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월급을 받으며 직장 생활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창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이런 저런 책들을 읽으면서 회사 생활을 계속 해서는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 가는 데 한계가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갖게 됐거든요.
창업이라고 해서 뭔가, 신문에 나올 법한 거창한 것을 얘기하는 건 아닙니다. 그저 내가 가진 능력으로 소소하게라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그런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죠.
그러다 우연히 들렀던 서점에서 창업과 관련한 재미있는 책 한 권을 만났습니다. <아내가 창업했다>라는 책이었습니다.
아내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공방 창업하는 과정을, 남편이 일기쓰듯 기록해 펴낸 것인데요. '창업'이라는 주제에다 '공방 창업'이라는 소재까지, 제 관심사와 정확히 맞아 떨어졌습니다. 올해 초 캘리그라피에 관심을 가진 뒤로 '나도 언젠가는 내 공방을 하나 가지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이 책이다!' 싶어 그 자리에서 술술 넘기며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내려갔습니다. 당시엔 모든 내용을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흥미진진했습니다. 원하는 정보는 얼추 다 얻었다고 생각하고 돌아섰는데, 며칠이 지나도 이 책이 머릿속에 계속 떠올랐어요. 좀 더 자세히 읽어보고 싶었던 거죠. 결국 전자책으로 구매를 했고 오늘 그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읽으면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서문에서부터 저는 밑줄을 긋고 말았어요.
점심시간에 회사원들이 커피를 사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면서 '카페를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왜 남들이 보기에 그럴듯한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조차 이런 생각을 할까?" (...)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꿈은 세상을 바꾸는 서비스를 만들고 수백억의 부를 거머쥐겠다는 거창한 꿈이 아니다. 지금의 직장생활에서 이루기 힘든 평범한 일상을 회복하고 싶다는 생각일 것이다.
- <아내가 창업했다> 서문 중
저자의 아내가 저자에게 창업을 하겠다고 말하는 대목은 마치 저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회사생활의 어려움을 떠나서 말할게. 지금은 또다시 몸담을 회사가 있다지만 나중에 40대가 됐을 때는 갈 곳이 있을까? 잘릴까 봐 항상 불안해하며 다니는 거, 그게 정답은 아닌 것 같아. 더 안정적이고 좋다는 회사로 이직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론적인 이야기겠지만 잘못된 선택이었을까? 또 이직을 하면 어느 회사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 좋은 회사는 어디야?"
"좋은 회사는 어디야?" 민아가 처음 창업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보다 이 한 마디가 내 마음을 더 울렸다. 나 역시 항상 마음에 품고 있던 질문이다. 도대체 어떤 회사가 좋은 회사일까.
- <아내가 창업했다> 본문 중
저도 정확히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이직에 목을 매던 시기가 있었죠. 좀 더 큰 회사, 성장세가 뚜렷한 회사로 옮기기만 하면 지금 직장에서 느끼는 고민거리들이 한 순간에 사라질 것 같아서였습니다. 더 많은 연봉, 더 그럴듯한 커리어.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는 인정. 모든 면에서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직에는 실패했지만 어느 순간 깨닫게 됐어요. 다른 회사를 가도, 어차피 거기도 '회사'일뿐이다. 파라다이스는 없을 것이다, 라고 말이죠.
보기좋게 이직에 실패한 자의 합리화로 보이시나요? 뭐 그렇게 보인다면 어쩔 수 없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월급을 주는 회사에서 직원에게 얼마나 자유로운 권한을 줄 수 있을까요. 그렇다 하더라도 내가 가진 하루 24시간 중 상당 부분은 회사에 종속된다는 데는 변함이 없습니다. 즉, 내 삶의 주인이 내가 아닌 회사라는 점이, 이직한다고 해서 바뀌진 않는단 얘기예요.
물론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와 딱 맞는 기업을 찾는다면 이런 생각까지 하지 않겠지만, 개인이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은 월급쟁이 직장인 보다 원하는 일에 도전하는 창업인에게 주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럼 성공적인 창업을 하려면 어디서 어떻게 출발해야 할까요. <아내가 창업했다>는 그에 대한 힌트도 제공합니다.
우리 부부가 생각하는 창업의 기준을 다시 정리했다.
1. 즐겁게 할 수 있다.
2. 지금까지 쌓은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
3. 10년, 20년 후에도 계속할 수 있다.
4. 혼자서도 운영이 가능하다.
5. 예산 내에서 시작할 수 있다.
- <아내가 창업했다> 본문 중
이 조건이라면 직장을 다니면서도 창업을 준비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저자의 아내는 먼저 퇴사를 한 다음 휴식을 취하며 창업 아이템을 찾아나섰지만 의지만 있다면, '퇴사'라는 리스크를 굳이 힘들게 짊어지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단, 당장 1, 2년 안에 승부를 보겠다는 조급한 마음은 금물일 것입니다. 직장을 유지하면서 창업을 준비하기로 했다면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가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다져야겠죠. 제풀에 지쳐 포기하지 않으려면요.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요? 그렇다면 <아내가 창업했다>를 한 번 읽어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저는 이 책을 보면서 엄청난 간접경험을 했거든요. '나도 못 할 거 없겠는데?'라는 생각을 감히 해보기도 했고요. 또 저자가 겪은 시행착오는 어떤 것이 있었는지, 실제 창업을 할 때 필수적으로 필요한 게 무엇인지도 상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가슴 한편에 고이 묻어두고 있던 창업 본능을, 이 책과 함께 깨워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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