른다는 일은 나쁜 게 아니다. 그것은 곧 자유를 의미한다. 유명해진 이가 가장 그립게 추억할 시절이 무명이다. '아무도 너를 몰라. 그래도 괜찮니?'라는 이 미운 질문에 다시 한번 힘주어 대답하자. 몹시, 충분히 괜찮다고. (24쪽)
내가 겪은 바에 의하면 멋진 일은 대개 두려움을 동반한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만큼 그 여정은 험난하다. 그럴 때는 이 사실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내가 지금 굉장히 멋진 일을 하고 있구나. 이 사실을 계속 떠올려야 한다.
우리는 싸워보지도 않고 많은 일들을 포기한다. 이를테면 내게 고민 상담을 요청하는 글들 중에서 미술 때문에 가난해졌다고 말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대부분 '가난해질 것 같다'라고 말한다. 차라리 겪어봐야 한다. (24~25쪽)
마음을 들여다보면 아주 끔찍한 것들이 잔뜩 있어서, 인정하긴 싫지만 스스로가 그렇게 멋진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나는 지금도 누군가가 나를 칭찬하면 조용히 웃으면서 이렇게 말한다.
각자의 누추함은 스스로만 아는 것이겠지요.
너무 많이 봐서 잘 알고 있고, 그렇기에 더 꼭꼭 숨겨서 나만 알고 있다. 그래서 우울을 자주 앓는다. 스스로 너무 깊이 들여다보면 결국 자신을 부정하게 된다는 문장을 어느 책에서 읽었다. 정말 그렇다. 지나치게 깊은 사유는 자아를 병들게 한다. (87~88쪽)
난 그림의 끝은 화가가 정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남들이 미완이라고 말해도 화가가 이게 완성이라고 말하면 완성인 것이다. 왜냐면 그걸 만든 사람이고 제일 잘 아는 사람이니까.
(여러분이 삶을 그렇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남들이 말하는 것이 반드시 정답일 수는 없다. 직접 살아본, 살아갈 사람이 진정 판단할 권리가 있다.) (143쪽)
나의 평범함이 혼자 갖고 있을 때는 초라한 일인데, 사람들 사이에서 꺼내 놓으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된다. 당신의 개성이 발현되는 방향이 중요한 거지 모양이 틀린 것이 아니다.
그러니 남들이 갖고 있는 것만 부러워하기보다는 나만 갖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해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창조'가 아니다. 당신이라는 하나뿐인 특별한 인간을 '발견'하는 일이다. 새로움은 무에서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존재에서 비롯된다. (148쪽)
당신을 알기 위해서는 아이러니하게도 당신은 평생 스스로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타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당신은 타인을 전부 헤아릴 수 없다. (171쪽)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저항을 만난다. 늘 나를 밀어낸다는 기분이 들고 나만 잘 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서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그게 바로 우리가 이용할 저항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잡고 밀어내서 추진력 삼으면 된다. (196쪽)
예전에 오은 시인의 강연을 들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가 있다. 머리를 싸매며 창작을 하는 오은 시인에게, 어머니께서 "너는 시를 10년을 넘게 썼으면서도 시 쓰는 게 어렵니?"라고 물었다. 이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어머니, 저는 시를 10년 넘게 썼지만 이 시는 처음 쓰는 시예요."
그 말이 정말 큰 용기가 되었다. 우리 모두 그림을 그린 지는 오래됐지만, 그럼에도 그림이 두려운 이유는 지금 그리는 이 그림이 처음이기 때문이지 않은가. 몹시 당연한 일이다.
나는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나이를 먹어도 계속 두렵겠구나. 그리고 누구나 두려워하면서 창작을 하는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나의 두려움이 부끄럽거나 하찮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려울 정도로, 욕심이 날 정도로, 덜덜 떨릴 정도로 내가 그림을 잘하고 싶고 사랑하는구나. (220~2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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