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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생활 패턴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규칙적으로요. 회사 일이 많은 시즌에는 보통 밤낮이 바뀌는데요. 야간에 일을 많이 하는 대신 느즈막히 출근합니다.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가는 날도 꽤 있을 정도죠.
요즘은 일이 적은 시즌입니다. 그래서 특별한 일정이 있지 않은 이상 9시에 출근, 6시에 퇴근합니다. 그런데 직장이 집에서 멀어 출퇴근 길에서 보내는 시간까지 하면 실제로는 '7시 반 출근, 7시 퇴근'이 되겠네요.
밤낮 바뀌어가며 힘들게 일할 때는 규칙적인 생활이 그토록 그리웠는데, 막상 그렇게 살아보니 이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다음날 아침 지각하지 않기 위해 밤에 일찍 잠들어야 하니 혼자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더군요. 집에 아이 둘이 있으니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저녁 8시쯤 둘째를 재우고, 그 다음 첫째를 재웁니다. 그러면 금세 밤 10시가 넘어요. 재우다 보면 저도 잠들기 일쑨데, 어떤 날은 잠들지 않고 일어나서 쓰고 싶은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나 합니다. 하지만 매번 그러진 못해요.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을 하다보니 밤 10시만 돼도 졸리더군요.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그럼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나서 내 시간을 갖자!' 하고 말이죠. 그런데 이것도 쉽지 않습니다. 아침 일찍 잠에서 깨는 둘째 때문이에요.
앞에 잠시 언급했다시피 첫째와는 다르게 둘째는 일찍 잠자리에 듭니다. 어느덧 200일이 훌쩍 넘어 밤에 거의 깨지 않고 잘 자는데요. 문제는 아침에 일찍 깬다는 점이죠. 이르면 5시, 늦어도 5시 반 ~ 6시가 되면 제가 자는 침대 머리 맡에 와서 저를 꺠웁니다.
그 전에 다섯 시쯤? 제가 먼저 잠에서 깨 뭔가를 하고 있더라도 귀신 같이 알고 눈을 번쩍 뜨고 일어나요. 그리곤 말똥말똥한 눈으로 저에게 다가옵니다. 다시 재워달라는 건지 놀아달라는 건지...
아이가 일어나서 그러고 있으니 저도 모른 척 할 수가 있나요. 분유를 타서 먹여주고, 조금 놀아주다가 다시 재우기를 시도합니다. 어떨 때는 다시 잠들지 않을 때도 있어요. 그러면 저는 이른 아침, 다섯 시 반부터 일곱시까지 아이와 씨름하다 출근을 하게 되죠.
이런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참, 피곤하기도 하고 제 시간을 내기도 쉽지 않습니다. 유일하게 혼자 시간을 보내는 때가 출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인데요. 왕복 두 시간 남짓이라 책 읽기에는 상당히 좋습니다. 하지만 거기다 글까지 쓰려고 하면 시간이 부족해요. 무엇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데 그게 너무 아쉽습니다.
일상이 비슷하게 반복되고, 또 퇴근하면 아이들 보느라 또 피곤해지니 뭔가 조여졌던 나사가 느슨해지는 듯한 기분도 듭니다. 예전보다 스마트폰을 더 많이 보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쓸데 없이 유튜브, 넷플릭스를 보면서 아까운 시간을 그냥 흘려 보내기도 합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물리적 시간 외에 어떤 운명적이고 의미 있는 시간이 존재한다 믿었고 이를 가리켜 '카이로스 Kairos'라 칭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수동적으로 흘려보내는 게 아니라 나의 의지와 노력으로 빛나게 만드는 시간, 그것이 카이로스다.
매일 주어지는 점심시간을 누구는 그저 밥 먹고 쉬는 '그저 그런' 시간으로 흘려보내고 누구는 그 시간에 매일 다른 사람과 식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하루하루 인맥을 넓혀가는 의미 있는 시간으로 사용한다. 이 사람에게 점심시간은 카이로스다.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주도적으로 의미 있게 사용한 것이다. 성공한다는 것, 세상을 잘 산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카이로스를 갖느냐의 문제다. 당신은 당신에게 주어지는 물리적 시간을 얼마나 많이 카이로스로 바꾸고 있는가?
- <나는 오늘도 경제적 자유를 꿈꾼다> 중 / (청울림, 알에이치코리아)
'글 쓸 시간이 없어,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해'라는 생각이 자주 드는 요즘, 저 자신에게 냉정하게 물어봤습니다. 진짜 시간이 없나? 알고 보면 허투루 보내는, 그냥 수동적으로 흘러가게 놔두는 시간이 많은 건 아닐까?
생활 패턴이 바뀌었고, 당분간은 이런 패턴이 꽤 오래 지속될 것 같습니다. 그런 만큼 저도 거기에 맞게 저의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다시 생각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최대한 많은 물리적 시간을 '카이로스'로 바꿔 의미있게 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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