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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후기

영화 <반도> 후기 : 역대급 똥망작? 전 재미있던데요 | 연상호 감독의 세계관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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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가 없는 글입니다.  안심하고 읽어주세요 :)

어제 영화 <반도> 예고편 얘기를 올렸었는데요. 오늘은 본편에 대한 전반적인 소감, 그리고 영화 유튜버들의 혹평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써보려고 합니다. 

 

영화 <반도>는 한국에 좀비 영화 바람을 불러 일으켰던 <부산행>의 후속작입니다. 이번에도 연상호 감독이 연출했는데, <부산행> 이후 4년 만에 그 연장선 상에서 선보이는 영화였기 때문에 많은 이들의 기대와 관심을 한몸에 받았습니다.

 

그게 화근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기대와 관심. 그게 너무 컸다는 것.

 

<부산행>이라는 영화의 임팩트가 워낙 강했기 때문에 이제 [연상호 감독 + 좀비] 라고 하면 일정 수준의 이상의 기대치가 생깁니다. 하지만 <반도>는 그것을 충족시키지 못한 듯 보입니다. 

 

포털사이트와 유튜브 상에서 쏟아지고 있는 혹평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개봉한 지 1주일도 채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벌써 관객들로부터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요.

 

저는 의아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 아내에게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천만 갔을 텐데 아쉽네."라고 말했었거든요. 그만큼 몰입해서 재미있게 봤던 영화였습니다. 


영화 <반도>는 좀비 영화가 아니다

많은 분들이 <반도>를 좀비 영화로 알고 계십니다. 저도 유아인 박신혜 주연의 <#살아있다>와 같은 장르일 거라고 생각하고 보러 갔는데 분위기가 전혀 달랐어요. 

 

좀비 영화라고 하기엔 좀비의 역할이 매우 축소되어 있었습니다.

 

영화 <반도>의 초반부. 한반도에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이후 홍콩에서 난민 생활을 하던 정석(강동원)을 비롯한 한국인들이, 목돈을 가져오기 위해 좀비들이 득실거리는 한국으로 다시 들어갑니다.

 

그들은 인천항으로 들어가 달러 뭉치가 잔뜩 실려 있다는 트럭을 찾아 서울 목동 지역으로 서서히 진입하는데요.

 

폐허가 돼 버린 시내를 지나 트럭을 발견하고 그 차에 올라 시동을 거는 순간까지만 해도, '인간 VS 좀비'의 대결구도가 유지됩니다. <부산행>을 비롯한 일반적인 좀비 영화처럼 말이죠.

 

하지만 한반도에서 살아 남은 '631부대'라는 세력이 등장해 트럭을 갈취하고, 또다른 생존자가 나타나 주인공을 도와주면서 순식간에 다른 이야기가 되어 버립니다. 

 

주인공 정석(강동원)이 싸워야할 대상이 좀비에서 '좀비보다 더 한 인간들'로 옮겨간 것이죠. 그렇게 '인간 VS 인간'의 대결구도가 형성이 되니, 이때부터 좀비는 그렇게 위협적인 존재로 느껴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좀비는 따돌리든 총으로 쏘든 헤쳐나가면 되는데, 좀비의 세계에서 살아남아 눈이 돌아가버린 사악한 인간들은 끈질기게 주인공들을 위협해요.

연상호 감독의 승부수, '좀비'가 아닌 '사람' 이야기

 

저는 이와 같은 이야기 전개 방식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비록 좀비들 보는 맛이 없고 <부산행>에서의 스릴도 느낄 수 없었지만, 연상호 감독이 승부수를 잘 띄웠다고 봤어요. 

 

만약 이번에도 좀비라는 존재를 전면에 내세워 부각시키고, 주인공들이 좀비들 속에서 피 터치게 싸우고 누구는 물리고 누구는 살아남고, 뭐 그런 이야기를 그렸다면 다른 좀비 콘텐츠와 차별화가 안 됐을 거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좀비물에 대해 잘 모르긴 합니다만.)

 

그것보다 이번 영화에서 보여준 것처럼, <부산행> 이후 좀비들에 의해 점령 당한 한반도와 그 속에서 살아남은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연상호 감독만의 세계관을 구축하는 편이 백 배는 좋았다고 봅니다.

너무 많이 알면 인생이 피곤하다

 

영화를 보고 나서 다른 사람들 반응은 어떤가 싶어 네티즌 한 줄 평도 살펴보고, 영화 유튜버들의 영상도 좀 봤는데요.

 

그 중에서도 <반도>의 부족한 개연성과 디테일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유튜브 영상 하나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시간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한번 보세요.

유튜브 채널 '라이너의 컬쳐쇼크'의 <반도> 리뷰 영상

다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내용을 떠나서 저는 이런 식의 비꼬는 듯한 화법, 정말 싫습니다.

영화든 뭐든 비평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은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안 그러면 "그럼 니가 만들어봐" 소리 듣습니다 ㅎㅎ)

 

그런데 시종일관 '말도 안 된다', '형편없다', '최악이다', '처참하다'와 같은 표현을 쓰며 영화를 깎아 내립니다. '영화를 어떻게 이렇게밖에 못 만드냐'는 식의 짜증도 느껴집니다.

 

제가 봤을 땐 충분히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디테일도 꼬투리를 잡고 감독을 바보 취급해요. 영화를 재미있게 본 입장에서 좀 불쾌하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현실과 너무 다르다'는 코멘트도 나오는데, 아니 그렇게 치면 '좀비'라는 게 존재한다는 사실이 제일 말이 안 됩니다 ㅎㅎ영화 자체가 비현실적인 세상을 그리는데 어느 정도의 현실적인 모습을 원하시는 건지 궁금했어요.

 

영화 유튜버인 만큼 영화에 대해 잘 알고, 또 좀비물에 대한 지식도 많으시니 저런 의견을 낼
수 있는 거겠지만, 참...저 영상을 보고 저는 '영화에 대해 많이 몰라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도>를 보는 내내 까칠해져서 얼마나 스트레스 받으셨겠어요. 저는 제가 선택한 영화는 그게 무엇이든, 즐기면서 보고 싶습니다.ㅎㅎ


이런 류의 영상 조회수가 터지고 포털사이트 영화 한 줄 평에도 혹평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좋은 평가는 모습을 드러내기 힘들어지죠. 다들 영화가 별로라고 하는데, 나만 이상한 사람 되기 싫으니까요.

 

그래도 저는 솔직한 소감을 얘기해보고 싶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다 같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니라고 말이죠. 

 

(재미있게 보신 분들 거기 더 계시다는 거 압니다! 어서 소감을 밝혀주세요!ㅎㅎ)

 

영화 <반도>의 흥행 성적은 그렇게 좋지 못할 겁니다. 코로나 때문에 영화관 방문을 꺼리는 분위기도 있고, 또 좀비가 등장한다는 장르적 특성 때문에 <반도>를 피하시는 분들도 꽤 있을 테니까요.

 

그래도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포스트 아포칼립스(종말, 대재앙)을 그려낸 첫 영화이니만큼 좋은 평가를 받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꿈꾸는 강낭콩의 결정적 한 장면]

카 체이싱 중 유리벽 너머에 가득 차 있던 좀비들이 쏟아져 나오는 장면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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