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후기

영화 <옥자> 후기 : 이 영화 보면 진짜 고기를 못 먹게 될까?

반응형

어제에 이어 오늘도 영화 후기를 올립니다. 요 며칠 의도치 않게 자유시간이 많이 생겨서 그동안 보고 싶었던 영화를 좀 챙겨 봤어요.

 

독서나 글쓰기는 시간을 쪼개서 할 수 있는데 영화를 보는 건 최소 2시간 정도가 끊기지 않고 필요합니다. 그래서 자유의 몸이 되면 가장 우선 순위로 하는 일이 영화 보기예요.

 

넷플릭스 멤버십에 가입한 것도 이런 때를 대비한 측면이 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마음 놓고 영화관에 갈 수 없으니 집에서라도 영화를 보고 싶을 때 마음껏 볼 수 있어야 하니까요. 

 

어쨌든, 이번에 본 영화는 <옥자>입니다. 

 

 

액션, 스릴러물을 선호하지만 이날 만큼은 다른 영화를 보고 싶었어요. 심신이 지쳐있던 상태라 영화를 보면서까지 긴장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넷플릭스에 들어가서 영화 탭을 선택한 뒤 코미디 장르에 들어가 볼 만한 영화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정통 코미디 영화 같은 걸 볼 생각이었는데, 영화 포스터들을 넘기다 보니 <옥자>가 보였어요.

 

'읭, <옥자>가 왜 코미디 영화에서 나와?' 라며 의아했는데, 어쨌든 보고 싶었던 영화였긴 했고, 다른 눈에 띄는 영화는 딱히 없어서 <옥자> 포스터를 클릭했습니다.

 

영화가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했을 당시, 영화를 본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 같았어요.

 

"한동안 고기 못 먹을 듯..."

 

저는 워낙 고기를 좋아하는 편이라 아무리 그래도 그런 생각은 안 들 줄 알았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까 마음이 편하진 않더군요. 

 

특정 장면 때문이었다기 보다는 영화에 등장하는 슈퍼돼지 '옥자'가 그만큼 사랑스럽게 그려졌기 때문이었습니다. 덩치는 크지만 표정에서 매우 섬세한 감정들이 드러나요.

 

산골에서 뛰어놀 때는 행복함이, 사람들에게 끌려갈 때는 공포와 두려움이, 미자(안서현)와 다시 재회했을 때는 아련함과 애틋함이 느껴집니다.

 

저 아련한 눈빛....

 

봉준호 감독이 영화 <괴물>을 선보였던 게 2006년이었는데, 그로부터 10년도 더 지난 시점에 개봉한 <옥자>는 확실히 더 뛰어난 그래픽 수준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래픽으로 구현된 가상의 동물이지만 감정이입이 될 수밖에 없었어요. 영화를 보는 동안 만큼은 산골 소녀 '미자'처럼 '옥자'를 마치 반려동물, 혹은 가족처럼 느끼게 됩니다. 

 

영화 속 기업 '미란도'는 이토록 사랑스러운 슈퍼돼지 '옥자'를, 본인들이 만들어 낸 '상품'이라는 이유로 가차없이 도살하려는 모습을 보이는데요. 이미 거대한 도살장에서는 옥자와 같은 돼지들이 줄줄이 죽임을 당하고 있었죠.

 

아마 많은 분들에게 현타가 온 시점이 이쯤이 아닐까 하는데요. 도살장을 직접 눈으로 본 적은 없지만 아마 현실에서도 저럴 거라고 충분히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 시나리오를 쓸 때 미국에 있는 도살장에 갔다가 큰 충격을 받았었다고 합니다. 영화 개봉 당시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언급한 내용이 있어요.

[봉준호/영화감독]
사실은 더 직접적인 일은 제가 콜로라도에 있는 정말 대형 도살장에 실제로 갔었어요. 시나리오 쓰다가 리서치 때문에. 그런데 그 경험은 정말 압도적인 경험이에요. 하루에 몇천 마리 이상의 소들이 도살되는 곳인데. 여기 바로 옆에 상암동월드컵구장의 한 최소한 대여섯 배 크기?


[앵커]
한 군데가?

[봉준호/영화감독]
네. 거기에 엄청난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마치 대량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 비슷하게 소들이 거기서 분해가 돼요. 분해라는 표현 참 끔찍한데.


[앵커]
현실이 그러니까요.

[봉준호/영화감독]
네, 그 분해과정 디테일을 제가 자세히 다 봤어요. 프로듀서랑 같이 가서. 그 경험 후에 두 달 정도는 실제로 비건, 고기를 전혀 못 먹었어요. 대단한 정치적, 철학적 결정이 아니라 몸이 자연적으로 그 냄새가 그 도살장에서 맡았던 강력한 냄새가 계속 몸을 따라오는 것 같아서 자연스럽게 못 먹게 되더라고요. 안 먹는 게 아니라 못 먹는다는 표현을.


[앵커]
그 경험이 이 영화의 어떤 주제의식을 더 강렬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겠군요.

[봉준호/영화감독]
주제도 주제고 또 그런 또 장면이 나오니까, 영화에.

- JTBC <뉴스룸> 중 / 2017. 6. 15. 

봉준호 감독의 직접적인 경험과 당시에 느꼈을 감정들이 영화 <옥자>를 통해 고스란히 전달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감독이 의도한 바도 그랬을 거고요.

 

모든 사람이 채식만을 하며 살아갈 순 없겠죠. 다만 '육식'이 무자비하고 비윤리적인 도살로만 이루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그들도 살아 있는 생명체니까요. 


2017년 넷플릭스 개봉 영화 <옥자> 후기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