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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독서/정신건강을 위한 책

<이상한 정상가족> 리뷰 : "체벌은 아이들에게 공포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by 꿈꾸는 강낭콩 2020. 4. 3.

오랜만에 육아와 관련한 책을 한 권 읽었습니다.

지금까지 경험해본 바에 따르면 육아는 지극히 '현실'이어서 '실전'에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아무리 좋은 책들을 읽었더라도 막상 아이들 앞에서 평정심을 잃으면 아무 소용없다는 얘기죠. 

그래서 어떻게 하면 나의 행동이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주지 않을지에 대해 계속 고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의 잘못된 언행이 화근이 되어 아이들이 엇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육아, 그리고 '부모되기'에 연습이란 없습니다. 한 번에 잘 해내야 하는 일이죠. 그런데 미리 경험해볼 수 없으니 정보를 얻을 곳은 결국 책밖에 없습니다. '좋은 책'이 다가 아니지만 그래도 책을 찾아보는 이유입니다.

이번에 읽은 <이상한 정상가족>이라는 책은 사실 '육아서'라고 하기엔 결이 좀 다릅니다. '육아서'라 하면 보통 개월 수나 연령별로 나타나는 아이들의 발달 사항 관련 정보를 주고, 또 그에 맞게 부모가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다루기 마련이죠.

<이상한 정상가족>은 그런 육아 노하우들을 다루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강렬하고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저자인 김희경 작가는 '아이들은 약자다. 폭력을 가해서는 절대 안 된다. 국가가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라며 취약한 아동보호 인식과 시스템을 비판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안합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저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건 '체벌'에 관한 부분이었습니다.

저는 지금껏 아이들을 키우면서 한 번도 때린 적이 없어요. 하지만 한창 성장하는 아이들을 대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닌지라, 이성을 잃고 욱 할 때도 있습니다. 아이를 때릴 수 있을 정도의 감정 상태는, 육아를 하면서 자주 맞닥뜨리게 돼요. 

그래서 비록 저는 저희 아이들을 때리지 않더라도, 혹시 누군가가 훈육을 이유로 그 사람의 자식에게 체벌을 가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럴만 했겠지, 그럴 수도 있지 뭐' 하고 넘길 것 같다는 생각을 평소에 갖고 있었어요.

(아이를 키워본 사람들만이 아는 그 답답함이 있거든요...ㅎㅎ 아이들 행동이 얼마나 내맘같지 않은지... 육아 스트레스란 거 정말 말로 다 못하죠 ㅠㅎㅎ)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체벌에 대해 정말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아동학대는 극히 비정상적인 사람들의 고의적 폭력이라기 보다 보통 사람들의 우발적 체벌이 통제력을 잃고 치달은 결과라는 것이 그간 숱한 분석과 연구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중략)

반면 체벌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은 양육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상황에서도 학대로 치닫는 경우가 없었다. 도구를 갖고 엉덩이를 자주 때리는 부모들이 그렇지 않은 부모에 비해 학대를 할 가능성이 9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10%)

저자는 체벌과 아동학대는 정말 한끗 차이라고 얘기합니다.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선 아이들을 절대 체벌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해요. 국가가 나서서 법적으로 체벌을 금지해야 한다고도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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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사람들 정서상 법으로 실현되기가 힘들다고 해요.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현장에 가서 제재를 하려고 하면 "내 자식 내가 알아서 키운다. 상관 마라."는 식으로 나오는 부모들이 많다고 합니다. 

또 "나도 맞고 자랐는데, 안 비뚤어지고 잘 컸다."는 식으로 체벌을 옹호하기도 한다는데요. 저자는 이 생각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합니다.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런던통신>에서 "학창 시절 회초리나 채찍으로 매를 맞았던 이들은 거의 한결같이 그 덕에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고 믿고 있다. 내가 볼 때는 이렇게 믿는 것 자체가 체벌이 끼치는 악영향 중 하나"라고 말했다. (중략)

체벌의 유해성을 연구해온 발달심리학자 엘리자베스 거쇼프는 이를 자동차 안전벨트에 비유해서 설명했다. 성인의 상당수는 자동차 안전벨트가 없던 시절에 자랐다. 하지만 누구도 안전벨트가 없었던 덕분에 내가 잘 자랄 수 있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안전벨트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무탈하게 자랐다고 말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부모의 체벌 덕분에 내가 괜찮은 사람이 되었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부모의 체벌에도 불구하고 나는 괜찮은 사람이 되었다고 말해야 한다. (13%)

뒤따르는 책 내용에 따르면 체벌에는 교육적 효과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많답니다. 체벌은 뒤틀린 인성을 만들어 내고 아이들로 하여금 공포를 느끼게 할 뿐이라는 건데요.

'아이들은 철이 없으니 말 안 들을 때는 때리면서 엄격하게 가르쳐야 해'라는 생각이 얼마나 부모 중심적이고 위험한 사고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 대목이었습니다. 

육아를 하다 보면 정말 참기 힘든 순간이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그게 아이가 저를 때릴 때예요. 감정 조절 능력이 아직 미숙한 아이들은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표출하기 마련인데, 가끔 그 정도가 심하면 손을 막 휘두르거든요.

몇 번 맞아봤는데, 정말 아픕니다ㅎㅎ. 그래서 맞으면 정말 화가 나요. 내 자식이지만.

지금까지는 잘 참아왔고, 그럴 때마다 훈육도 폭력을 사용하지 않고 해왔어요. 하지만 앞으로 이보다 더한, 저를 시험대에 오르게 하는 상황들이 주어질 거라 생각해요.

그럴 때마다 <이상한 정상가족>의 메시지를 떠올려야겠습니다.

'아이들은 내 소유물이 아니다. 아이들도 나와 같은 인간이다. 가정 내에서 아이들은 약자다. 보호해야 하지 때리며 가르쳐야 할 대상이 아니다.'


[그밖에 주목한 문장들]

1. "한 사회가 아이들을 다루는 방식보다 더 그 사회의 영혼을 정확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것은 없다." (넬슨 만델라) (3%)

2. 학대로 숨진 아이의 궤적을 좇아 진상조사를 하는 동안 나는 학대의 대부분이 가족 내의 체벌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선진국 중 한국만큼 부모가 자녀를 마음대로 휘두르는 친권이 강한 나라가 없고, 아이들의 보호·양육에서 소위 공공의 역할이 이토록 희박한 나라가 드물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4%)

3.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는 결혼제도 안에서 부모와 자녀로 이뤄진 핵가족을 이상적 가족의 형태로 간주하는 사회 및 문화적 구조와 사고방식을 말한다. 바깥으로는 이를 벗어난 가족 형태를 '비정상'이라 간주하며 차별하고, 안으로는 가부장적 위계가 가족을 지배한다. 정상성에 대한 지나친 강조로 가족이 억압과 차별의 공간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5%)

4. 아이에 대한 체벌을 부모와 양육자가 할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사회는 학대에 대해서도 민감성이 떨어진다. 체벌을 해도 된다고 보는 태도가 뿌연 안개처럼 사회에 깔려 있는 상황에서 아동학대를 뿌리 뽑을 방법이 있을까? 단언컨대, 없다. 구성원의 절반가량이 특정 연령층에 대해 특정한 조건하에서 폭력을 사용하는 것을 수용하는 사회에서는 체벌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폭력이 더 높은 수위의 폭력으로 독버섯처럼 자라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9%)

5. 매를 들고 무섭고 엄하게 다스려야 아이들이 문제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잘 자란다는 통념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무수한 실증적 데이터는 오히려 그 반대를 가리킨다. 체벌의 긍정적 효과는 그저 믿음뿐이고, 체벌의 부정적 효과를 보여주는 연구들은 워낙 많아서 이건 논쟁이라고 할 수도 없다. (11%)

6. 가족 내에서 부모의 양육방식은 치외법권적 '천륜'의 영역이 아니며 인권 보호를 위한 국가의 제재 대상이어야 한다. 비대한 국가를 선호해서가 아니다. 공공의 개입이 닫힌 방문 안에까지 이루어질 때에만 비로소 숨을 쉴 수 있고 자유로워지는 약자들이 가족 안에 있기 때문이다. (21%)

7. 해마다 1학기에 모든 학교에서는 학생정서행동 특성검사를 실시한다. 이 검사에서 '자살 고위험군'으로 나오는 학생은 해마다 전국 1만 명에 육박한다. 이 경우 학교는 전문기관에 검사를 의뢰하는 등의 2차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친권자인 부모가 거부하면 불가능하다. (37%)

8.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아이를 해외로 입양 보내는 유일한 나라다. 중앙입양원 통계에 따르면 2016년까지 한국에서 태어나 해외로 입양된 사람은 총 16만 6,512명에 이르며,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입양(7만 9,088명)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47%) 

9. 한국에선 육아휴직의 부담 때문에 고용주가 여성 채용을 꺼리지만 남녀 모두 육아휴직을 쓰는 스웨덴에선 굳이 여성의 채용을 꺼릴 이유가 없다. 일과 양육의 양립을 위한 노동환경 개선에서 핵심은 양성 모두 아이들을 돌보는 충분한 시간과 에너지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가, 삶이 일 중심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철학이 반영되어 있다. (80%)

10. 출산율이 회복된 나라들에는 혼외출산을 '정상가족'에 대한 도전이나 일탈로 간주하며 차별하는 배타성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스웨덴이 그 대표적 경우다. (81%)

11. 스웨덴의 아빠가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하루 평균 300분이고, OECD 국가 평균은 47분이다. 한국은? 6분이다. (81%)

12. 스웨덴의 경험이 보여주는 것은 삶은 개인주의적으로 살고, 해법은 집단주의적으로 찾을 때 저출산을 비롯하여 우리가 겪는 위기를 해소할 길이 보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81%)

13. 사람에게 해서는 안 될 짓의 선을 정하는 게 먼저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상상해보는 공감의 감수성을 높이려는 노력은 물론 필요하지만 이를 개인의 도덕적 과제, 감성의 영역으로만 남겨두어선 안 된다. '우리'의 폭을 넓히려는 교육이 공교육에 제도적으로 포함되어야 하고, <차별금지법>, <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 그게 우리를 같이 살아가게 해주는 공감의 제도화다. 역지사지하고 공감하는 능력보다 사적 관계에선 예의, 공적 관계에선 정책과 제도가 우리의 공존을 가능하게 해주는, 더 인간적인 장치다.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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