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연 장편소설 '나의 돈키호테' 두 번째 후기.
돈키호테를 찾아, 돈 아저씨를 찾아 전국, 아니 전 세계를 누비는 여정을 그린 소설 '나의 돈키호테'.
그만큼 공간적 배경에 대한 묘사가 생생해 오감을 자극한다.
특히나 미각. 김호연 작가는 이야기가 시작되는 대전에서부터 '성심당'을 언급한다. 이후에도 여러 가지 음식들이 소설 전반에 걸쳐 오르내린다.
'먹거리란 이 소설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이라는 여행에 빠질 수 없는 요소'라는 걸 강조하는 듯.
김호연 작가는 먹거리에도 관심이 많은 분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ㅎㅎ
아무튼, '나의 돈키호테'를 읽으면서 '돈키호테를 꼭 읽어봐야지'라는 생각과 함께 '이 음식 다음에 꼭 먹어봐야지'라는 것들이 있어서 메모를 해둔 게 있었다.
오늘의 글은 '나의 돈키호테' 속 음식에 관한 이야기다.
'나의 돈키호테' 속 눈길 끈 음식 네 가지 (*주요 내용이 언급되는 스포일러 포함)
1. 과즐
주인공 '진솔'은 그렇게 찾아다니던 '돈 아저씨'를 제주도에 발견. 마침내 그의 거처로 가게 된다. 돈 아저씨는 자신이 건국해 꾸려나가고 있는 자유 공화국에 온 손님들에게 이른바 '웰컴 푸드'를 제공하는데, 그게 바로 과즐이었다.
쟁반에는 모양이 제각각인, 어딘가에서 주워 온 듯한 컵 네 개와 튀밥이 잔뜩 붙은 과자가 담겨 있었다.
"과즐이네요."
제주도 좀 와봤던 민 피디가 보리나 찹쌀을 튀기고 감귤 조청을 발라 만드는 제주도 대표 군것질거리라고 알려줬다.
- 284쪽
제주도를 몇 번씩이나 놀러 갔었는데, '과즐'이 뭐지? 싶었다.
찾아 보니 본 적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무슨 맛인지 알 듯도 했고 ㅎㅎ
그리고 더 찾아보니, '과즐'은 '과줄'의 옛말이고 '과줄'은 '한과'를 순우리말로 한 것이라 한다.
그러니까 '과즐'은 결국 제주식으로 만든 한과, 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다음에 제주 가면 꼭 먹어 봐야지.
2. 쉰다리
이것 역시 '돈 아저씨'가 자유 공화국을 찾아온 이들에게 제공하는 음식 중 하나다. 쉰다리는 음료니 '웰컴 드링크'라 할 수 있겠다.
아저씨가 흰 음료를 우리들 잔에 따라주었다. 민 피디가 냄새를 맡더니 막걸리 같진 않은데 무슨 음료냐고 물었다.
"쉰다리라고 들어봤어? 이게 이래 봬도 제주 전통 웰빙 유산균 음료라고. 한잔씩들 해. 조만간 다 부르려고 했는데 이렇게 알아서들 뭉쳐 오다니."
쉰다리라는 음료는 막걸리와 요구르트의 중간 어디쯤엔가 자리한 음료였다. 쉰 맛이 나서 쉰다리라고 부르는 것 같은데 전통 웰빙 유산균 음료라니. 아저씨의 과장된 말투는 여전했다.
- 285쪽
이것 역시 낯선 제주 음식. 제주도 문화는 정말 무궁무진한 것 같다.
잘 만든 쉰다리는 설탕을 넣지 않아도 적당한 단 맛이 난다고 한다. 발효음료라고 하니 장 건강에도 좋을 것 같다. 아이들 유산균 사먹이는 대신 이것 한번 먹여볼까? 라는 생각도 든다.
나도 한번 마셔보면서 '나의 돈키호테' 속 장면으로 다시 한번 깊게 들어가보고 싶다.
3. 접짝뼈국
'나의 돈키호테' 주인공 진솔이 '돈 아저씨'를 찾아 나서는 여정은 유튜브를 통해 공개적으로 이뤄진다. 아저씨와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영상을 찍어 올리고, 그걸 본 돈 아저씨 지인들의 연락을 받고 직접 만나 제보를 받고 또 영상을 만들어 올린다.
마침내 돈 아저씨에 관한 결정적인 단서를 찾고, 그 사실을 알리는 영상도 유튜브에 올렸다. 그게 진솔의 발목을 잡을 줄이야.
진솔이 일전에 안 좋게 나온 직장에서 진솔의 유튜브를 지켜보다가 돈 아저씨를 먼저 취재하고 영상을 찍어 방송을 내보내버렸던 것.
진솔은 그 사실을 돈 아저씨를 만나 이야기 하다 뒤늦게 알게 되고, 그 충격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휴식을 취하는 사이 동행했던 일행이 먹을거리를 사오는데, 그때 '접짝뼈국'이 등장한다.
점심이 다 되어 도착한 한빈과 민 피디는 접짝뼈국이라는 해장국을 포장해 왔다. 제주는 해장국이 발달했다고 하더니 정말이지 이런 해장국은 처음이었다. 메밀을 풀어 만들었다는 수프 같은 국물에 푹 고아 낸 돼지 살이 부드럽기 그지없었다.
- 317쪽
'접짝뼈국'은 또 뭐야?! 제주도 장면에서만 처음 접하는 음식만 벌써 3개째다.
'접짝뼈'는 제주도 말로 '돼지머리와 갈비뼈 사이의 뼈'를 의미한단다. 앞다리뼈와 갈비뼈 사이를 그렇게 부르는 경우도 있다고.
이 접짝뼈를 고아 국물을 우려내고 거기에 메밀가루를 뿌려 만든 게 바로 '접짝뼈국'이다.
비주얼을 보니 예전에 아내와 제주도 여행 갔을 때 시장에서 사먹었던 고기 국수가 생각난다.
보통의 고기국수와는 다르게 위 이미지에서 보는 것처럼 돼지고기가 뼈째로 들어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접짝뼈국의 국수 버전이었던 것 같다.
아무튼, 접짝뼈국 식당도 다음 제주 여행 코스 지정 필수다. 고깃국이니 밥이랑 주면 아이들도 잘 먹을 것 같다.
4. 까바 Cava
어렵게 어렵게 제주에 살고 있는 돈 아저씨를 발견한 진솔.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하고 있던 유튜브 채널도 정체기를 겪고 돈 아저씨도 또 다시 어딘가로 사라지고 마는데.
알고 보니 그곳은 다름 아닌 스페인이었다. 돈키호테와 세르반테스의 고향. 그곳에 가기 위해 라만차 클럽을 결성하고 스페인에 돈 아저씨를 다시 만나게 된다.
돈 아저씨는 제주도에서처럼 '웰컴드링크'를 준비하는데, 이번에도 역시 현지에서 맛볼 수 있는 음료다.
곧 식전 빵이 담긴 바구니와 함께 얇은 유리잔이 사람 수대로 나왔다. 뒤이어 샴페인 병이 담긴 얼음통이 따라왔다.
"아빠! 샴페인 이거 비싼 거 아냐?"
"노노. '까바Cava'라고 스페인 스파클링 와인인데 많이 안 비싸다구. 저녁에 한 잔 먹고 자면 딱 좋아."
- 361쪽
내가 술을 제일 자주 먹는 장소는 집이다. 그러다 보니 마시는 술이 기껏해야 맥주, 막걸리, 소주다.
그러다 보니 뭔가 재미가 없어진다. 다양하지 않으니. 마침 아내도 "와인 좀 마셔볼까?" 하던 차에 소설을 읽다 스파클링 와인이 눈에 띄다니.
까바는 또 가성비 좋은 술이라고 하니 근처 와인샵에서 한번 사먹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밖에도 스페인 원정 씬에서 언급되는 음식들이 많은데, 종류가 많아 기록만 해둔다.
또르띠야, 바깔라오, 빠따따스 브라바스, 하몽 이베리코, 초리조, 모르시야.
‘나의 돈키호테’를 읽고 거기에 나온 음식들을 찾아 먹어보며 소설 속 명장면들을 떠올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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