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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단상

2주 간의 자가격리 후 격리해제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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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씁니다. 메인 페이지 사이드바에 있는 달력을 보니 딱 2주만이네요.

 

지난 2주는 저에게 인생을 통틀어 잊지 못할 가장 큰 일이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제목에도 썼지만 자가격리가 됐었거든요. 

 

제가 확진자와 접촉을 했던 건 아니고 공교롭게도 저희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확진자가 나왔어요. 해당 어린이집은 바로 2주간 폐쇄조치가 내려졌고 보육교사들뿐만 아니라 당시 등원했던 모든 아이들이 자가격리에 들어갔습니다. 

 

아이들의 부모님까지 하면 몇백 명의 사람들이 집에서만 생활하는 신세가 된 거였어요. 

 

코로나를 뉴스로만 접하다가 직접 이런 일을 당하고 보니 정말 당황스럽고, 무섭고, 불안하더군요. 특히나 아이가 자가격리 대상자로 지정이 되니 조금만 미열이 있어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화가 많이 났습니다. 당시는 사랑제일교회 발 감염세가 본격 확산되고 있던 시기였거든요. 그 영향을 받았던 건데, 그들은 도대체 무슨 명분으로, 이 시국에 방역수칙도 제대로 지키지며 예배를 이어가고, 또 광장에 모여 집회를 했던 걸까요. 

 

아무리 좋은 명분이라도 전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면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다 일이 이렇게 됐으면 방역 당국에 잘 협조해서 확산세를 빨리 막는 데 힘써야 하는데 그런 모습도 보이지 않았죠. 

 

2주 동안 집에만 있으면서 참 힘들었습니다. 가족 중 누군가가 자가격리 대상으로 지정되면, 나머지 가족은 사실 일상생활을 해도 됩니다. 단, 집안에서 격리 대상자와의 접촉을 철저히 차단한다는 전제 하에 말이죠. 

 

그런데 아이는 그럴 수가 없잖아요. 어떻게 방 안에 혼자 두고, 또 밥도 따로 먹고, 그렇게 살 수가 있나요. 어쩔 수 없이 가족 전체를 격리하기로 하고 다함께 집콕 생활을 했습니다. 

 

아이들과 단 한 순간도 떨어지지 않고 2주를 지내려니 환장할 노릇이었습니다. 체력 소모가 상당했어요. 정신적으로도 힘들었고요. 그래도 어떻게든 버텨야 하니 아이들 눈길을 끌 장난감도 사고, 또 TV도 많이 보여주면서 지냈습니다. 

 

음식은 새벽배송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장난감도 그렇고 음식도 그렇고. 하루 이틀이면 원하는 물품을 받아볼 수 있는 우리나라 물류 시스템이 새삼 대단하다고 느껴졌습니다. 계속되는 코로나 위기 속에서 이건 정말 엄청난 강점인 듯 해요. 

 

그렇게 꾸역꾸역 버티니 자가격리 해제 날이 오긴 왔네요. 해제 되기 하루 전날 아이가 코로나 검사를 다시 받았는데 다행히 음성으로 나왔고요. 보육교사들과 다른 아이들 중에서도 양성 판정 받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정말 아찔했습니다. 

 

2주 동안 자가격리 되어보니, 이거 정말 인간이 할 짓이 못돼요. 아무리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집돌이, 집순이라 해도 그게 자발적으로 그렇게 할 때나 좋지 강제로, 타의에 의해서 집에만 있게 되면 그때부턴 집이 집이 아니게 됩니다. 감옥이지. 

 

아무도 만나지 못하고요. 쓰레기 버리러 나가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습니다. 일상이 완전 멈춰버려요. 코로나 시국에선 확진자, 의료진만 고생하는 게 아닙니다. 자가격리 대상이 된 사람들도 각자의 집에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제발, 이번 한 주만이라도 대면 접촉을 최소화 하며 생활해주세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께서도 얘기했듯, 이 시대에 우리가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은 흩어지는 것밖에 없습니다.

 

내가 확진자일 수 있다는 생각, 내가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수십 명, 수백 명이 감염될 수 있고, 아니면 적어도 자가격리 대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꼭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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