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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확행의 기록/영화 & 드라마 후기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태어난 것”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리뷰 | 명장면 두 가지 | 넷플릭스 드라마 추천

by 꿈꾸는 강낭콩 2024. 6. 21.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나는 드라마를 봤다. 그것도 2년이 지난, '우리들의 블루스'.

넷플릭스로 봤는데 아직 안 보셨다면 지금이라도 보시길 적극 추천하는 드라마다.

아, 생각해 보니 박지환 배우가 유퀴즈에 나와 그 드라마 오디션 과정에 대해 이야기 한 것을 보고 '재미있겠다, 저 드라마 봐야지' 했던 것 같다. 
 
https://youtu.be/wF4bwrqR5bw?feature=shared

 

'우리들의 블루스'는 노희경 작가 작품이다. 감독은 김규태PD. 
 
둘의 조합은 좀 더 오래 전 드라마인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접했었다. 2008년 방송 당시엔 못 보고 어둠의 경로로 봤는데, 몇 번을 반복해서 봤는지 모르겠다.
 
'우리들의 블루스'도 그래서 그냥 믿고 봤다. 
 
그런데 제일 처음 나오는 에피소드인 '한수와 은희' 편을 보고는 기분이 안 좋았다.

그 속에 그려지는 한수의 신세가 처량해서. 그가 제주에 발령을 받고 내려가 가난하지만 순수했던 학창 시절을 떠올리고 그리워 하는 모습이 너무나 슬퍼 보여서. 거기에 감정이입이 됐다.
 
드라마를 더 볼 수가 없었다. 한동안 '한수와 영희 1'을 보고 더 이상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 결국은 다 보긴 했는데, 꽤 오래 걸렸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전체적으로 처량하고, 슬프고, 안타깝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또 상처를 받는 사람들. 아주 어린 시절의 상처조차 치유되지 않은 채, 그걸 고스란히 끌어안고 성인이 되어 버린 이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한수와 영희의 에피소드처럼, 모든 주인공들에게 자기만의 상처와 아픔, 슬픔, 삶의 애환이 있다. 그래서 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좋았다. 결국은 모두 해피엔딩이었으니까. 
 
가장 감동이었던 장면을 꼽자면 두 가지다.

하나는 인권이 아들 현을 앞에 두고 "아빠가 그렇게 쪽팔렸냐"며 서럽게 우는 모습. 그런 아버지를 아들 현이 끌어안고 죄송하다고 말한다. 그렇게 한참을 함께 울며 감정을 쏟아낸다.
 
그동안 억압받아왔던 아들 현 만큼이나, 겉으로 보기에 시원시원하고 성격대로 막 살 것 같은 인권도 삶의 어려움을 힘겹게 이겨내며 살아왔구나 싶어 나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다른 하나는 춘희와 손녀 은기가 달 100개가 뜨는 곳으로 가 만수(춘희 아들, 은기의 아빠)가 일어나길 기도하는 장면.

만수 외 모든 자녀들을 사고로, 질병으로 보내야만 했던 춘희의 사연이 너무 슬퍼서, 제발 만수만은 그러지 않기를 나 또한 빌었었다. 
 
여기서 푸릉 마을 사람들이 은기를 위해 비바람이 몰아치는 와중에도 바다에 배를 띄워 달 100개를 만들어 주는데, 그 장면에선 전율을 느꼈다.

미신 따위 믿지 않는 춘희도 그날만큼은 손녀의 손을 꼭 붙잡고 바다를 내려다 보는 언덕 위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늘이 울부짖어도 선장들에게 배를 보내달라고 읍소하는 은희, 한달음에 달려가는 정준의 모습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마침내 달 100개가 뜨는 장면은 너무 황홀해서 가히 '우리들의 블루스의 절정'이라고 할만 했다. 

만수가 어떻게 됐는지는 다음 회차에 나왔는데, 그것부터 알고 싶어서 그 부분을 찾아 헤맸던 기억이 난다. 해피엔딩으로 그려준 노희경 작가님께 고마울 정도로 기뻤다. 드라마에 어지간히 몰입하긴 했었나 보다 ㅎㅎ
 
그런데 '우리들의 블루스'는 '그들이 사는 세상'처럼 여러 번 보게 될는지는 의문이다. '결국은 해피엔딩'이었기 때문에 좋지만, 그 전 단계인 주인공들의 슬픔을 그려낸 부분이 너무나 깊어서, 또 완벽하게 일치하진 않아도 어떤 부분은 나의 이야기인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해피엔딩인 드라마니까. 두 번 세 번 봐도 좋을 것 같긴 하다. 얼마 전 정신과 의사인 윤홍균 작가님의 책 '마음 지구력'을 읽었는데, 그런 얘기를 하셨다. 

지쳐서 아무것도 하기 싫고, 의욕도 없고, 우울하고 불안하고 그럴 땐 해피엔딩으로 되어 있는 드라마를 보라고. 주인공들이 결국은 성장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게 되면 배우는 것도 있고 심리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조언하신 거였다. 
 
이때 중요한 포인트는 두 번 보라는 것. 처음 볼 땐 긴장하고 보게 돼서 주인공들의 성장 과정에서 배울만한 부분을 놓칠 수가 있어서, 다시 한번 보다 보면 좀 더 좋은 쪽으로 생각하며 볼 수 있어 그렇다는 거다. 

요즘 뭐 재미있는 일이 없네... 싶어서 드라마를 봤는데, '우리들의 블루스', 잘 고른 것 같다. 
 
확실히 책이나 드라마 등 작가들이 만들어 놓은 세계 속에 풍덩 빠졌다가 오면 한번 환기가 되어 좋다. 넷플릭스에 가서 언제든 드라마를 골라 볼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게 이럴 땐 또 다행으로 느껴진다 ㅎㅎ
 
다음에 보게 될 드라마는 뭘까. 뭐가 됐든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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