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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확행의 기록/영화

쿠키 영상이 없었다면, 관객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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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 후기.

 

마블 팬은 아니지만 그나마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캐릭터가 나오는 영화는 보는 편이다. 아이언맨이나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거의 다 본 것 같다. 인상 깊게 내용을 기억하고 있지는 않지만. 

 

평소에는 관심이 많이 없다. 이번에도 스파이더맨 영화가 나온 줄도 모르고 있엇다.

 

그러다 아이들 재우고 밤에 나가서 영화 한 편 보려고 검색을 해보다 새로운 스파이더맨 시리즈,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이 개봉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스파이더맨 티켓을 끊을 줄은 몰랐다. 그 정도로 노관심. 

 

애초에 <알라딘>이나 <토이스토리4>, 둘 중 하나를 보려고 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았다.

 

나갈 수 있는 시각이 대략 9시였는데, 최대한 이른 시간에 보려고 하니 선택지가 <스파이더맨>밖에 없었던 것이다.

 

워낙 내 취향이 아니다 보니 썩 내키진 않았지만, '그래도 마블이니 평타는 하겠지' 하고 버터구이 오징어 하나를 들고 들어갔다. 

총평을 간단히 하자면, 재미있었다. 딱 마블영화에서 기대하는 만큼. 나에게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킬링타임용으로 제격이다 싶었다.

 

<어벤져스 : 엔드게임>을 보지는 않았지만 그것과 이어지는 듯한 느낌의, 재치있는 오프닝 시퀀스가 인상적이었다. 내가 아는 토니 스타크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가상의 인물이지만 가슴 한편이 짠했다.

 

스파이더맨의 이야기도 나름 흥미진진했다. 뭐, 딱히 '이야기'가 좋았다기보다 이번 편은, 드론과 영상 기술을 무기로 삼은 21세기형 악마의 등장으로 시각 효과가 매우 화려해 눈 호강 하나는 제대로 했다.

 

내용에 반전? 까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긴장감 있는 전개도 괜찮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데 사람들이 아무도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제야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마블 영화는 항상 쿠키 영상이 있었지.'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쿠키영상 하나가 나왔고 그게 끝나니까 비로소 사람들이 일어서기 시작했다. 그런데 또 이상했다. 처음 들어온 관객 수의 절반 절도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평소 '영화는 엔딩크레딧까지가 완성이고, 관객도 그것까지 앉아서 지켜봐야 예의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나로서는 뿌듯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내가 영화 제작 관계자는 아니지만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아졌구나 싶어 좋았다. 

 

그런 기세는 엔딩크레딧이 모두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관객들 매너가 많이 좋아졌네.' 하며 흐뭇하게 일어서려는데 어라? 쿠키영상 하나가 더 나왔다. '아... 이거였구나. 그럼 그렇지.' 사람들은 이 영화에 쿠키영상이 몇 개가 있는지 검색을 해보고 온 것임이 분명했다.

 

하긴, 쿠키영상으로 항상 화룡점정을 하는 마블이었으니, 관객들이 그냥 올 리가 없었다.

 

마블 영화는 쿠키 영상을 통해 영화의 뒷이야기도 보여주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재치 넘치는 영상으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준다. 따라서 마블 영화의 쿠키 영상 여부는 많은 영화 팬들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마지막 쿠키영상을 보며 한번 더 '피식'하고 나니 관객들이 우루루 퇴장하는 게 보였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남아있었던 적은 난생처음 본다. 과연 이 사람들은 쿠키영상이 없었더라면 이렇게 끝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었을까.

 

영화를 보러 갈 때 쿠키영상이 있는지 없는지 검색한다는 것 자체가, 쿠키영상이 없으면 빨리 일어나겠다는 의지의 표현 아닌가 싶다. 그것과는 관계없이 마지막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성향의 사람이라면 굳이 검색을 해보지 않아도 될 테니까. 

 

엔딩 크레딧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뼈를 깎고 일하는 제작 스텝의 자부심일 것이다. 쿠키영상이 아니더라도 영화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켜주는, 그런 문화가 자리잡으면 좋겠다.

 

제작진들 이름을 하나하나 보지는 못하더라도, 또 쿠기영상이 없더라도, 엔딩크레딧이 흐르는 동안 영화의 여운을 느끼고, 마지막으로 감독이 선택한 음악을 들으며 영화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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