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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후기

영화 <#살아있다> 후기 : 부산행? 엑시트? 어쩔 수 없는 아류작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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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 박신혜 주연의 영화 <#살아있다>를 봤습니다. 갑자기 여유 시간이 생겨서 집에서 가까운 롯데시네마로 급히 예매를 했는데요.

 

그런데 상영 시간이 임박해서 보니, 요즘 목금토일 6천 원 영화 할인 쿠폰 이벤트란 게 진행 중이더군요...

제가 예매한 시간 대 티켓 가격이 6천 원이었기 때문에 해당 쿠폰으로 할인까지 받았으면 무료로 보는 거였는데..... 그렇게 큰 돈은 아니지만 영화도 보기 전에 김이 한번 새버렸습니다.

 

괜히 내 돈 빼앗긴 것 같은 심보가 발동했어요. 하지만 상영 시간이 다 되어 취소할 수도 없고 해서, 영화관에 기부한 셈 치고 들어갔습니다. 

 

6천 원 영화 할인 쿠폰 배포는 영화진흥위원회에서 기획한 이벤트랍니다. 목금토일 오전 중 영화관 가시는 분들은 꼭꼭 온라인 예매 시 다운 받으셔서 저렴하게 영화 관람하시길 바랍니다.

 

(* 다시 찾아보니 6월 28일 일요일을 끝으로 이벤트가 끝난다고 하네요. 착오 없으시길!)


 

이제 <#살아있다>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여기서부터 스포일러 주의! 결말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저는 긴장감 있고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런데 네이버 영화에서 한 줄 평을 보니 별점 한 개 짜리가 너무 많네요.

 

영화 <#살아있다>의 줄거리만 보면 재난 영화 같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나와있어요. 

원인불명 증세의 사람들의 공격에 통제 불능에 빠진 도시.

영문도 모른 채 잠에서 깬 ‘준우’(유아인)는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고립된 것을 알게 된다.

데이터, 와이파이, 문자, 전화 모든 것이 끊긴 채 고립된 상황. 연락이 두절된 가족에 이어 최소한의 식량마저 바닥이 나자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진 ‘준우’.

하지만 그 순간 건너편 아파트에서 누군가 시그널을 보내온다. 또 다른 생존자 ‘유빈’(박신혜)이 아직 살아있음을 알게 된 ‘준우’는 함께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찾아 나서는데...!

꼭 살아남아야 한다

그런데 영화가 시작 되자마자 좀 당황했습니다. 갑자기 좀비가 나왔거든요. 어리둥절...ㅋㅋ

 

사실 이런 방식의 급전개는 <부산행>과 <엑시트>에서 이미 대중에게 선보인 바 있었습니다.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로 얘기하자면 발단이 없이 전개, 혹은 발단 전개 없이 바로 위기의 상황을 보여주는 거죠. 

 

이렇게 되면 결말로 가기까지, 즉 영화 초반부터 끝날 때까지 위기와 절정의 상황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관객의 집중도를 상영 시간 내내 끌어 올릴 수가 있습니다.

 

<부산행>과 <엑시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구성이 내용과 잘 어우러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이게 어느 정도 성공 방정식으로 자리잡은 건지 <#살아있다>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버리는 방식 취했습니다. 덕분에 '읭? 좀비물이었어?' 싶은 생각도 잠시, 곧 긴장감 있게 영화에 몰입하게 됐습니다. 

 

저는 영화가 완전 똥망작이 아닌 다음에는 별점을 후하게 주는 편인데요. <#살아있다>도 보는 내내 심장이 두근두근 해서 별 7~8개 정도는 줄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긴장감을 조여주고 풀어주는 타이밍이 나름 연출이 잘 된 것 같다고 느꼈거든요. 좀비들의 특수 분장과 연기도, <부산행>의 그것과 비교해봤을 때 새롭진 않았지만 나름 선방했다고 봤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서 포털사이트 한 줄 평을 보니 제가 다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별점 한 개 짜리가 수두룩...ㅠ

 

더 안타까웠던 건 한 줄 평 내용들이 다 이해가 된다는 거였어요. 영화를 보면서 전혀 느끼지 못했던 부분은 아니었거든요.

 

대표적인 게 '무리수', '개연성 부족'이라는 비판이었습니다.

 

남녀 주인공이 힘을 합쳐 위기를 헤쳐나간다는 내용은 <엑시트>를 떠올리게 하는데요. <엑시트>의 경우에는 건물과 건물을 오가는 데 필요한 능력으로 산악등반기술로 설정합니다. 그리고 영화 초반부터 밑밥을 깔죠.

첫 장면부터 용남(조정석)은 철봉운동을 하는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그리고 대학 동아리시절 부터 지금까지 클라이밍을 취미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관객들이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보여줍니다.

이후에 동아리 후배였던 의주(윤아)와 유독가스를 피해 건물과 건물 사이를 누비는 모습이 다소 비현실적이더라도 개연성이 없어 보이지 않았던 것이죠.

그에 비하면 확실히 <#살아있다>는 좀 아쉽습니다.

방에 틀어 박혀 게임하길 좋아하는 오준우(유아인)와 캠핑이 취미인 김유빈(박신혜). 이게 두 주인공에게 설정된 캐릭터의 전부입니다.

그 둘이 의기투합해 수백, 수천 명의 좀비를 뚫고 가는 과정에서 단 한 번도 물리지 않았다는 건 누가 봐도 무리수이긴 했습니다. 

물론 해피엔딩을 위한 것이었겠습니다만, 주인공에게 당위성 없이 너무 큰 힘을 부여한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특히, 좀비들을 피해 계단을 올라가는 씬에서 오준우(유아인)가 자전거를 방패막 삼아 수십 명의 좀비들을 온 몸으로 막아내는 장면이 있는데요. 여기서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는 건 정말 놀랍습니다.

 

마동석 정도 되면 그러려니 할 것 같은데 말이죠. 그러고 보니 마동석 조차도 <부산행>에서 좀비들을 혼자 상대하다 결국 희생양이 되고 말았었군요.

 

결말도 <부산행> 쪽이 더 납득이 잘 됩니다. 공유가 주인공인데 마지막에 결국 좀비가 되어 버리잖아요.

새드엔딩이긴 하겠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살아있다> 주인공 두 명 중 한 명이라도 희생되는 게 더 나았을 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 저도 이해가 안 됐던 부분은, 김유빈이 오준우에게 총을 건네는 장면이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못 버티겠다는 표정으로 "우리는 아직 사람이잖아"라며 오준우에게 본인을 죽여달라고 하는데요.

 

대사의 의미도 바로 이해가 안 됐고, 그 방에 식량도 많이 쌓여 있었는데 좀 더 버텨보는 게 좋지 않나? 하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재미있게 봤다고 생각했는데 글을 쓰다보니 좀 더 자세히 하나하나 뜯어 보면 말이 안 되는 부분이 끝도 없이 나올 것 같긴 하네요.

 

조금만 더 디테일에 신경썼더라면 <부산행>, <엑시트>만큼 괜찮은 영화라는 평을 받았을 수도 있는데 아쉽습니다. 


평소에 영화를 날카롭게 비판적으로 보시는 분들에게는 <#살아있다>를 추천드리지 않겠습니다.ㅎㅎ

 

저처럼 웬만하면 재미있게 잘 보는, 너그러운(?ㅋㅋ) 분들에게는 단순 오락영화로서 추천드릴게요. 적어도 배우들의 연기에는 어설픈 부분이 없고 (명불허전 유아인이니 ㅋㅋ), 좀비 연출도 잘 된 편이라 별 생각 없이 보면 볼만은 할 겁니다.

 

게다가 좀 억지일 수도 있는데, 어찌 보면 시의적절한 내용이기도 해요. 다른 걸 다 떠나서 정체 불명의 감염병이 퍼져 집에만 고립되어 지내는 모습이, 코로나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는 요즘 현실을 떠올리게 했거든요.

 

코로나19는 좀비처럼 공격적으로 달려드는, 눈에 보이는 존재는 아닙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우리의 생명을 위협한다는 점에선 같죠.

<#살아있다> 주인공들처럼 필사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우리도 힘을 모았으면 좋겠습니다. #살아남아야한다 가 #살아있다 가 될 때까지. 

 

너무 갑자기 코로나 얘기로 끝냈나요 ㅋㅋ 뭐...요즘은 뭐든 기승전'코로나'니까,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다가오는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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