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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독서/우울할 땐 소설책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백은의 잭’을 읽고 느낀 점 두 가지

by 꿈꾸는 강낭콩 2025. 1. 15.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백은의 잭’을 읽었습니다. 이른바 ‘설산시리즈’ 중 하나인 백은의 잭은 그중에서도 첫 번째 순서라고 합니다.

1. 백은의 잭 뜻


백은의 잭이 무슨 뜻일까 궁금했는데 책 표지를 한두 장 넘기다 보면 설명이 나옵니다. 은색 설원을 뜻하는 ‘백은’과 납치, 탈취, 강탈 등의 뜻이 있는 영어 단어 ‘hijack’의 합성어라고 해요.

2. 줄거리


이야기 구조는 단순합니다. (사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치곤 너무 단조로워서 밋밋하다는 생각도 했어요 ㅎㅎ)

아무튼, 어느 날 신게쓰고원 스키장에 폭발물이 묻혀 있다는 협박범의 메시지가 날아듭니다. 주인공 구라타 레이지 스키장의 안전을 관리하는 책임자로서 경찰에 신고하고 스키장 고객들을 대피시키는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요.

경영진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협박범의 요구를 순순히 들어주며 어떻게든 스키장 운영에 차질을 빚지 않는 것을 우선시합니다. 늘 그렇듯 조직에서는 윗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크죠. 직장인일 뿐인 구라타는 어쩔 수 없이 임원들의 의견을 따릅니다.

이렇게 신게쓰고원 스키장 사람들과 협박범 사이의 밀당이 몇 번씩 계속 돼요.

지정된 장소에 돈을 갖다 놔라, 그럼 폭발물이 묻혀있지 않은 안전한 슬로프가 어딘지 알려주겠다, 경찰에 신고하거나 허튼 수작을 부리면 폭파하겠다… 말 그대로 스키장 전체를 인질로 삼은 협박이 계속 된 거예요.

그와중에 스키장 패트롤로 근무하는 네즈가 사건에 개입하게 됩니다. 누구보다도 스키장을 사랑하는 네즈는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여요. 패트롤다운 스키, 스노우보드 실력을 선보이며 협박범의 뒤를 밟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게 되죠.

‘백은의 잭’의 반전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소설 후반부 협박범의 정체가 드러나는 부분을 지하철에서 읽고 있었는데 저도 모르게 “헐. 뭐야” 하고 소리를 낼 정도였어요.

3. 느낀 점(1)


*스포 주의

추리소설을 읽다 보면 범인으로 누가 유력한지 나름의 추리를 하게 됩니다. ‘백은의 잭’에서 제가 예상했던 범인은 이리에와 다쓰키 부자였습니다.

사실 이리에와 다쓰키 부자는 이 스키장에서 일어난 사고의 피해자예요. 1년 전 스키장을 이용하던 중 다른 스노보더에게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이때 이리에는 아내를, 다쓰키는 어머니를 잃었습니다.

스키장을 인질로 삼고 돈을 요구하며 협박하는 것에는 무언가 동기가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동시에 범인은 의외의 인물에다 가까이 있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죠.

1년 전 사건에 대한 보상으로 스키장으로부터 이런저런 혜택을 받고 있고, 어떻게든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1년이 지난 뒤 용기를 내 스키장도 다시 찾은 이리에 부자. 하지만 뒤로는 무시무시한 범행을 꾸미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생겨났습니다.

아들 다쓰키가 사건에 대한 트라우마로 스키를 잘 타지도 못하는데, 알고 보면 못 타는 척을 하는 게 아닐까? 그의 아버지 이리에도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결론적으로 그들은 협박범이 아니었어요. 다른 사람이 범인으로 밝혀지는 순간 내심 이리에 부자를 의심했던 마음이 뭔가 무안해졌습니다.

‘백은의 잭’을 읽으면서는 가장 약하고 보호받아야 할 사람을 의심할 수도 있는 사람의 마음에 주목하게 됐어요. 저뿐만 아니라 구라타와 네즈도 아주 잠시였지만 이리에를 의심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네즈는 그가 협박범인지 아닌지 알아보려는 작업까지 하죠.

이런 일은 현실에서도 심심치 않게 일어납니다. 90년대 초 일명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 때에도 실종 소년의 가족이 범인으로 의심을 받기도 했구요.

최근엔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 형을 받고 수감 중이던 분이 재심을 통해 무죄 선고를 받고 풀려난 일도 있었죠.

사건의 진상을 밝혀야 하는 입장에서 모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자라 할 수 있는 사람을 의심하는 일은 그 무엇보다도 조심스럽게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순간 누구보다도 슬프고 아파할 사람들이니까요.

4. 느낀 점(2)


* 스포 주의

한편, 백은의 잭에서 주목해야 할 또다른 부분은 주인공 구라타의 입장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직장인이어서 그런지 뭔가 동병상련을 느끼는 순간이 많았거든요.

대의를 위해서 올바른 선택은 이것인데, 조직의 의사결정에 따라 소신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 분노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속으로 삭히며 상부의 지시를 따르는 모습이 같은 직장인으로서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상황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어요.

이건 결말부분 스포일러인데, 스키장 측의 잘못이라는 게 명백히 드러난 후 사장 및 임원들에게 큰소리치는 장면이 있어요. 거기서 저는 묘한 쾌감을 느꼈답니다.ㅎㅎ

대한민국 직장인 여러분 모두 화이팅입니다..!!

서두에 말씀드렸듯 ‘백은의 잭’은 스키장을 배경으로 한 히가시노 게이고 ‘설산 시리즈’ 중 하나예요.

요즘 같은 겨울철 읽기에 딱 좋은 소설이 아닐까 합니다. 이야기 구조가 그렇게 복잡하지 않으니 쉽게 쉽게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또 스키장과 스키, 스노우보드 관련한 용어들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도 있으니 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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