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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후기

영화 <소셜네트워크> 리뷰 2편 : "페이스북에 광고를 띄우면 쿨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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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셜네트워크> 첫 리뷰에 담지 못했던, 페이스북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들을 추가로 더 남겨봅니다. 딱히 의미있는 얘긴 아니고 그냥, 막 써내려간 잡담이에요.


(*첫 리뷰 글은 아래 링크로)

 

영화 <소셜네트워크> 리뷰 : 페이스북 탄생 비화

요즘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마음껏 외출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집에 있는 게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은데, 그래도 매일 이런 생활을 하니 축축 처진다. 얼마 전 넷플릭스 멤버십 가입도 했겠다, 애들 다 재워놓고 오..

dreaming-bean.tistory.com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페이스북을 언제 처음 접하셨나요? 저는 페이스북을 알게 된 계기가 좀 특이해서, 또렷이 기억에 남아 있어요.

페이스북을 접하게 된 특별한 계기

2010년에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갔습니다. 1월이었는데, 겨울은 유럽 학생들이 많이 오지 않아 비수기에 속해요.

 

그래서 어울릴만한 친구들도 많이 없었습니다. 같은 시기, 같은 반에서 수업을 시작한 이탈리아 학생 한 명이 있었는데 그 친구와 그나마 가깝게 지냈어요.

 

수업이 끝나면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어느 날 저에게 이렇게 묻더군요.

 

"Do you have Facebook ID?" 

정확한 워딩이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이탈리아인들 특유의 억양으로 말하는 영어였다는 건 확실히 기억이 나네요. 어학연수를 가면 세계 각지에서 온 학생들이 구사하는 다양한 억양의 영어를 경험할 수 있답니다.

 

어쨌든 저는 그게 뭐냐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답했어요. 그랬더니 그 이탈리아 아이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떻게 페이스북을 모를 수 있냐는 반응이었어요. 

 

그리고는 곧장 저를 컴퓨터가 있는 곳으로 데려가 페이스북이란 걸 보여주고 계정을 만들 수 있게 도와줬어요. 저는 그렇게 얼떨결에 페이스북에 발을 들이게 됐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사람들의 온라인 소통 대부분은 싸이월드에서 이루어지고 있었어요. 아무리 네이버와 같은 대형포털사이트가 있었다곤 하지만, 지인들의 소식을 보면서 노는 일은 싸이월드를 대체할 만한 곳이 없었죠.

 

저도 다른 웹사이트 보다 싸이월드 접속 빈도가 높았습니다. 그래서 주로 쓰는 메일도 @cyworld.com이었어요.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페이스북 계정도 싸이월드 메일 주소로 가입이 되어 있습니다.

 

페이스북과 싸이월드 사이, 결국은 페이스북

페이스북을 알게 된 이후로도 싸이월드 활동은 계속 했었습니다. 2000년대 초중반 만큼 사진을 자주 올리고 그랬던 건 아니었지만, 한국에 있는 지인들도 아직 페이스북 보단 싸이월드를 하던 때였으니, 저도 완전히 옮겨가지 않고 계속 남아 있었던 거죠.

 

대신 어학연수를 하면서 만났던 외국인 친구들은 모두 페이스북으로 소통했어요. 페이스북이 없었다면 이메일 주소를 주고 받아 연락을 했을 텐데 그러지 않아도 돼 상당히 편리했던 기억이 납니다. 

 

굳이 메일로 글을 써서 주고 받지 않아도 각자 알아서 자기 계정에다 사진을 올리니 바로바로 서로의 근황, 소식을 알 수 있었으니까요.

 

연수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그때 만났던 친구들과 페이스북으로 소식을 주고 받았습니다. 그러다 결국 서로 연락이 뜸해지긴 했지만, 활발히 소통하는 동안에는 그런 생각을 했어요. 페이스북은 전 세계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엄청난 서비스구나. 

 

아마 그 당시에 해외 경험을 하지 않고 계속 한국에만 있었다면 페이스북을 한참 더 늦은 시기에 알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시기의 문제이지, 결과는 정해져 있었던 것 같아요. 저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 모두 싸이월드를 뒤로하고 페이스북으로 넘어갔죠. 

 

이 변화는 정확히 언제 이루어졌는지 모를 정도로 급속히 이루어졌습니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 보니 싸이월드 미니홈피들은 파리가 날리고 있었던 반면 페이스북엔 지인들의 사진들로 넘쳐났습니다. 

페이스북, 본연의 기능 '소통'은 어디에?

하지만 페이스북의 전성기 또한 그리 길지 않았어요. 영화 <소셜네트워크>를 봐도 잘 알 수 있듯, 페이스북 본연의 기능은 사람들간의 소통이었는데요. 이 본질이,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변해갔어요.

 

페이스북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니까 광고 마케팅을 목적으로 한, 기업들, 소위 '자본'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언론사도 들어오고요. 재미있는 볼거리를 제공하는 계정들도 생겨나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이제 자신의 사적인 글, 사진을 페이스북에 게시하는 걸 꺼리게 됩니다. 저도 요즘 페이스북에 개인적인 근황을 남기는 게 상당히 부담스럽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눈팅만 하고 있습니다. 제 페이스북 친구들도 딱히 사적인 내용을 올리지 않고 있어서, 주로 뉴스나 재미있는 영상들 보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어요.

 

다른 분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봐요. 페이스북이 하던 소통의 기능을 찾아, 인스타그램으로 많이들 옮겨 가셨으리라 추측해봅니다.

 

참 놀랍지 않나요. 2000년대 중반에 생겨난 서비스 하나가 고작 10년 정도의 전성기를 누리다 차츰 변질되었고, 지금은 완전히 다른 서비스가 되어 있다는 사실.

 

영화 <소셜네트워크>를 보면 페이스북 창업 초기 CFO였던 왈도 세브린이 저커버그에게 광고를 달아 수익을 내자고 제안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그때 저커버그는 완강히 반대합니다. 

 

"페이스북은 쿨한 게 장점인데, 광고를 띄우면 쿨하지 않잖아." 라면서요.

영화 <소셜네트워크>의 한 장면. 왈도 세브린 역의 앤드류 가필드, 그리고 마크 저커버그 역의 제시 아이젠버그.

현실에서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에 광고를 달지 않겠다는 생각을 끝까지 고수하지 못해요.


물론 지금도 팝업으로 뜨는 광고는 없습니다. 하지만 타임라인은 각종 스폰서들의 소식들로 도배가 됩니다.


초기의 생각과는 다르게 각종 광고를 끌어들이면서 페이스북은 어마어마한 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걸로 보여요.

 

정확한 자료는 아니지만 요즘 페이스북 시가총액은 약 6천억 달러 (약 700조 원),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의 자산 규모는 720억 달러(80~90조 원)로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부자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그런 페이스북과 마크 저커버그가 한 순간 폭삭 망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다만, 페이스북의 전성기에 그 안에서 소통을 즐겼던 사람들을 다시 돌아오게 하진 못할 것 같아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지금의 페이스북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라기 보다는 하나의 비즈니스 플랫폼, 네이버와 조금 다른 포털사이트가 된 듯한 느낌이라서요. 

 

물론 소통의 기능이 아주 없어진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 타임라인엔) 사적인 소통보다는 정치, 시사 이슈에 대한 의견, 논평들이 대다수예요. 우리나라에만 있는 현상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초기 페이스북의 모습과는 확실히 달라 보입니다.

싸이월드는 부활할 수 있을까?

변질된 페이스북 얘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한국 토종 SNS인 싸이월드 생각이 나네요.

최근 싸이월드에 슬쩍 로그인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싸이월드가 왜 부진을 면치 못했는지 알 수 있었어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비해 너무 복잡합니다.

 

인터페이스만 보면 직관적으로 어떻게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지, 이 사이트의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어야 하는데 싸이월드에서는 어디를 클릭해야 좋을지 몰라 마우스가 계속 방황하게 돼요.

 

인스타그램이라는 독보적인 글로벌 서비스가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지만, 인스타그램 또한 조금씩 변질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 사이에 싸이월드가 제대로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다시 돌아온다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당연히 쉽지는 않겠지만요.


어제 영화 <소셜네트워크> 리뷰 글을 올렸는데, 뭔가 얘기를 하다 만 느낌이 계속 남아서 두서 없지만 좀 더 써봤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대로 별 의미는 없었죠?ㅎㅎ 제 블로그는 원래 이런 곳이랍니다. 내키는 대로 막 쓰는.

 

여기까지 읽어주셨다면 정말 감사합니다 :) 복 받으실 거예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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