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에 관한 기록/메모와 단상들

영화 기생충 황금종려상 수상 : '나를 제대로 아는 것'의 힘

by 꿈꾸는 강낭콩 2019. 5. 30.

지난 주말, 감격스러운 뉴스 하나를 접했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이라는 영화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는 소식이었다. 

황금종려상은 칸 영화제에서 주는 ‘최고의 상’이라 불린다. 그만큼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식은 우리나라 국민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영화 팬들을 놀라게 했다. 우리나라 감독으로선 최초였다. 

 

내가 ‘봉준호’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건 영화 <살인의 추억>을 봤을 때였다. 당시 나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는데, 입시 공부에 지쳐 오랜만에 바람도 쐴 겸 친하게 지내던 선배와 영화를 보러 갔던 기억이 난다. 2003년 5월 쯤이었나, 생각하고 검색을 해보니 개봉날짜가 2003년 4월 25일이다. 의외로 정확한 내 기억력에 조금 놀랐다. 

 

<살인의 추억>은 당시 내가 고3이라는 걸 잠시 잊을 정도로 몰입감이 엄청난 영화였다. 왜 저렇게 범인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걸까. 영화의 결말처럼 현실에서도 결국 범인을 잡지 못했고, 사건이 미제로 남았다는 사실을 알고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한편, 묵직한 내용을 다룬 영화였지만 상영 시간 내내 분위기가 어두웠던 것만은 아니었다. 배우들의 대사와 행동에서는 종종 유머 코드가 묻어나왔고, 피식피식 웃으며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이번에 개봉하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도 ‘블랙코미디’로 알려져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살인의 추억>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다만 비극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니 차마 ‘블랙코미디’라는 속성이 있다는 얘길 못했을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다른 영화들을 떠올려 보면, 어떤 영화를 만들더라도 ‘블랙코미디’라는 장르적 속성을 가미하는 것이 그의 스타일임을 알 수 있다. <괴물>, <설국열차>가 대표적이다.

 

“무겁고 정치적인 주제를 심각하게 2시간 동안 이야기하는 영화들도 물론 존중합니다. 그것도 또 하나의 방식이겠죠. 그런데 저는 그렇게 못해요. 저는 유머와 코미디 속에 그런 것들이 섞여 있는 것이 좋고 관객들이 터뜨리는 웃음 속에 그 뒤에 어떤 날카로운 비수가 숨어있는 느낌, 그런 게 제가 좋아하는 방식입니다.”  - 봉준호 감독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뒤 진행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봉준호 감독이 말한 내용이다. 이걸 보면 봉준호 감독은 본인이 뭘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상태에서 꾸준히 성실하게, 또 치열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