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은 모빌리티 혁신을 이루려는 스타트업 기업과 택시업계 간에 갈등이 유독 많은 해다.
최근에는 ‘타다’라는 서비스에 이의를 제기하며 택시업계가 엄청난 반발을 하고 나섰다. 지난 4월에는 택시 기사 1명이 분신, 결국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하지만 여론은 냉랭했다. 그만큼 시대가 바뀌고 있는데, 택시업계가 본인들의 이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그런 흐름을 막고 있는 것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많았다.
택시 서비스에 대해 평소에 품고 있던 불만 사항들이 그런 싸늘한 시선으로 표출된 게 아닌가 싶다.
일부 택시 기사들의 불친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화 나누고 싶지 않은 주제에 대해 계속 의견을 묻고 (정치적인 이슈라든지),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일방적으로 승객에게 얘기하는 등 택시 승차 자체를 힘들게 하는 경우가 많다.
이건 개인적인 경험도 있지만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그랬다.
더욱 큰 문제는 승차 거부다. 택시가 필요한 상황은 아침 일찍이나 밤늦은 시각, 즉 대중교통 이용이 제한적일 때이다.
그런데 그럴 때 꼭, 택시가 잡히지 않는다. 어쩌다 빈차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어도 쌩 하고 지나가거나, 행선지를 물은 뒤 원하는 곳이 아니면 태우지 않는 식이다.
그래서 우버와 같은 서비스들이 등장하면 그쪽으로 수요가 몰려 가는 것이다. (물론 우버는 택시업계의 반발과 우리나라에서 합법의 영역에 들어갈 수 없어 결국 진출하지 못했지만).
해외 사례를 봐도 그런 민간 기업의 운송 서비스가 택시를 넘어선 지 오래다. 미국에서는 우버가, 동남아권에서는 그랩이 새로운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타다’가 인기다. 택시보다 요금이 조금 비싸긴 하지만 일단 콜을 했을 때 승차거부가 없고, 차량 내부이 쾌적하며 기사들도 친절하다는 게 성공 요인으로 분석된다.
잘 되는 만큼 택시업계의 반발을 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른다. 그들 입장에서는 밥그릇을 빼앗기는 엄청난 위협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는 그런 택시업계의 반발을 삐딱한 시선으로 보던 사람 중 하나였다. 그렇게 시위만으로 목소리를 내기 보다는 좀 더 친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지금 시대에 맞는 택시 서비스는 무엇인지 고민하는 게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물론 일선에서 일하는 택시 기사님들이 모든 걸 개선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을 테지만. 택시 업체들이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기 힘들어한다면, 정부가 나서서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부의 대처도 지금껏 특별한 게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택시 업계는 점점 쇠락하고, 타다와 같은 민간의 ‘혁신적’ 모빌리티 서비스가 시장점유율을 높여가는 게 맞는 수순인 걸까? 정말 불편한 진실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산업의 발전은 그런 식으로 이루어져왔다.
그래서 그 질문에는 ‘그렇다’라고 대답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하던 찰나, 신문기사 하나를 접했다. (평소엔 잘 읽지도 않는데 어쩌다 읽게 된 신문에서 마침 그 기사를 보게 됐다.)
[김현미 공유차량 돌파구… 브런치 챙기는 마카롱 택시] - 2019. 6. 21. (중앙일보)
‘마카롱 택시’라니. 이름만 봐도 호기심이 생겼다. 기사를 쭉 훑어봤다.
‘타다’와는 또다른 모빌리티 기업 대표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된 기사였다. 조금 색다른 부분이 있었다면, 그들의 사업방식을 소개한 부분이었다. 여기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KST모빌리티에서 내놓은 마카롱 택시는 기존 택시 법인을 인수한 뒤 살짝 변형시킨 서비스다.
예를 들면, 승객은 택시를 부를 때 샌드위치와 같은 간단한 브런치나 커피 등을 함께 주문할 수 있는데, 그럼 택시 기사가 그걸 준비해 승객을 태우러 가는 식이다.
학생을 태우고 학교로 갈 때는, 승객이 원하면 학교까지 안전하게 동행해주는 인적 서비스도 있다.
잘 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현행법을 교묘히 이용한 합법 형태의 서비스가 아닌, 법을 정면으로 수용함과 동시에 만들어낸 새로운, 바람직한 서비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게 바로 택시업계와 상생하면서 서비스를 개선시키고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아닐까.
해당 기사 중 일부를 아래에 옮겨본다.
중앙일보는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후암동 KST모빌리티 본사에서 이행렬 대표를 만나 인터뷰했다.
그는 택시 면허를 사들이는 사업 모델을 택한 이유에 대해 “언뜻 보면 느리고 멀리 돌아가는 길 같지만 이미 25만 대나 되는 택시가 시중에 있는데, 이를 한순간에 무너뜨리고 새로운 차로 승차 공유를 한다는 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중략)
이 대표는 다른 모빌리티 회사와 달리 택시 기반 서비스를 내놓은 이유에 대해 “승차공유는 서 있는 차를 활용하자는 건데 전업 우버기사가 등장하면서 뉴욕의 교통 정체는 더 심해졌고, 대기질은 오히려 나빠졌다.”고 일갈했다.
그는 “택시가 이미 25만대로 포화상태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감차를 추진했지만 잘 안됐다. 그런데 여기에 11인승 승합차가 렌터카 1000대를 더 얹으면 그간 감차에 들어간 국민 세금은 다 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택시 기사들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그들에게도 변할 기회를 줘야한다.”고도 강조했다.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는 인터뷰 내용이다. 현재 끊임없는 갈등을 빚고 있는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와 택시업계간의 갈등을 보고 이 사람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해왔는지도 느껴진다.
한편 그동안 ‘택시업계’에 대해 너무 엄격하게,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따라오지 못해 뒤처지면 어쩔 수 없는 존재’로 매도해왔던 건 아닌지 조금은 반성도 하게 됐다.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건데 말이다.
KST모빌리티의 마카롱 택시가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결할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그렇지 못한다 하더라도 상생과 혁신,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은 이것이다!라고 알려줄 수 있는 커다란 이정표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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