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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단상

이제 그 누가 신천지, 사랑제일교회를 욕할 수 있겠습니까? | 코로나19 3차 대유행 | 사회적 거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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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2.5로 격상되었습니다. 누군가에겐 어려운 결정이었을 수 있겠지만 참 안타깝습니다. 2.5단계로 격상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몇 주 전부터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죠.


일상을 멈출 수 없다, 자영업자들에게 돌아갈 타격이 크다, 경제를 살려야 한다.... 그러면서 방역 지침 강화를 미루고 또 미뤄 왔습니다. 하루 확진자 수가 연일 100명 안팎으로 나오고 있을 때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로 낮췄을 때부터 지금 이 상황은 이미 예견된 결과였는지도 모릅니다.

한림대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 등 많은 전문가들이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수 차례 경고했지만 정부는 끝내 듣지 않았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가 단계를 완화할 때는 그렇게 신속하고 단호하게 결정하던 정부는 엄격해야할 때는 망설이고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급기야 2+a단계라는 ‘강화된’ 지침을 가지고 나왔는데, 이때는 참 웃기지도 않았습니다.

그럼 애초에 사회적 거리두가 단계를 다섯 단계로, 왜 그렇게 공을 들여 대대적으로 개편을 했던 걸까요. 이럴 거면 단계를 만들지 말고 차라리 그때그때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는 게 나았을 겁니다.

방역 당국의 이런 단호하지 못한 대응은 국민들로 하여금 코로나 상황을 안심하게 만들었습니다. 때로는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거의 다 돌아간 것처럼 보일 정도였습니다. 번화가 음식점, 카페, 술집에는 사람들이 넘쳐났고, 사우나, 헬스장 등의 실내 체육시설 등은 코로나 따위는 잊은 듯 성업이었습니다.

그래도 마스크 잘 쓰고 다녔으면 된 거 아니냐고요? 다 아시지 않습니까. 그런 곳에서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면 반드시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는 사실을요. 커피 한잔 마실 때, 식사하는 동안 30분 동안은 몸에서 바이러스가 기다려주나요? 그렇지 않다는 걸 다 알면서도 안심하고 ‘나 하나쯤이야’ 하며 생활해왔던 겁니다.

그 와중에 또 하나, 언론이 이런 분위기에 일조를 합니다. 그놈의 검찰개혁이 뭔지, 추윤갈등이 뭔지, 공수처법이 뭔지, 정치권 싸움에만 마이크를 들이댔습니다. 코로나 소식은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애정하던 김현정의 뉴스쇼마저도 코로나 뉴스는 뒷전이었습니다. 아마도 정치권 상황 중계가 청취율이 더 잘나왔던 모양입니다. 매일 같이 듣던 프로그램이었는데, 이제는 좀 정이 떨어졌습니다.

도대체 왜 하루 확진자 수가 100명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건지, 어느 순간부터 300명을 넘어 4, 500명, 이제는 매일 꼬박 600명이 넘는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는데 당최 어디서 그렇게 퍼지고 있는지, 어디를 특히 조심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는 걸까요. 스스로 찾아보지 않으면 코로나 뉴스를 접하지 못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의료 현장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방역당국의 미온적 대처, 그로 인한 국민들의 안일한 마음가짐, 언론의 무관심. 이 3박자가 완벽하게 어우러져 지금 이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코로나 확산 이래로 지금이 제일 심각한 위기라고 합니다.

자, 그동안 우리는 중국을 욕했고, 신천지를 욕했고, 이태원 클럽 간 사람들을 욕했고,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를 비롯한 그 신자들과 광복절 광화문 집회에 갔던 시위대를 욕했습니다. 그랬던 우리였습니다. 지금 우리는 과연 그들을 욕할 수 있습니까? 아마 그들은 지금 전국민을 비웃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너네가 우리랑 뭐가 다르냐, 하면서 말이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2.5단계로도 이 확산을 막을 수 없다고요. 3단계로의 격상을 이야기하는 전문가도 있다는군요. 그만큼 우리는 암울한 연말을 보내고 있는 겁니다. 그걸 알아야 합니다.

느슨해진 마음을 며칠 내 다시 조인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건 압니다. 그렇다 해도 코로나의 확산을 이대로 방치하면 안 됩니다. 의료 체계가 곧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들려옵니다. 그러니 제발 2주만이라도 일상의 많은 부분을 멈추고, 코로나 확산 방지에 모두가 마음을 모았으면 좋겠습니다.

얼마나 많은 분들이 이 글을 보실지 모르겠지만, 저 혼자 답답한 마음에 두서 없이 써보았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디 코로나로부터 안전한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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