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무료하게 느껴질 때 뭘 하시나요. 저는...뭔가를 삽니다. ㅎㅎ
그렇다고 몇십만 원 씩 하는 고가의 물건을 사는 건 아니고요. 보통 1~3만 원 정도의, 평소 갖고 싶었던 걸 벼르고 있다가 인생이 팍팍하다 싶은 순간 사는 거예요.
제목에 쓰여 있는 대로, 이번에는 새 만년필을 구입했습니다.
저는 블로그 말고 인스타그램에도 만년필 글씨를 써서 올리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플래티넘 프레피 또는 모나미 올리카처럼 저렴한 만년필을 사용 중이었습니다. 두 가지 모두 한 자루 가격이 2, 3천 원 정도로 부담 없는 가격의 만년필이에요.
그런데 만년필 글씨를 계속 쓰다 보니 조금씩 욕심이 생겼습니다. '너무 비싼 건 아니더라도 한 단계 정도는 더 고급스러운 만년필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에 어딘가에서 들어본 적 있었던 만년필 브랜드, 라미(LAMY)가 떠올랐습니다.
저는 만년필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라미라는 브랜드를 특별히 선호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만년필 입문용으로 많이들 쓴다기에 기억하고 있던 거였어요.
위메프에서 '라미'로 검색, 가장 괜찮은 조건의 상품을 찾다가 무료로 각인을 해준다는 곳을 발견하고 혹해서 주문했습니다. 쿠폰까지 써서 2만 4천 원 정도에 구매했습니다.
토요일 결제 후 이틀 만에 제 손에 들어온 라미 만년필의 모습입니다. 제가 구입한 건 라미의 여러 가지 제품 라인 중에서도 '사파리'라는 이름을 가진 것입니다.
라미 사파리는 라미 비스타와 함께 가장 저렴하고 대중적인, 그래서 어린 학생들도 즐겨 쓰는 라인이라고 하네요.
사진으로만 봤을 때는 좀 묵직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주로 써왔던 플래티넘 프레피와 모나미 올리카는 일반 볼펜 무게와 비슷합니다. '만년필을 쓴다'는 느낌도 사실 크게 들지 않죠.
그래서 다른 느낌의 만년필을 써보고 싶었던 건데, 괜한 기대를 했구나 싶었습니다. 박스를 뜯지 않았는데도 안에 뭐가 들었나 싶을 정도로 가벼웠거든요.
그래도 알파 문구에서 흔히 살 수 있는 볼펜처럼 비닐에 포장되어 있지는 않아서, 나름의 특별한 감성은 존재하는 듯 했습니다.
박스 한 쪽에 깔끔하게 적혀있는 'Made in Germany'라는 문구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케이스를 뜯어 만년필을 꺼내봤습니다.
라미 사파리는 색상이 다양합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차콜'을 골랐습니다. 제일 고급스럽게 보여서요.
주문할 때 요청했던 각인은 보시다시피 펜 뚜껑 부분에 잘 반영이 되어 있습니다. Calliholic은 인스타그램 상에서의 제 필명입니다. 필기체로 넣어달라고 했는데 깔끔하게 잘 해주셨네요.
펜 뚜껑을 열어보니 카트리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힘을 줘 꽂아넣고 본체와 뚜껑 사이에 있는 종이 띠를 제거해주었습니다. 그래야 펜 뚜껑이 제대로 닫히게끔 되어 있었거든요.
라미 사파리 만년필의 펜촉입니다. LAMY 브랜드 이름이 적혀 있고 그 위에 F라고 되어 있는데, F촉이라는 얘깁니다. 만년필은 굵기에 따라 EF, F, MF, M, B 뭐 이런 게 있는데 EF와 F를 가장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저는 너무 가는 것보다 약간 굵은 걸 좋아해서 EF가 아닌 F촉을 샀습니다. 그런데 사실 EF나 F나,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진 않습니다. 아래 사진으로 직접 한번 비교해보세요.
획을 내려쓸 때 잉크가 좀 더 많이 나오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블라인드 테스트 하면 잘 모를 것 같네요 ㅎㅎ.
새 만년필을 산 기념으로 매번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명언 쓰기를 해봤습니다.
필기감의 차이는 더 써봐야 알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확실히 펜 촉의 재질이 저가형 제품들 보다 더 단단한 것이어서 그런지, 바디의 무게가 가벼움에도 불구하고 종이 위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서걱서걱 잘 써졌습니다.
손가락으로 쥐는 부분이 평평하게 다듬어져 있어 그립감도 좋았습니다. 크...이래서 비싼 만년필들 쓰나 봅니다.
***
너무 저렴이 만년필은 싫은데, 그렇다고 너무 비싼 브랜드는 부담된다고 느끼시는 분들에게 라미 사파리가 분명 좋은 선택지가 되어줄 것입니다.
적당한 가격에 고급스러운 느낌까지 낼 수 있으니까요.
저도 이러다가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라미 만년필을 들이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ㅠ 일단 지름신을 최대한 멀리하고 이번에 산 만년필과 친해지는 데 집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확행의 기록 > 제품 & 서비스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디야 연유라떼 | 적당히 달달해서 좋은 커피 (2) | 2020.07.16 |
---|---|
카카오 이모티콘 제안 최종 후기 | 아이패드로 그림 그리기 | 프로크리에이트 (2) | 2020.07.09 |
사이클(sicle) 똥손도 괜찮아 이모티콘 프로젝트 완수 | 카카오톡 이모티콘 제안 후기 (4) | 2020.07.01 |
입 안이 헐었을 때(구내염) 대처법 4가지 | 알보칠, 페리덱스, 이바내정 후기 (2) | 2020.06.30 |
도약아트 아이패드 캘리그라피 수강 후기, 총평 | 디지털 캘리그라피 (2) | 2020.06.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