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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단상

'비디오스타' 김민교 '아이 낳지 않기로 한 이유'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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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교 씨가 방송에 나와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한 이유'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었습니다. 찾아보니 한 4년은 지난 일인 것 같은데 저는 이제야 봤네요.

뭔가 멋있는 말을 한 것 같고, 아이를 낳는 일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는 사람의 말인 것 같았는데,

저는 뒤늦게 접한 김민교 님의 이야기에 웬일인지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김민교 씨의 말은 이겁니다. 사람들이 그래도 아이를 낳는 게 좋지 않겠냐며 조언으로 해준다는 것이 "늙으면 후회해"와 같은 말이었다고. 즉, 부모의 입장에서만 보고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거였습니다.

"아이를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만끽하게 해줘야지"라며 아이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는 거예요.

언뜻 들으면 되게 멋진 말 같은데요. 그런데 저는 좀 생각해보니, 그렇게 들리지만은 않더군요.

저는 아이가 둘 있습니다. 당연히 힘들지만,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행복을 느낍니다. 신혼이 짧았지만, 그래서 아쉽지만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친구들, 지인들, 그리고 더 많은 분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서 아이가 없다면 절대 느낄 수 없는 행복감을 느껴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껏 절대로, 그 누구에게도 결혼해라, 빨리 아이를 낳아라, 그런 꼰대같은 조언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각자가 처한 상황은 다 다르고, 결혼, 임신, 출산은 신중히 해서 나쁠 것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민교 씨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고개를 갸웃하게 되더라구요.

주변에서 아이를 낳으라고 할 때 부모의 입장에서만 낳으라고 한다, 아이를 부모 본인들의 행복을 위해 낳으라고 한다, 아이들에게 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끽하게 해줘야 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못 봤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온전히 아이 입장에서 임신과 출산을 계획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사람들이 아이를 갖게 된 사연은 수 천, 수 만 가지가 될 겁니다. 그중에는 김민교 씨가 불편하게 생각했던 지점, 부모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이루어진 경우도 있을 거예요.

아이들은 그렇게 태어납니다. 생명의 탄생이란 것은 무엇보다 소중히 여겨져야 하는 것이고 신중해야 하고, 또 무엇보다 우선시 되고 보호받아야 하는 일이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때로는 너무 쉽게 이루어지는 일이기도 해요. 이런 경우, 부모가 된 사람들은 아이가 뱃속에서 점점 커져가고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도 부모 입장만을 생각할까요?

아닙니다. 뱃속에 아이를 품게 된 과정이야 어찌됐든, 아이의 심장소리를 듣는 순간, 엄마 뱃속에서 힘겹게 나온 아이 얼굴을 보는 순간 누구보다 아이를 위하는 마음을 갖고 살아가게 됩니다. (일부 부모 자격이 없는 모지리들이 예외를 만들긴 하지만...)

아이의 존재가 형성되기도 전에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기적인 동기에 의한 임신과 출산을 무조건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기적 동기만큼 사람을 행동하게 하는 힘이 있는 게 또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아직 준비가 안 되었다' '이 험한 세상에 내 아이들을 살아가게 하는 게 두렵다' 이런 얘기들 많이 듣습니다. 김민교 씨도 이런 고민을 한 적이 있다고 하죠.

압니다. 아이 키우기 참 힘든 환경이라는 것을요. 그게 진짜 걱정되고 답이 안 나오면 안 낳으면 됩니다. 어쩌겠어요.

그렇다고 해서 힘겹게 아이를 키워나가고 있는 부모들을 측은한 시선으로 바라보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아이를 갖기 전부터 아이만을 위하는 좋은 부모가 될 자신이 없으면 아이를 낳으면 안된다, 라는 프레임을 만들지 않았으면 합니다.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 거라는 마음의 준비? 자신감? 그게 과연 언제쯤 생길 수 있을까요? 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는데, 수능처럼 모의고사를 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 준비라는 것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걸까요.

아이가 생겨야만 부모가 됩니다. 아이가 생겨야만 부모도 서서히 부모로서 성장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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