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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독서/우울할 땐 소설책

'살인자' 누명을 벗기 위한 고군분투, 히가시노 게이고 '눈보라 체이스'

by 꿈꾸는 강낭콩 2025. 4. 1.

예전에 한 두 번 정도 우울증이 세게 왔어서 그런지, 어쩌다 한 번씩 기분이 급 다운되는 시기가 찾아온다.
 
우울증을 두고 하는 '마음의 감기'라는 표현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마치 감기처럼 잊을만 하면 무기력증, 우울감과 같은 증세가 생긴다.
 
지난 한 2주가 참 힘들었다. 업무 스케줄이 너무 빠듯했는데, 하필이면 집안일에 업무 외 미팅도 많아서 눈코뜰새 없었다. 
 
폭풍이 휘몰아치고 찾아온 주말. 
 
잠도 푹 자고 별다른 일정 없이 집에서 쉬었다. 아이들이랑 놀아주긴 해야 했지만 ㅎㅎ
 
그런데도 기분이 나아지는 것 같지 않아서 두 가지 정도의 조치를 취했다. 
 
가장 먼저 한 것은 묵혀뒀던 소설책을 꺼낸 것. 
 
읽을 때마다 최고의 몰입감을 선사해주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다. 
 
소설은 사건 전개 과정, 초반부에서는 지루하기 마련인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그렇지 않은 것도 많았다. 그래서 믿고 본다. 
 
이 사람 소설을 읽으면 현실 따윈 잠시 잊고 그 세계로 들어갈 수 있을 거야, 라는 맹신이 있다. 

읽기 시작한 소설은 '눈보라 체이스'다. 스키장을 배경으로 한 '설산 시리즈' 중 하난데, 다른 건 다 읽었고 이거 하나 남았다. 
 
100페이지 가량 읽었는데 역시나 흥미진진하다. 
 
'다쓰미'라는 청년이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누명을 쓰게 되는데, 경찰에 붙잡히기 전에 알리바이를 확실히 밝힐 수 있는 증거를 찾아내고자 수사망을 요리조리 빠져나간다. 
 
그런데 그런 행동들이 어째 경찰로 하여금 의심을 더 증폭시키는 꼴이 된다. "차라리 그냥 가만히 있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주인공 다쓰미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옆에 있는 친구 나미카와의 만류로 숨는 쪽을 택한다.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하다. 다쓰미는 과연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해줄, 스키장에서 만났던 '그녀'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확실히 소설책 하나에 빠져드니 힘들다, 피곤하다, 우울하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이런 생각이 덜 들었다. 
 
무언가가 '기대된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게 행복에 다가가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소설을 읽으면 일종의 기대가 생긴다. 
 
자기계발서 따위 이제 그만 읽고 소설을 꾸준히 보며 살아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예전에도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계속 잊는다. 욕심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소설책을 읽는 것 말고 또 한 가지 취했던 조치는 '달달한 것 먹기'다.
 
평소에는 달달한 간식거리를 잘 먹지 않는다. 2년 전쯤 건강검진 했을 때 여러 가지 수치가 안 좋게 나온 것들이 좀 있어서 음식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는데, 가장 먼저 끊은 것이 커피와 일하면서 먹는 주전부리들이었다. 
 
그런 것들을 먹지 않는 게 많이 익숙해지긴 했지만 먹고 싶은 순간이 있긴 하다. 그럴 때 자제하고 참으려면 그것도 은근 스트레스다. 특히 요즘처럼 몸과 마음이 힘들 때면 더 그렇다. 
 
어제는 사무실 출근해서 점심 먹고 난 뒤 뜨듯한 코코아를 하나 사다 마셨다. 따뜻하고 달달한 것이 입안으로 들어오니 긴장이 풀리고 기분도 좋아졌다. 
 
집에 와서도 저녁 먹고 디저트를 먹었다. 엊그제 사온 녹차 케이크였는데 엄청 맛있었다. 많이 달지도 않고 식감도 적당히 꾸덕해서 좋았다. 다음에 또 사먹어야지. 
 


 
너무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절제하는 삶을 사느라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조금이라도 힘들면 게으름 피우고 맛있는 것도 먹고 재미있는 것 보고, 그러면서 기분 좋은 에너지를 주입해주자. 자동차에 연료 넣어주듯이 말이다. 
 
스스로를 구하지 않으면 누구도 그런 일을 대신해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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