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확행의 기록/영화 & 드라마 후기

코로나로 지친 마음을 녹여줄 로맨스 영화 '레이니 데이 인 뉴욕'

by 꿈꾸는 강낭콩 2020. 5. 8.

영화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을 봤습니다. 오랜만에 혼자 외출을 하게 돼서 뭘 할까 고민하다가 영화관에 간 건데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최근 몇 달 동안은 여가 시간이 생겨도 영화관만은 가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 전염 위험이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지금도 안심할 수만은 없지만, 이제는 확산세가 잦아들기도 했고 또 평일이라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마스크를 쓰고 영화관으로 갔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개봉이 연기된 작품들이 많기 때문이었는지 딱히 끌리는 작품이 없었어요. 이럴 땐 영화관 도착 시간에 딱 맞는 영화는 뭐가 있는지 살펴봅니다.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이 눈에 띄었어요. 로맨스 영화인 것 같다, 정도만 파악하고 티켓을 구매했습니다. 

저는 주로 긴장감 넘치는 액션 영화나 스릴러물을 즐깁니다. 로맨스 영화는 데이트 할 때나 많이 봤지 혼자서는 웬만하면 보지 않아요. 티켓을 살 때 좀 망설였던 이유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생긴 자유시간인데! 기분전환을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해야 했습니다. 최근 육아 스트레스가 심한 건지 제가 봐도 정신이 나가기 직전이었거든요. 

 

잔잔할 게 뻔한 로맨스 영화가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 들긴 했지만 최소한 콜라에 카라멜 팝콘 먹는 재미라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충동적으로 선택한 영화였기 때문에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감독은 누군지, 출연 배우들은 누군지 안중에도 없었어요.

 

하지만 막상 영화가 시작되니 바로 초집중 하게 되더군요.

 

자극적이지 않은 무난한 장면들, 오디오 빌 틈 없이 꽉꽉 채워진 방대한 분량의 대사, 누가봐도 많은 롱테이크...

 

'이 영화 지루한데?'라고 느낄만한 요소들이 많았지만 충분히 흥미진진했습니다. 스토리의 힘이 빛을 발한 것이겠죠.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연인관계에 있는 남녀 주인공(개츠비와 애슐리)이 주말 여행으로 함께 간 뉴욕에서 겪는, 극적인 일들을 담아냅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기대에 부풀었던 마음과는 다르게 뉴욕에서는 짓궂게 계속 비가 내리죠. 그래서 제목이 <레이니 데이 인 뉴욕>입니다.

 

날씨뿐만 아니라 주인공들의 상황도 뜻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애초에 뉴욕 여행의 주 목적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개츠비(티모시 샬라메)의 여자친구 애슐리(엘르 패닝)에게 유명 영화감독 롤란 폴라드(리브 슈라이버)와 인터뷰 일정이 있었던 건데요. (애슐리는 대학생 기자로 활동 중이었습니다.)

뉴욕에서 나고 자란 개츠비는, 여자친구의 인터뷰 일정이 끝나면 로맨틱한 데이트를 즐길 생각으로 만반의 준비를 해둡니다.

 

하지만 1시간으로 예정돼 있던 애슐리의 인터뷰는 계속 돌발 상황을 마주하게 되고 개츠비와의 약속에서는 점점 멀어져요. 개츠비는 비오는 뉴욕 거리를 방황하고, 가족이나 친구들을 만나며 애슐리를 기다립니다.

"너 어디야... 왜 안 와......."

이 때 두 주인공 앞에 펼쳐지는 상황들이, 말 그대로 기가 막힙니다.

 

평범한 대학생 커플이었던 두 사람이 여행을 위해 뉴욕에 아주 잠시 머무른 사이, 이렇게 많은 일을 겪을 수 있는 건가 싶을 정도였어요.

 

그리고 그 일들은 순식간에 두 사람의 마음을 격하게 흔들어 놓고, 또 인생을 바꿔 놓기까지 합니다.

영화 감독 인터뷰 하러 간다더니 속옷 차림에 코트 하나 걸치고 돌아온 애슐리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이었을까요. '인연이란 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다?', '인생은 반전의 연속이다?'

 

영화를 감성적으로 분석하며 보는 편은 아니라서 뭐라 결론짓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인상적인 포인트들이 있었어요. 그 첫 번째가 지금까지 얘기했던 스토리 측면에서의 재미였고요.

 

두 번째는 음악이었습니다. 영화 전반에 걸쳐 재즈 음악들이 깔리는데 감미롭고 좋더군요.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남자 주인공 개츠비가 피아노 연주를 하며 노래하는 장면이었어요.

잔잔한 재즈 음악이 비오는 뉴욕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져 명장면을 만들어 냈습니다. OST를 찾아서 다시 듣고 싶을 만큼 노래가 좋았고요.

 

또, 노래하는 개츠비와 그를 지켜보는 또 다른 여주인공, 챈(샐레나 고메즈) 사이에서 느껴졌던 미묘한 기류도 몰입감을 더했습니다. 

뭔가 예술영화 같으면서도 상업영화의 매력이 가득했던 영화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우디 앨런 감독의 작품인데요.

 

감독의 다른 영화들도 찾아보고 싶을 정도로 전반적인 느낌, 연출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어요.

 

그런데 후기 글을 쓰려고 우디 앨런 감독에 대해 검색을 해보다가 그에 관한 논란들을 접하고는 좀 놀랐습니다. 개인사가 아주 복잡하더군요. 양녀 성추행 논란도 있었고요.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성추행 얘기가 한창 불거질 때와 맞물려 미국에선 개봉되지 못했다고 해요. 우리나라에도 2년 동안 들어오지 못하다가 이번에 가까스로 영화관에 걸렸다는데요.

 

감독 사생활에 관한 논란 때문에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이 영화 그 자체로 평가 받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우디 앨런 감독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고 갔더라면 영화를 재밌게 볼 수만은 없었을 듯 합니다.

 

하지만 스크린 밖에서 벌어지는 시끌시끌한 이야기들을 저 멀리 떼어놓고 보면 충분히 매력적인 영화예요. 

 

붐비지 않는 평일 한산한 시간에 극장을 찾을 수 있으시다면 한번 보시길 추천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팍팍해진 마음을 달래기에 좋은 작품이었어요.

 

레이니 데이 인 뉴욕 후기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