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심각한 알레르기 비염 환자입니다. 환절기, 특히 봄이 오는 시기에는 일상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한 비염 증상에 시달려요.
모든 건 재채기 한 번으로 시작됩니다. 어디선가 날아온 물질에 코가 간질간질 반응해요. 재채기가 나옵니다. 코가 금세 콧물로 가득 차요. 코를 풀거나 식염수로 헹궈내도 코가 막힙니다.
코 안에 고여있는 콧물이 목 뒤로도 넘어갑니다. 목에 이물감이 느껴져 '흠흠' 하고 헛기침을 해보지만 개운해지지 않아요.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이게 '후비루' 증상이라고 하더군요.)
이쯤되면 미치고 팔짝 뜁니다. 코를 하도 풀어서 헐어버린 건지 피도 나요.
문제는 이게 갈수록 심해진다는 겁니다. 지방에 살던 학창시절 땐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때도 지금처럼 이랬다면 공부고 뭐고 아무것도 못했을 거예요. 미세먼지 가득한 서울에서의 생활이 저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병원 신세도, 성인이 되고 한참 후에야 지기 시작했어요. 생활하는 데 불편해서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이비인후과에 갔던 게 서울 생활을 한 지 8년 쯤 됐을 때입니다.
그런데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해 보았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않았어요. 치료를 받고 약을 복용할 때, 그때뿐이었고 환절기가 되면 어김없이 증상은 다시 찾아왔습니다. 목 안의 이물감으로 인한 헛기침은 이제 하지 않으면 오히려 허전한 것이 되어버렸어요.
병원 치료를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지만 단 하나, 코세척을 열심히 하고 있는 요즘이었습니다. 사실 이것만으로 증상이 많이 괜찮아지는 것 같아서 그래도 그냥저냥 살만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주변 지인에게 들었다며 병원을 한 군데 소개해줬습니다. 바로 경기도 양주에 있는 '고의원'이라는 곳이었어요.
아내가 지인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거기서 치료 받으면 최소 1년은 효과가 있어서 알레르기 비염으로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군요.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비염 환자들에게는 꽤 유명한 곳인 것 같았어요. 좋다 나쁘다, 평가는 좀 갈리는 듯 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나약한 비염 환자인지라 아내와 상의 후 평일에 하루 시간을 내 한번 다녀왔습니다.
주말에는 사람들이 너무 몰려서 치료 받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하네요.
병원은 그냥 시골에 있는 동네 의원 느낌이었습니다. 접수하는 곳 안쪽에 보이는 책장에는 누렇게 변한 진료기록들이 잔뜩 쌓여 있었어요. 의도한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 생각엔 '여기가 이렇게 전통있는 곳이다'라는 걸 드러내기 위함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초진 접수를 하고 조금 기다리니 제 차례가 왔습니다. 다른 병원과는 다르게 의사 선생님이 일어선 채로 저를 맞아주십니다. 보통은 의자에 앉은 채로 환자를 맞이하는데 첫 인상부터 좀 남달랐어요.
자리에 저를 앉힌 뒤 목 안을 한번 살피고 양쪽 코 안을 살폈습니다. 그리고 늘상 봐오던 익숙한 환자라는 듯 알레르기 비염이란 무엇인지, 앞으로 치료는 어떻게 할 것인지 (다소 장황하게 느껴지는)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간단히 정리해보면,
수술적 치료는 반드시 재발한다. 약물 치료로 증상을 완화시키는 쪽이 바람직하다. 코세척 등 관리를 잘 해주면 더욱 좋다.
정도였어요.
설명을 다 듣고 몇 가지 궁금한 사항에 대해 좀 더 얘기를 나눈 뒤 주사실로 갔습니다. 두 대를 맞았는데 한 대는 엉덩이에, 한 대는 팔에 맞았습니다. 하나는 알레르기 비염 주사라고 하고, 하나는 면역력 높여주는 주사라고 했습니다.
둘 다 좀 아픈 주사였는데 엉덩이 쪽은 특히 더 뻐근했어요. 피도 좀 많이 났...
약은 일주일치 처방 받았습니다. 비염 약, 후비루에 좋은 물약, 그리고 비염 환자라면 누구나 사용해봤을 나잘스프레이까지. 세 종류의 약과 함께 경과를 살피고 일주일 뒤 다시 방문할 예정입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했는데, 과연 사람들 말처럼 이 병원만은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것일까요? 너무 큰 기대는 걸지 않고 한번 지켜보겠습니다. 공유할 만한 이야기 있으면 후기 남길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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