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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후기

본격 육아 공포 스릴러 영화 <비바리움> 감상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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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내용들 중 3번 항목에 결말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참고해주세요:)

영화 <비바리움> 줄거리 및 결말 포스팅에 이어, 이번에는 개인적인 감상평을 남겨봅니다. 영화 줄거리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대략적인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20/08/10 - [리뷰도 일기처럼/영화 후기] - 제시 아이젠버그 주연 영화 <비바리움> 줄거리 및 결말

제시 아이젠버그 주연 영화 <비바리움> 줄거리 및 결말

영화 <비바리움>을 봤습니다. 한 2, 3주 전쯤 접속 무비월드인가, 암튼 주말에 하는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처음 접한 영화였는데요. 제가 선호하는 장르 중 하나인 미스터리 스릴러물처럼 보여�

dreaming-bean.tistory.com

영화를 보고 나면 몇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톰과 젬마를 가둔 사람의 정체는 뭘까? 왜 가둔 걸까? 도대체 이 영화는 뭘 말하려는 걸까?
 
이에 대한 답은 영화 안에서 말끔히 해결되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단서를 통해 관객들이 추측, 나름대로의 해석을 할 수 있을 뿐이죠.
 
저도 개인적으로 느낀 점들이 있었지만, 블로그에 그 썰을 풀기 전에 먼저 다른 사람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봤는지 궁금해서 블로그 글들을 좀 찾아봤습니다. 
 
서너 편 정도의 후기 글을 봤는데, 영화 속 정체불명의 존재에 대한 공통적인 의견들이 있었어요. 바로 외계 생명체일 거라는 얘기였습니다. 
 
'뭔 뜬금없는 얘기야?' 싶었지만 전혀 틀린 얘기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인간보다 훨씬 빠른 성장 속도, 이해하기 힘든 말과 행동들, 몸을 변형하면서까지 남을 흉내내는 모습 등은 분명 지구인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영화 <비바리움>은, '외계인이 지구인들을 관찰하기 위해 만든 사육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영화'라고 볼 수 있을 텐데요.
 
하지만 저는 영화를 보면서 완전 다른 생각을 했습니다. '이건 육아의 고통, 공포를 극단적으로 표현해 낸 영화다'라고 말이죠 ㅎㅎ 너무 뜬금없나요?
 
제가 한창 육아 중이어서 그랬던 걸 수도 있지만, 다시 생각해 봐도 충분히 그렇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생각나는 장면 몇 가지만 예를 들어 적어보겠습니다. 
 

영화 속 장면 1)

함께 살 새 집을 구하던 톰과 젬마는 '욘더'라는 이름의 주택단지에서 집 하나를 소개 받게 되는데요. 그들은 중개인을 따라 얼떨결에 들어가게 된 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신세가 되고, 설상가상으로 아이까지 키우게 됩니다.
 
놀라운 성장 속도를 보이는 아이는 젬마를 계속해서 엄마라고 부르지만, 젬마는 부인하죠. "난 네 엄마가 아니야."라고요. 

 

 

(제가 앞서 '육아의 고통과 공포를 극단적으로 표현해 낸 영화'라는 말을 했는데요. 여기서 '극단적'이라는 표현에 유의해주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가 마치 아이를 엄청나게 미워하는 아빠로 비춰질 수도 있으니까요 ㅎㅎ)
 

현실 1)

아무리 출산의 과정이 감동적인 것이라지만, 한편으로는 막상 아이를 받아 들었을 때 얼떨떨하기도 합니다. 또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얘는 대체 어디서 나타난 거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하는 행동이 귀엽고 예쁘고 신기해서 그렇기도 하고, 또 너무 미운 행동을 해서 그렇게 느끼기도 합니다. 육아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때는 (물론 농담) 아이에게 괜히 이렇게 말하며 화풀이를 하기도 해요. "이제 네 아빠 아니야!'"
 
그러면 안 된다는 거 알지만....감정 조절이 서툰 부모이기에 ㅠ 그러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영화 속 장면 2)

어느 날 택배 상자에 배달되어 온 아이는 크면서 괴상한 행동들을 많이 합니다. 꺄아악~! 하고 비명을 지르거나, 별안간 주인공들의 행동과 목소리, 말투를 그대로 따라해 보입니다. 강아지 흉내를 내며 집안 곳곳을 쉴 새 없이 뛰어다니기도 해요. 
 
통제되지 않고 도무지 이해할 수도 없는 아이의 행동에 치가 떨립니다.

 

어우...콱 한 대 쥐어박을 수도 없고...ㅎㅎ

 

현실 2)

현실 육아도 만만치 않아요. 네다섯 살쯤 되면 자기 고집이 생겨서,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 아무리 말을 해도 도무지 듣지를 않습니다. 마음대로 행동하고 싶어 하고요.
 
옆에서 이래라 저래라 하면 "나 마음대로 할거야!", 또는 "엄마 아빠는 마음대로 하면서 왜 나는 마음대로 못하게 해?!"라며 바락바락 대듭니다. 
 
언어나 행동 발달도 급속도로 빨라지는데, 부모의 것을 마치 스펀지처럼 순식간에 빨아들이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요. 물론 영화 속 아이처럼 목소리를 그대로 따라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ㅎㅎ 보고 있으면 정말 소름돋을 때가 많습니다. 

 

영화 속 장면 & 현실 3)

이건 좀 슬픈 포인트였는데, 아버지 아닌 아버지가 된 톰은 집 앞 마당을 파는 것만이 유일한 탈출구라고 생각하고 매일 같이 삽질을 합니다. 아침에 눈 떠서 식사를 한 후에 곧장 정원으로 나가죠. 마치 거기가 톰의 일터가 된 것처럼요. 
 
육아는 엄마 아닌 엄마가 된 젬마의 것이 됩니다. 요즘 말로 '독박육아'라고 하죠. 그렇게 젬마와 아이의 관계는 가까워진 반면 톰은 외톨이가 되어 버려요. 
 
시간이 흘러, 집 앞에 구덩이를 파다 지친 톰이 사망하고 청년이 된 아이에 의해 그 구덩이에 묻히고 맙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아, 아빠의 인생은 저런 건가. 저렇게 밖에서 일만 하다가 자기가 판 무덤에 들어가게 되는 건가.' 싶어서, 처참했다 그래야 하나...암튼 슬프더군요. 
 

젬마의 마지막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키우던 아이가 성인이 돼 욘더 밖으로 진출하게 될 때쯤 숨을 거두는데요. 직전에 아이와 나눈 대화가 참 의미심장했어요.

 

정확한 워딩이 기억나진 않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었어요. 먼저, 젬마가 묻습니다.

 
"엄마의 역할이 뭔데?"
"아이를 길러서 사회에 내보내는 거지."
"그 다음에는?"
"죽는 거지."
 
결혼해서 아이가 생기면 부모는 그들만의 인생을 살 수 없게 됩니다. 아이를 위한 인생을 살게 되죠. 그러면서도 물론 행복하지만, 때로는 아이를 다 성장시키고 난 이후의 자유로운 삶을 꿈꿉니다. 저 또한 그렇고요.
 
그런데 <비바리움>의 이 장면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 자식과의 완전한 분리는 죽어서야 가능한 것이겠구나.' 
 
부모로서의 삶을 겸허히 받아들여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영화 <비바리움>이었습니다.(ㅋㅋ급 이상한 마무리가 되어버렸네요.)

 

육아를 하다 보면 몇 번씩이나 마음 속으로 외쳐보는 HELP

 

이 영화를 보시면서 저와 같은 생각을 하셨을 분들이 계실지 궁금하네요. 
 
아마 아이를 키우고 계신 분들이라면 영화 전체에 걸쳐서는 아닐지라도, 몇몇 장면에서는 비슷한 감정을 느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영화에서처럼 극단적인 상황들은 펼쳐지지 않길 바라며, 육아하시는 모든 분들의 건투를 빕니다.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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