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신 건강/정신 건강을 위한 책

<연하이고 남편이고 주부입니다만> 리뷰 : 나의 결혼생활을 돌아보다

반응형

평소에 에세이는 잘 읽지 않는 편이다. 그보다 자기계발서, 실용서가 좋다. 독서를 함으로써 내 삶이 조금이라도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그런 책들 말이다.

 

그러다 최근, 오랜만에 에세이를 하나 읽게 됐다. 브런치에서 가끔 눈팅하던, 결혼 이야기에 대한 글들이 있었는데 그 작가가 최근 책을 냈기 때문이었다. 브런치에 발행됐던 글들이 어떻게 엮여 책의 형태로 나오게 됐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책 제목은 <연하이고 남편이고 주부입니다만>(왕찬현, 파람북). 제목만 봐도 어떤 내용인지 짐작이 간다. 연하 남편, 게다가 주부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작가의 결혼 생활 이야기.

브런치 글들을 볼 때도 느꼈던 거지만, 작가 특유의 참신하고 재미난 표현력 덕에 평범할 수 있는 결혼 이야기도 흥미롭게 읽히는 것 같다.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술술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책이다.

 

결혼을 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결혼 생활은 어떤가. 이 정도면 잘 하고 있는 걸까? 나는 아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지?' 하고 지금까지의 삶을 한번 돌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연하이고 남편이고 주부입니다만>에는 부부지간의 소소한 일상, 사랑, 갈등들이 잘 담겨 있고, 그에서 비롯된 작가의 결혼에 대한 철학, 아내에 대한 사랑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이제야 결혼의 참맛을 느낀다. 서로 다른 두 우주가 만나 하나가 되었는데, 어찌 균열과 폭발이 없겠는가. 싸우면 싸울수록 그녀가 더 사랑스럽고, 그녀를 알아가는 매 순간이 행복하다.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혼 위기의 부부는 예외 없이 상대방을 너무 잘 안다고 주장하는 반면, 화목한 부부는 서로 잘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상대를 이해하고자 노력한다고. (p.20)

이 책의 저자인 고무라면(필명)과는 다르게 나는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이를 갖게 됐다. 그만큼 우리 부부의 신혼을 짧았다. (작가는 지금까지 3년간 신혼생활을 해왔다고 한다.)

 

나의 신혼은 마침 직장일도 한창 바쁠 때였다. 아내와 시간이 잘 맞지 않아 그 흔한 제주도 여행 한 번 단 둘이 여유롭게 떠나본 적도 없었다. (간 적이 있긴 하지만 뱃속에 아이를 품고 있었을 때라 엄밀히 말하면 둘이 아닌 셋이었다.)

 

그렇게 아이를 낳고 나니 눈코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이 이어졌다. 우리 부부는 서로에 대해서보다, 아이에 대해 먼저 생각하는 게 점점 당연시되었다. 행복했지만, 어떤 때는 참 고단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살고 있었다.

 

그러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내에게 뭔가 미안하다는 마음이 많이 들었다. 작가는 아내와의 일상을 이토록 소중하게 하나하나 기록하고 있었고, 그를 바탕으로 아내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하며 한 권의 책을 내기에 이르렀다.

 

만약 내가 오롯이 아내와의 결혼생활을 바탕으로 글을 쓴다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단번에 좋은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아이들을 신경쓰느라 정작 아내에게 소홀했던 건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됐다.

누군가 다시 이 질문('결혼을 결심한 이유가 뭐야?)을 한다면,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긴 하다. 3년 이상 부부 생활을 하며 느낀 점이 있어서이다.

그건 앞으로 평생 살면서 어떠한 경우에도 '반려자의 편'이 될 마음가짐이 있는지, 상대방 역시 영원히 '당신의 편'이 될 각오가 있는지 하는 조건이다.

살다 보면 세상 모든 사람이 손가락질하고 외면하는 것 같은 순간이 있다. 존재의 위태로움을 겪는 그 시기에도 누군가의 편이 되어줄 결심이 섰다면 결혼을 고려해봄 직하다. (p.229)

이 책의 저자만큼 아내 앞에서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는 무뚝뚝한 남편이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아내의 편'이 되겠다고, 그것만은 꼭 지키겠다고 다짐해본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