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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독서/정신건강을 위한 책

<언어의 온도> 독서 후기 : "이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

by 꿈꾸는 강낭콩 2021. 1. 29.

이기주 작가의 책 <언어의 온도>를 읽었습니다. 

 

구입한 지는 두 달 정도 된 것 같은데요. 이제와서 후기 글을 쓰는 이유는 이제와서 다 읽었기 때문입니다 ㅎㅎ

 

완독하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 건 이 책이 읽기 어렵다거나, 재미가 없었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무난하고 화려하지 않지만, 글을 읽을수록 지금껏 본 적 없는 다채로운 표현력에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참 좋은 글이 많았습니다. 지금 저의 상황에 와닿는 것도 있었고요. 

 

한꺼번에 쭉 다 읽어버리면 금세 잊어버릴 것 같기도 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아껴보기로 마음먹고 '깨알 독서'를 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책보다 완독하는 데 좀 오래걸렸네요. 

 

 

 

오늘은 책에 있는 특정 내용을 소개하기보다는 간단히 전체적인 소감을 남겨보려 합니다. 인상 깊었던 문장들은 가장 마지막 부분에 남겨드릴 테니 글이 궁금하신 분들은 스크롤을 아래로 아래로 내려보세요:)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건 크게 세 가지 정도였습니다. 

 

첫째, 이건 작가가 일상을 바라보는 관심, 관찰력, 거기서 여러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는 사고력, 그걸 잊지 않기 위해 메모하는 습관, 메모한 것을 한 편의 글로 완성할 수 있는 표현력 등 많은 것이 어우러진 결정체다.

 

'이렇게 좋은 글을 쓰려면 위에 언급한 것들이 갖추어야겠구나,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째, 글의 소재가 대부분 일상에서 온 것인데, 그래서 분명 일기 같은데, 그래서 읽기가 편한데, 엄청난 고퀄이다.

 

서두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 책의 문장들은 무심코 보면 매우 조용하고 평범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문장을 하나하나 곱씹어 보며 읽으면 금세 알게 됩니다. 절대 쉽게 쓸 수 있는 글이 아니라는 것을요. 

 

그래서 마지막 세 번째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 비록 일기를 쓰더라도, 이기주 작가의 관찰력, 사고력, 표현력을 닮은 글을 쓰고 싶다.'라고 말입니다. 

 

에세이를 생전 처음 읽었던 건 아니었지만, 책을 읽고 나서 이런 생각을 했던 건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신기했습니다. '좋은 글, 좋은 책이 가진 힘이란 건 이런 거구나' 싶었어요. 

 

글쓰기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이 책을 보면서 비슷한 생각을 하셨을 것 같습니다. 이기주 작가의 글을 필사하시는 분들도 분명 적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이기주 작가는 <언어의 온도> 말고도 <말의 품격>, <글의 품격>이라는 책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죠. 저는 이번에 읽은 <언어의 온도>가 처음이었는데요. 다른 책들도 꼭 찾아서 읽어보고 싶네요.

<언어의 온도>는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책 읽기에 긴 시간을 한꺼번에 내지 못하시는 분. 그래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책을 읽고 싶으신 분. 

좋은 글을 읽고 싶은 분. 일상 속에서 조용하게, 잔잔하게 따뜻한 감성을 느끼고 싶은 분. 

글을 잘 쓰고 싶으신 분. 필사할 책을 찾고 계신 분. 

오늘 책 리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글을 자주 써야하는데... 몇 달 전부터 다른 사이드 프로젝트에 열정(?)을 쏟고 있어서 티스토리 글쓰기가 아주 뜸하게 되었네요 ㅎㅎ

 

그래도 책은 꾸준히 읽고 있으니, 한 권 완독할 때마다 서평은 잊지 않고 쓰러 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주목한 문장들]

 

1. "그래, 탑이 너무 빽뺵하거나 오밀조밀하면 비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폭삭 내려앉아. 어디 탑만 그렇겠나. 뭐든 틈이 있어야 튼튼한 법이지..." (27쪽)

 

2. 우린 늘 무엇을 말하느냐에 정신이 팔린 채 살아간다. 하지만 어떤 말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하고, 어떻게 말하느냐보다 때론 어떤 말을 하지 않느냐가 더 중요한 법이다. 입을 닫는 법을 배우지 않고서는 잘 말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  (30쪽)

 

3. 사과를 뜻하는 단어 'apology'는 '그릇됨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말'이라는 뜻이 담겨 있는 그리스어 'apologia'에서 유래했다. 얽힌 일을 처리하려는 의지와 용기를 지닌 자만이 구사할 수 있는 승리의 언어가 사과인 셈이다.  (54쪽)

 

4. 위로는, 헤아림이라는 땅 위에 피는 꽃이다.  (70쪽)

 

5. 누군가와 얼굴을 마주하고 빵을 먹는 행위는 해석하기에 따라 그리 가볍지 않은 의미가 있다. 

 

회사를 뜻하는 단어 컴퍼니는 com(함께)과 pany(라틴어로 빵을 의미)가 결합한 꼴이다. 이를 '함께 빵 팔아서 돈 번 기업'으로 해석하는 사람은 없을 테지?

 

어려운 시기일수록 작은 빵을 나눠 먹는 돈독한 관계, 로 풀이해야 제대로 된 해석이다. 음식을 권하면서 끼니를 해결하고 일상의 고단함과 온기를 공유하는 사이 말이다. 어떤 면에선 식구 같은 단어와도 맥을 같이한다.  (185쪽)

 

6. 언젠가 철학자 강신주 박사가 방송에 출연해 말했다. 그는 "한 끼를 해치워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먹는 음식은 식사가 아니라 사료에 가깝습니다"라며 식사와 사료의 개념 차이를 설명했다. 

(중략)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식사 때마다 마주해야 하는 직장 동료나 가족의 얼굴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과 한자리에 둘러앉아 식사할 때 입안으로 음식물을 밀어 넣기 바쁘다면, 평소 드나드는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갔다가 자리가 없어 모르는 사람과 우연히 합석한 것처럼 자리가 없어 모르는 사람과 우연히 합석한 것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허겁지겁 숟가락질을 하고 있다면? 

 

그건 서로의 관계가 생각보다 끈끈하지 않음을 방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185 ~ 186쪽)

 

7. 우린 무언가를 서둘러 추진하거나 정면에서 마주할 때 오히려 그 가치를 알아채지 못하곤 한다. 글쓰기가 그렇고 사랑이 그렇고 일도 그렇다. 

 

때로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몸과 마음을 조금 느리게 움직여야 하는지 모른다. 한 발 뒤로 물러나 조금은 다른 시선과 속도로, 소중한 것일수록...   (205쪽)

 

8. 우린 새로운 걸 손에 넣기 위해 부단히 애쓰며 살아간다. 

 

하지만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을 무작정 부여잡기 위해 애쓸 때보다, '한때 곁에 머문 것'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그것을 되찾을 때 우린 더 큰 보람을 느끼고 더 오랜 기간 삶의 풍요를 만끽한다. 인생의 목적을 다시금 확인한다.  (227쪽)

 

9. 종종 공백이란 게 필요하다. 정말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무언가 소중한 걸 잊고 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때 우린 마침표 대신 쉼표를 찍어야 한다. 

 

공백을 갖는다는 건 스스로 멈출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제 힘으로 멈출 수 있는 사람이라면 홀로 나아가는 것도 가능하리라. 

 

그러니 가끔은 멈춰야 한다. 

 

억지로 끌려가는 삶이 힘겨울수록, 누군가에게 얹혀가는 삶이 버거울수록 우린 더욱 그래야 하는지 모른다.  (248쪽)

 

10. 우선 리더에는 전장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선봉에 나가 싸우는 사람, 먼지를 먼저 뒤집어쓰는 사람이라는 뜻이 있다. 그래서 중세 유럽에선 리더를 '외로움' '인내' 같은 단어와 동의어로 여겼다고 한다. 

 

다른 의견도 있다. 단순히 일행보다 앞장서서 길을 걷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여행하는 사람을 위해 장애물을 허물고 길을 개척하는 지도자, 즉 '여행을 이끄는 사람'이 진정한 리더라는 것이다. 

 

난 이 견해가 참 마음에 든다. 내 머릿속에 있는 이상적인 리더의 모습은 함께 여행하는 일행을 절대로 버리지 않는 사람이다.   (272 ~ 273쪽)

 

11. 나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살다 보면 싸워야 할 대상이 차고 넘치는데 굳이 '나'를 향해 칼끝을 겨눌 필요가 있을까 싶다. 자신과의 싸움보다 자신과 잘 지내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292쪽)

 

12.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때 우린 행복하다..."  (3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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