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산행> 리뷰입니다.
가정을 꾸리고 난 이후 집에서는 영화를 잘 보지 않게 됩니다. 애초에 회사 일이 바빠서 집에 있는 시간이 적은 데다, 여유가 생겨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지요.
며칠 전 회사에서 해오던 바쁜 일들이 끝나서 모처럼 주말을 평온하게 보내게 됐습니다. 거기다 아내도 볼일이 있어 외출을 한 상황이라 아이들이 잠드니 혼자만의 시간이 생겼어요.
무얼하면서 놀까, 하다가 그동안 보고 싶었는데 못 봤던 영화 한 편을 보기로 했습니다.
이럴 때 저는 푹pooq을 이용합니다. 넷플릭스가 요즘 대세라곤 하지만 저는 예전부터 여기에 정기결제를 하고 있어서 훨씬 친숙해요.
영화를 볼 땐 따로 결제를 해야 하는데, TV 콘텐츠만 결제를 하면 넷플릭스보다는 훨씬 저렴합니다.
인기 영화 탭으로 가서 쭉 훑어보다가 강렬한 포스터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천만 영화' <부산행>이었습니다.
아니, 2016년 개봉 영화를 이제서야 보다니. '그동안 참 많이도 바빴구나', 씁쓸하게 웃으며 맥주 한 캔을 땄습니다.
<부산행>은 스릴 넘치는 영화였습니다. 러닝 타임이 두 시간 정도인데, 영화 극초반부 몇 분을 제외하면 좀비들에게 쫓기는 장면들로 가득합니다. 끝날 때까지요. 영화를 보다 정신을 차려 보니, 저도 모르게 왼쪽 팔걸이를 잡은 손에 힘을 꽉 주고 있더군요.
이런 종류의 재난 영화, 스릴러, 공포물을 선호하는 편이라 흥미진진하게 봤고, 그래서 이 영화가 왜 천만 관객을 모을 수 있었는지 이해도 됐습니다. '주인공은 어쨌든 끝까지 살아남을 거야'라는 뻔한 결말도 아니었고요.
하지만 <부산행>은 이것 하나로 완결된 영화라고 볼 수는 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딱히 어떤 드라마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좀비가 어디서 어떻게 나타났는지 설명도 나오지 않거든요.
물론 그런 부족함을 덮을 정도로 좀비들의 비주얼과 배우들의 연기력이 훌륭하긴 합니다. 특히, 달리는 기관차에 수백, 수천 명의 좀비들이 들러 붙는 장면은 역대급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영화를 다 보고 났을 때 느껴지는 아쉬움을 충분히 달래진 못했습니다. <부산행>의 프리퀄인 애니메이션 영화 <서울역>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그래서 들었습니다.
‘서울역’을 보면 ‘부산행’의 내적 의미가 달라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연상호 감독 인터뷰 중 (출처 : 인터뷰365)
연상호 감독의 의도가 대중에게 제대로 먹히진 않았나봅니다. <서울역>에 대한 네티즌들의 평이 영 좋지 않네요. 저는 아직 보지 않았습니다만, 이러면 <부산행> 흥행의 의미도 퇴색되는 것 아닐까요.
하나의 이야기를 놓고 두 개의 다른 작품으로 선보이는 대형 프로젝트가 충분히 박수 받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부산행>이 좀비들의 하드캐리 덕분에 기억되는 영화가 아닌, <서울역>이라는 프리퀄과 함께 더욱 빛난 영화가 될 수는 없었던 걸까요. 저는 과연 <서울역>을 보고 <부산행>의 달라진 내적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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