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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후기

“송태섭이 주인공? 다 이유가 있었네” | 뒤늦게 본 ‘더 퍼스트 슬램덩크’ 후기 감상평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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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뒤늦게 봤습니다. (이미 다 보셨겠지만 ㅎㅎ) 뒷북 후기일 수 있겠네요.

개봉한 지 벌써 세 달이 넘어가는군요. 어쩐지 아직 상영하고 있는 곳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집 근처에 상영 중인 메가박스가 있어서 다녀왔습니다. 
 

자막 vs. 더빙

외국 영화는 무조건 자막으로 보는데, 보러 갈 수 있는 시간대에는 더빙판밖에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더빙으로 봤습니다. 썩 내키지 않았지만 별 수 없죠. 애 딸린 유부남의 운명 아니겠습니까 ㅎㅎ 주어진 시간, 사정에 맞게 노는 것...ㅎㅎ
 
결론부터 얘기하면 더빙판도 뭐 그렇게 나쁘진 않았습니다. 가끔 몰입을 방해하는 대사와 목소리 톤, 어쩔 수 없는 원작과의 이질감이 있어 보였지만, 그만큼 또 영상에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넷플릭스와 같은 OTT에 나오면 자막으로 다시 한번 보고 싶군요. (넷플릭스...! 얼른 슬램덩크 사주세요...ㅎㅎ)
 

스토리

31권짜리 만화책으로 우리나라에 처음 나온 슬램덩크는 빨간머리 강백호가 주인공이었습니다.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달랐습니다. 송태섭이 주인공이죠.
 
좀 생경했습니다. 잘 기억나진 않지만 만화책에선 송태섭이 그렇게 비중있는 인물이 아니었거든요. 3학년인 채치수, 정대만, 안경선배, 1학년 서태웅, 강백호만큼의 서사가 부여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조연이라고 볼 수 있었던 송태섭이었는데, 이번엔 주인공이라니. 산왕공고와의 경기에서 나오는 강백호의 활약과 시련의 크기가, 송태섭을 비중있게 다룸으로써 좀 약해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슬램덩크 원작의 강렬함이 워낙 컸나봅니다 ㅎㅎ
 
하지만 개인적인 아쉬움이었고, 스토리가 엉성하다거나 작품성이 떨어진다고 느끼진 않았습니다. 키 작은 송태섭의 힘들었던 어린 시절을 보여줌으로써 원작을 볼 때와는 다른 감정을 경험하게 해줘서 한편으론 좋았습니다. 
 
원작을 처음 봤을 때 제 나이가 초등학생이었나 그랬는데요. 그땐 송태섭이 형이었지만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서는 조카, 또는 아들처럼 보여서 약간 짠해보이더라구요. 원작과 영화가 주는 감동의 질이 달랐다고 얘기할 수 있겠네요. 
 
이노우에 다케히코 감독은, 영화의 주인공을 강백호가 아닌 송태섭으로 하고 '가족'이라는 서사를 부여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Q. 주인공이 강백호가 아니라 송태섭이라는 점에 놀란 팬들도 많았을 것 같다.

원작을 그대로 똑같이 만드는 것이 싫어서 다시 ‘슬램덩크’를 한다면 새로운 관점으로 하고 싶었다. 송태섭은 만화를 연재할 당시에도 서사를 더 그리고 싶은 캐릭터이기도 했다. 3학년에는 센터 채치수와 드라마가 있는 정대만, 강백호와 서태웅은 같은 1학년 라이벌 사이라서 2학년인 송태섭은 그 사이에 끼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송태섭을 그리기로 했다.

원작에서 캐릭터의 가족 이야기는 잘 그려져 있지 않지만, 이번 작품에서 송태섭의 가족 이야기가 상당히 깊게 그려졌다. 연재할 때 나는 20대였기 때문에 고등학생의 관점에서 더 잘 그릴 수 있었고, 그것밖에 몰랐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시야가 넓어졌고 그리고 싶은 범위도 넓어졌다. ‘슬램덩크’를 그린 이후, ‘배가본드’나 ‘리얼’을 그려온 것도 영향이 있었기에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한다. 원작에서 그린 가치관은 굉장히 심플한 것이지만, 지금의 나 자신이 관련된 이상, 원작을 그리고 난 후에 알게 된 것 ‘가치관은 하나가 아니고, 여러 개가 있어도 그 사람 나름의 답이 있다면 괜찮다’라는 관점을 넣을 수밖에 없었다.

- 출처 : 매일경제 인터뷰 기사 (한현정 기자 2023. 1. 3.)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감독 “강백호 아닌 송태섭이 주인공인 이유는...”[인터뷰]

2023년 계묘년 극장가의 새 바람을 일으킬,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4일 개봉한다. 개봉을 하루 앞둔 3일, 이노우에 다케히코 감독의 인터뷰가 공개됐다. 26년 만에 새롭게 돌아온 그는 영화화

n.news.naver.com

 

영상미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산왕공고와의 경기를 메인으로 다루었습니다. 31권의 원작 중 마지막 대여섯 권에 걸쳐 펼쳐지는 에피소드죠. 
 
슬램덩크는 그동안 이미 애니메이션으로 대중들에게 공개된 바 있는데요. 저는 한번도 보지 않았어요. 만화책을 통해서 받은 감동, 등장 인물들을 이미지로만 보면서 상상했던 목소리, 움직임이 다른 사람에 의해서 정형화 되는게 싫었습니다. 
 
이번에 나온 영화를 보기 전에도 그랬습니다. '영상 기술이 아무리 좋아졌다곤 하지만 여전히 어색하지 않겠어..?'라는 의심이 있었어요. 
 
하지만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그런 저를 비웃듯 시작부터 캐릭터들의 자연스럽게, 또 멋있게 등장시킵니다. 

라인드로잉으로 각 캐릭터가 슥슥 그려진 뒤 하나하나 살아 움직이는 장면. 개인적으로 첫 등장씬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산왕공고와의 경기 장면은 두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경기를 뛰고 있는 모든 선수들의 움직임이 진짜 살아 있는 사람들처럼 디테일하게 묘사됐습니다. 잔근육의 움직임, 땀 한 방울의 흐름, 동공의 미세한 떨림까지도 잘 표현되어서 영화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2점을 올리고 마침내 역전하는 과정은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서태웅과 강백호가 링을 향해 뛰어가지만 오디오는 무음, 정적이 흐릅니다. 이런 장치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지만 그것만큼 그 상황을 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산왕공고에 역전을 허용하고 마지막 반격을 시작하는 2, 3초간의 영상 또한 정말 박진감 넘치게 그려져 인상깊었습니다. 정말정말 다시 보고 싶은 장면이었어요. (다시 한번, 넷플릭스...! 아니 어디든 슬램덩크 빨리 사주세요 ㅠ ㅎㅎㅎㅎ)


 
슬램덩크가 처음 우리나라에 나왔던 건 1992년, <주간소년 챔프>를 통해서였다고 합니다. 슬램덩크라는 세계관이 만들어진 게 벌써 30년이 되었다는 얘기죠. 
 
영화를 보면서도 참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오래 전에 나온 이야기가 아직까지 사람들을 열광케 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어린 시절을 함께했던 만화를 성인이 된 후에도 이렇게 다른 형태로 재미있게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자라나는 저희 아이들에게도 만화 본다고 너무 잔소리 하지 말고, 그 나이에 접할 수 있는 대중문화들은 적절히 즐길 수 있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게 아이들의 삶을 풍부하게 해주는 요소 중 하나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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