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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와 단상들

스트레스 관리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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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몸 상태가 정말 말이 아니다. 30여 년을 살아오면서 이렇게 건강 상태가 안 좋을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다. 

처음 내가 내 몸의 이상 신호를 감지한 것은 한 달 전쯤이었다. 한 일주일 가량 배에 가스가 계속 찼다. 뭘 먹으면 좀 나아지나 싶은데, 곧 배는 다시 부풀어 오른다.

소화가 되지 않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딱히 견딜 수 없을 만큼의 복통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다만 배에 가스가 찰 때 느껴지는 약간의 찌릿함, 그 정도였다. 

하지만 그 증상이 계속되니, 아무리 가벼운 것이라 할지라도 신경이 쓰였다. 좀 더러운 얘기를 보태자면, 어느 순간부터 대변 색깔이 까맣게 나오고 있었다.

처음엔 내가 먹은 음식 중에 뭐 그런 게 있었겠거니 하고 넘겼는데 하루 이틀, 사흘이 지나도 변 색깔은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병원에 가보긴 해야겠구나, 하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는 혹시나 싶어 녹색 창에 내 증상에 대해 간단히 검색을 해보았다.

가슴이 철렁했다. 별 것 아닌 줄 알았는데, 변 색깔이 검다는 건 생각보다 심각한 걸로 보였다. 장 내 출혈이 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얘기 때문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직장 근처 내과를 방문했다. 내 얘기를 듣고, 의사는 나를 눕게 한 후 배 이곳저곳을 눌러보더니 별 이상이 없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진료를 마치려고 해서 변 색깔 이야기를 꺼냈다.

그제야 의사는 조금 다른 눈빛으로 내 얘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또 한 번 생각했다. 이게 보통일이 아니구나. 

의사는 내가 인터넷에서 본 이야기 비슷한 것들을 좀 더 전문적인 용어로 풀어 설명해주었다.

상복부 출혈이 의심되니 빠른 시일 내에 위내시경 검사를 해보라고 했다. 이 때 받은 소견서를 들고 집 근처 병원으로 가서 위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내 상복부 기관을 들여다 본 의사는, 사진 한 장을 내 앞에 띄우고는 한동안 말없이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내 반응이 어떤지 살피려는 듯했다.

내 앞에 놓인 사진은 뭔가 분홍빛의 장기 한가운데에 움푹 파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뭐가 잘못되긴 한 건가 보구나, 다시 생각했다. 내 눈이 동그래지자 의사는 서서히 말문을 열었다. 

"십이지장궤양이에요."

헛웃음이 나왔다. 궤양? 궤양이라니. 원인이 뭐죠? 물으니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단다. 식습관, 음주습관, 스트레스 등등. 그리고 나에게 물었다. 최근에 음주를 많이 하셨나요? 식사를 불규칙하게 하셨어요? 다 아니오, 라고 대답했다.
 

내가 아무리 고기와 술을 좋아한다지만, 그래봤자 내가 한 달에 몇 번이나 그것들을 즐기겠나. 아무리 생각해도 식습관은 이 사태의 주된 요인은 아닌 것 같았다. 그보다 나는, 요즘 직장에서 받는 온갖 스트레스에 한 표를 던지고 싶었다. 

 

 

요즘 직장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한 두 달 전부터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이게 나름 야심 차게 계획된 사업인 데다 가능성도 보이니 윗사람들의 압박이 심하다. 사실 윗사람'들'은 아니다. 악역을 도맡아 하는 건 특정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일에 대해 피드백을 주는 건, 윗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걸 뭐라 하는 건 아니다. 다만 그의 말하는 방식이 나에게 스트레스가 되는 거다. 본인이 원하는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실무를 진행하고 있는 직원의 자존감을 무너뜨려버리는, 아픈 말들을 쏟아낸다.

게다가 그 내용엔 일관성도 없어서 이러라는 건지 저러라는 건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감놔라 배 놔라 할 거면 확실하게 지침을 주든지, 그것도 아니면서 나중에 일이 한참 진행되고 나서야 왜 그렇게 하고 있냐고, 지금까지 해온 것들을 다 뒤집어 놓는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스트레스를 많이 안 받는다고 생각했었다. 그가 주재하는 회의에서는 한쪽 귀는 항상 나가는 문으로 열어둘 정도로 스트레스를 안 받기 위해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또 나 혼자 하는 일도 아니고, 내 위엔 선배가 있으니 나에게 오는 스트레스는 어느 정도 완충이 될 거라고 봤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는 게, 집 근처 병원에서 드러난 것이다. 의사의 설명은 내 심증에 신빙성을 더해주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위산 분비가 늘어나요. 그게 십이지장 쪽으로 넘어가면서 계속 자극하는 거죠. 그래서 이렇게 궤양이 생길 수 있는 거예요."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있다. 이 글귀를 보고 학창시절 수학 시간에 배웠던 '대우법' 생각이 났다.  'A는 B다'가 참이면, 'B가 아닌 건 A가 아니다'도 참이라는, 바로 그 '대우법'.

대우법을 위 글귀에 대입하니 딱 내 상황에 들어맞는 듯했다. "정신이 건강하지 않으면 신체도 건강하지 않게 된다." 정도로 대우법을 적용해볼 수 있다면 말이다.

요즘 십이지장궤양뿐만 아니라 감기도 계속 달고 산다.

목이 붓고 열이 나더니, 이제는 코감기에 걸려 2주가량 고생 중이다. 하루는 코가 너무 심하게 막혀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잔 적도 있다. 양쪽 코가 콧물로 가득 차서 숨을 쉴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또 밤에는 어찌나 추운지. 패딩을 입고 자도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이렇게 스트레스에 취약한 몸이라니. 내가 진짜 스트레스 관리라는 걸 못하고 있구나, 새삼 느꼈다. 건강해지기 위해서 헬스장 가서 깨작댈 줄만 알았지 정신 건강 챙길 생각은 못했던 것이다.

어디 대나무 숲에라도 가서 소리지르기라도 해야 하나 싶다. 정신이 건강하지 않으면 몸이 무너진다는 걸, 이제는 너무나 잘 알게 되었다. 정신이 신체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잘 관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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