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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독서/정신건강을 위한 책

<포노 사피엔스> 리뷰 - "기회를 무시하면 위기만 남는다"

by 꿈꾸는 강낭콩 2019. 11. 12.

최재붕 교수의 <포노 사피엔스>를 읽었습니다. 인터넷 어딘가에서 처음 접하게 된 이 책은 제목과 책 표지부터 호기심을 잔뜩 불러일으켰습니다. 사실 제목보다는 책 표지 쪽이 더 그랬지요.

하얀 천에 싸여 곤히 잠자고 있는 아이가, 스마트폰 중앙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모습.

 

거기에서 저는 제가 살아가게 될 세상보다는 2016년, 2018년 생인 저의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이 어떨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부모로서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 있다면, 실천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죠. 

 

그런데 어라? 이 책에서는 우리 아이들 세대가 아닌 바로 제가 속한 연령대, 즉 밀레니얼 세대를 가장 영향력 있는 존재로 꼽고 있었습니다. 

1980년부터 1996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는 가장 어린 나이이지만, 지금의 '포노 사피엔스 경제 체제'에서는 가장 능력 있는 리더세대로 활약 중입니다. 최근의 급격한 시장 변화를 '변화'라 정의하지 않고 '혁명'이라는 과격한 표현을 쓰는 것은, 시장을 움직이는 주력 세대가 이처럼 매우 급격히 변화했기 때문입니다. (p40)

의외였습니다. 과연? 내가?

 

저는 80년대 중반 생인데요. 디지털 문명을 빨리 받아 들이고 소비하고 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딱 거기에 머물러 있거든요.

 

물론 일부 80년대 생, 혹은 90년대 초중반 생의 멋진 분들이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전에 없던 가치를 사회에 제공하고 있지만, 많은 분들이 저와 비슷한 상황에 머물러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소비자의 입장, 그리고 소비를 하면서도 그것에 좀 더 깊이 빠져드는 것에는 자기 검열을 하고 마는, 그런 애매한 상황에 말이죠. 

 

왜 그런가 생각해봤는데, 제가 '낀 세대'라 그런 게 아닐까 합니다. 80년대 초반 생에 가까울수록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시리라고 보는데요. 반대로 90년대 중후반 생으로 갈수록 저와는 좀 다르겠죠. 

 

어쨌든, 80년대 초중반 생은 초등학교 시절 PC를 접했을 만큼 기성세대보다는 빠르게 디지털 문명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 이전의 산업 형태도 경험하고 있었죠. 주산학원을 다닌다든지, 휴대전화기가 아닌 유선전화기를 주로 쓴다든지 하는 그런 거요. 

 

또한 저희 부모님들은 부모가 될 때까지 그런 환경에 둘러싸여 지내던 분들이었습니다. 그러니 본인들이 잘 활용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디지털 문명으로의 깊은 관심은 꺼려지는 게 당연했을 거예요.

 

아들 딸들에게, 컴퓨터 너무 많이 하지 마라, 게임은 나쁜 거다 등등 신 문명에 대한 접근을 막으려 애쓰셨습니다. 

 

학교 교육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 것의 유혹을 뿌리치고 열심히 대입을 위해 달려야 한다고 가르치고, 실제로 자제력을 발휘하고 획일화된 공부에 매진한 아이들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게 됩니다. 저도 그 중 한 명이었고요. 

 

대학을 졸업하고 운 좋게 취직을 했지만, 그 역시 과거에 충분히 영광을 누려왔던 분야에 머물게 됩니다. 디지털 문명에서, 미래가 밝은 유명 직종이 아니라 취직하면 어머니 아버지들이 '아이고 우리 아들 좋은 곳에 취직했네'라고 박수칠만한 그런 곳이요. 

 

취직의 기쁨, 안정된 생활이 가져다주는 만족감은 10년이 채 유지되지 못합니다. 회사가 기존의 방식에 매몰 돼 현상유지에 급급해하는 사이 외부 환경은 급격히 변화했습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그래도 우리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을 했지만 최근에는 회사의 존폐를 심각하게 걱정할 정도가 됐습니다.

 

뒤늦게 생존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 생존 방안이라는 것도, 이 책에서 제안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거든요. 

'사장부터 신입 사원에 이르기까지 고객의 마음을 중심에 두는 기업으로 간다.' 이것이 혁신의 방향입니다. 그래서 사장부터, 임원부터 열심히 새로운 문명을 학습하고 이걸 부지런히 전파해야 합니다. (...) DNA가 달라졌다는 걸 모든 조직원이 인지해야 비로소 혁신이 시작됩니다. 혁신은 개선이 아니라 모든 걸 바꾸는 일입니다. 기업이 혁신하려면, 기업이 생각하고 실행하는 시스템을 바꿔야 합니다. (p331)

<포노 사피엔스>를 읽기 전까지는, 그런 회사의 정책들이 그냥 내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회사로부터의 일방적인 것'이어서 싫다고 느꼈습니다. 누가 시키는 일은 일단 약간의 반감을 불러 일으키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회사의 정책 중 무엇이 잘못된 건지 명확해졌습니다.

 

고객이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도 하지 않고, 변화를 위한 변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구색 맞추기식 변화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더군다나 지금은 소비자가 왕인, '포노 사피엔스'의 시대 아니겠습니까. 

우리 회사의 고객들이 어떤 미디어를 소비하고 있는지, 어디서 물건을 구매하고 있는지,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즐기고 있는지, 어떤 문명의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끊임없이 데이터를 통해 확인하고 이것을 조직문화에 반영해야 합니다. (p330)

기성세대가 제시하는 기준에 맞춰 30년을 살아왔습니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그럭저럭, 남들보다 아주 조금 나은 '간판'을 달 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또 그렇게 했기에, 그들이 만들어 놓은 조직 내에서 안락하게 살아올 수 있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앞으로 살아갈 40년, 50년, 60년의 세월, 아니 그렇게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르죠. 향후 5년 10년의 시간 동안은 위기가 될지도 모릅니다. 지금껏 살아왔던 사고방식으로 계속 살아간다면 말이죠. 

세상은 기성세대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변화한 적이 역사적으로 거의 없습니다. 언제나 새로운 세대의 선택에 따라 변화할 뿐입니다. (p 278)

'낀 세대'를 벗어나 완벽한 '밀레니얼 세대'로 거듭나기 위해 애써야겠습니다. 그로 인해 디지털 문명에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저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 ㅋㅋ)

 

그리고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우리에게 내재된 디지털 문명에 대한 보수적인 가치를 일방적으로 주입하기 보다는, 그것이 가진 기회에 더 초점을 맞춰 가르치는 사회분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언젠간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을 뛰어넘는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스마트폰에 의한 부작용이 떠오를 때마다, 그만큼 좋아진 것은 무엇일까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는 겁니다. 그래야 위기만 보이는 현실 속에서 기회를 발견할 수 있으니까요. 기회와 위기는 혁명의 두 얼굴입니다. 기회를 무시하면 위기만 남습니다. (p80~81)

 


[그밖에 내가 주목한 문장들]

- 스마트폰을 통해 자기가 좋아하는 정보만을 보고 복제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생각은 모두 개인화되었습니다. 언론은 여전히 중요하긴 하지만 과거와 같은 절대적 권력을 더 이상 누리지 못하게 되었고 그 영향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정보 선택권을 가진 인류가 새로운 권력으로 등장하면서 '선택받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는 새로운 기준이 등장한 탓입니다. (p 37)

 

- 2014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 소송(택시업체들이 우버를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해 이렇게 판결을 내립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혁신적인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했다면 서로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한 우버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필요한 혁신으로 봐야 하고 그래서 합법이다." (p 63)

 

- 세계 소비 문명의 트렌드가 디지털 시대로 본격화되는 건, 가는 세월과 함께 절대 막을 수 없는 변화의 방향입니다. (p76) 

 

- 사람들은 구글과 페이스북이 무언가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매출을 내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곤 합니다만, 결론은 아닙니다. 이들도 우버나 아마존처럼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파괴'하는 기업입니다. 바로 신문과 방송의 광고 비즈니스를 파괴하는 기업이죠. 2018년 기준 구글의 광고 매출은 전체 매출의 86%, 페이스북은 무려 99%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두 기업은 전 세계 신문사와 방송사의 광고비를 모두 잠식하면서 세계 3위, 5위에 오른 기업들입니다. (p105)

 

- 세계 7대 플랫폼 기업들(애플,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알리바바, 텐센트)의 시가총액 합계는 무려 4조 4천억 달러(약 5천조 원)를 넘어섰습니다. (...) 우리나라 코스피, 코스닥기업들의 시가 총액은 모두 합해야 2천조 원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 기업 전체 가치의 2배가 넘는, 무려 4조 4천억 달러의 자본이 오직 이 7개의 포노 사피엔스 중심 기업들에 집중된 것입니다. (p110)

 

- 게임산업은 팬덤을 형성하는 것이 생존의 필수입니다. (...) 킬러 콘텐츠가 없으면 성공할 수 없는 정말 치열한 경쟁터이죠. 그러니 이 산업의 본질을 잘 이해하면 디지털 소비 문명의 성공 요인을 모두 이해할 수 있습니다. (p164)

 

- 아마존 웹서비스는 현재 아마존의 가장 큰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효자 풀랫폼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아마존 웹서비스에 비즈니스 플랫폼의 둥지를 틀고, 거기서 발생하는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서비스를 받습니다. 아마존이 그동안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객의 빅 데이터를 분석해주는 서비스를 만든 게 또 하나의 사업 아이템이 된 것입니다. 아마존 웹서비스는 아마존에게 가장 많은 이익을 남겨주는 서비스로 성장했습니다. 아마존이 유통기업이라기보다는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이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p190)

 

- 미디어 콘텐츠의 히트 트렌드와 유통방식을 학습하면 성공적인 스토리텔링과 미디어 제작의 감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빅 히트를 만들어내는 플랫폼의 특성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항상 감성의 레이더를 바짝 높여놓고 학습하세요. 물론 콘텐츠를 보면서 느끼는 희열은 덤입니다. (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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